[ETF 기본기 다지기] ETF는 왜 탄생했을까?

한만혁 mh@itdonga.com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결합한 금융 상품으로, 분산 투자, 편리한 거래, 낮은 비용 등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재테크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ETF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에 IT동아는 김세종 이티에프랩 대표와 함께 ETF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초보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려 합니다. ETF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결합한 ETF https://it.donga.com/106275/

ETF는 왜 탄생했을까?


[IT동아]

ETF의 시초는 지난 1990년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토론토 지수 참여 펀드(Toronto Index Participation Fund, TIP)’다. TIP는 이후 여러 차례 합병 과정을 거쳐 아이쉐어스 S&P/TSX 60 지수 ETF(iShares S&P/TSX 60 Index ETF)로 바뀌었으며,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ETF로 꼽힌다. 미국 최초 ETF는 지난 1993년 상장된 ‘SPDR S&P 500 ETF(SPY)’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ETF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ETF는 왜 탄생했을까?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펀드의 단점

ETF는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펀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 상품이다. 펀드는 펀드를 관리하는 운용역이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투자자 대신 주식 또는 다양한 금융 자산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펀드는 여러 주식에 동시 투자하거나 채권, 금, 달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동성은 금융 상품을 사거나 팔고 싶을 때 반대로 팔거나 사려는 거래 상대방이 있어 거래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펀드는 대체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하고 해지할 수 있는 공모펀드의 경우 유동성이 필수 요소다. 문제는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이들 자산의 유동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발생하면 유동성이 마른다

금융 위기는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지난 2007년에는 미국에서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가 금융 위기를 겪었다. 1997년에는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 위기 탓에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까지 받았다.

IMF 구제 금융 요청 소식 보도한 동아일보 1997년 11월 22일자 1면 / 출처=동아일보
IMF 구제 금융 요청 소식 보도한 동아일보 1997년 11월 22일자 1면 / 출처=동아일보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자산의 시세가 급락한다.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면 빌린 자금의 일부 또는 전체를 상환해야 한다. 만약 상환하지 못할 경우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는 담보로 설정한 주식을 매매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주식 시세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한다. 또한 금융사는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추가 대출도 자제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던 신용 거래 역시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금융사를 통해 기업, 가계, 정부 사이에 끊임없이 흐르던 자금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유동성 위기’ 혹은 ‘유동성이 마른다’라고 표현한다.

금융 위기로 인해 유동성이 마르면 투자자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으로 몰린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 요청을 처리하다 잔고가 바닥나는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을 겪게 된다. 최악의 경우 파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여러 지방은행이 뱅크런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합병됐다. 당시 실리콘밸리은행은 수백조 원 규모의 대출 자산과 수십조 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었지만 뱅크런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펀드 해지 요청 몰리는 펀드런

금융 위기가 닥치면 펀드도 뱅크런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진다. 펀드 가입자가 펀드를 해지하기 위해 일시에 몰려드는 것이다. 이를 ‘펀드런’이라고 한다.

채권형 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채권형 펀드 가입자가 채권 펀드에 가입하면 펀드 운용역은 가입자가 맡긴 현금으로 채권을 산다. 가입자가 펀드를 해지하면 채권을 팔아 마련한 현금을 가입자에게 제공한다. 채권은 원금이 보장되고, 이자가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안전 자산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로 인해 유동성이 마르면 채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경제 주체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자산을 매각하기 때문에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 역시 자취를 감춘다. 이에 펀드를 해지하려는 가입자가 몰려들고 필요한 만큼의 채권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펀드런이 발생한다. 펀드런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원하는 시점에 현금 자산을 확보하지 못해 추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미국 최초 ETF ‘SPDR S&P 500 ETF(SPY)’ / 출처: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미국 최초 ETF ‘SPDR S&P 500 ETF(SPY)’ / 출처: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펀드의 단점 보완한 ETF

ETF는 여러 차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유동성 문제를 보완한 펀드다. 상품 자체에 유동성 공급자(LP)를 적용해 유동성이 낮아져도 투자자는 언제든지 ETF를 사고팔 수 있다. ETF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만 합의되면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 참고로 LP는 주로 증권사가 담당한다.

이런 장점 덕에 ETF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TF 시가총액은 2024년 10월 말 기준 9조 9800억 달러(약 1경 4000조 원)에 이른다. 이에 ETF 시장을 선점한 자산운용사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SPDR S&P 500 ETF(SPY)를 운용하고 있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tate Street Global Advisors)는 1990년 운용 자산이 530억 달러(약 77조 461억 원) 규모였으나 2023년 말 기준 4조 달러(약 5814조 4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ETF 시장이 시작됐으며 빠른 성장을 통해 대표적인 자산 운용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ETF는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을 넘어 미래 금융 산업을 선도하는 금융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글 / 김세종 이티에프랩 대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ETF/ETN 등 다양한 금융 자산 운용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ETF 관련 정보 제공 플랫폼 개발사 이티에프랩을 창업했다. 현재 케이이티에프(K-ETF)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ETF 정보 및 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KAIST 경영대학원에서 금융공학 및 금융 자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한만혁(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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