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첫 규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IT동아 한만혁 기자] 7월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규제 공백 해소를 위한 가상자산법
국내에서 가상자산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가상자산 시세가 급등하면서 투자자와 가상자산 사업자(VASP)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할 법이나 제도가 없었다. 규제 공백 탓에 이용자 피해 사례가 이어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21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개정해 VASP 신고제를 도입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특금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가상자산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국회는 가상자산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2년 6월부터 국회에 계류되어 있던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 및 조정하고 논의 및 수정을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 법안은 2023년 6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8인 중 찬성 265표, 기권 3표로 최종 의결됐으며 7월 18일 법률로 공포되었다.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맞춘 1단계 법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국내 첫 가상자산 관련 법으로,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맞춘 1단계 법률이다. 가상자산 발행, 유통 등 VASP에 대한 규제는 2단계 법안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제재 권한 및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을 규정한 것이 주요 골자다.
우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VASP의 의무를 강화한다. VASP는 이용자 예치금을 공신력 있는 관리 기관인 은행에 안전하게 보관 및 관리하고,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자 성격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자사 가상자산과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이용자 가상자산과 같은 종류, 같은 수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의무 예치액은 7월 18일 기준으로 산정하고, 이후에는 매 영업일 기준으로 적용한다. 이용자가 예치한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80% 이상은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해당 비율은 매일 유지해야 한다.
해킹 및 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 등을 적립해야 한다. 보상 한도 또는 준비금은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이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VASP는 최소 30억 원, 그 외 VASP는 최소 5억 원 이상이다. 산정 시점은 매월 말이며 다음 달 10일까지 보상한도 상향, 추가 적립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 기록은 15년간 보존해야 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규정한다. 주요 내용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시세 조종 행위 ▲사기적 부정 거래 행위(중요사항 거짓 기재, 누락 등) ▲불공정 거래 위험이 높은 자체 발행 가상자산 거래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입출금 차단 금지 등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당국에 통보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도 명시한다. 금융당국은 VASP의 이용자 보호 의무 준수 여부 등을 검사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시정 명령, 영업 전부 또는 일부 정지,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상당 벌금 등의 형사처벌, 부당이득 2배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불공정거래 조사는 7월 19일 이후 발생한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 건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1년의 준비 기간 거쳐 시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시행령 등 하위 규정 제정, 관계 부처의 시행 준비 등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4년 7월 19일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안정적인 시행 및 안착을 위해 관련 업계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준비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세부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발표하고, 이어 감독 규정, 조사 업무 규정을 제정했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검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시에는 외국 감독당국 및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공조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VASP 대상 규제 이행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상거래 감시 체계 구축 및 운영을 지원했다. 희망 사업자 대상 현장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상거래 상시 감시 체계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VASP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갖춘 만큼 VASP 신고제도 재정비했다. 그동안 지적받았던 VASP 신고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법령 준수 체계 및 대주주 현황 신고 ▲VASP 변경 신고 사항에 따라 신고서 제출 기한 규정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시 VASP 위험 평가 절차 및 방법 등을 금융사 업무 지침에 포함 ▲VASP 신고심사 중단 및 재개 절차 도입 등의 항목을 추가 및 보완했다.
이와 함께 VASP 영업 종료 가이드라인도 제정했다. VASP 영업 종료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금융당국은 VASP에게 영업 종료를 대비해 구체적인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영업 종료 최소 1개월 전 금융당국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용자 자산 반환 완료일까지 내부 통제 인력을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적극 대응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20곳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마련했다. 가상자산 거래지원 심사 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으로, 거래지원 심사 항목, 독립적인 거래지원 심의·의결 기구 설치, 기초 자료 및 회의록 15년간 보관, 가상자산에 대한 필수 정보 제공 등을 명시했다. 이외에도 각 거래소 환경에 맞춰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재정비 및 고도화, 보유 자산 및 이용자 예치 현황 공개, 독립 심의·의결 위원회 출범, 이용자 보호 서약식 및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제 등을 통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준비했다.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업계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안전판이 마련되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시장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이후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적극 보완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