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가성비] AMD 라이젠5 5600, 가성비에 호환성까지 ‘착한’ CPU
[IT동아 김영우 기자] ‘가성비’란 이름 그대로 ‘가격 대비 얻을 수 있는 성능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란, 단순히 값이 싼 제품이 아닙니다. 동일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 혹은 특정한 용도 및 환경에서 기대 이상의 효용성을 발휘하는 제품이어야 비로소 ‘가성비’가 높은 제품으로 인정받지요.
그 외에도 제조사나 유통사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판매 가격 조정이 이루어져 가성비가 급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IT’s 가성비’ 코너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을 소개 및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살펴볼 가성비 제품은 AMD의 데스크톱 CPU인 ‘라이젠5 5600(AMD RYZEN 5 5600) 프로세서’ 입니다.
태생부터 특별한 ‘가성비’ 특화 CPU
AMD 라이젠 5000 시리즈는 2020년 10월부터 본격 출시된 AMD의 프로세서입니다. 데스크톱용의 경우는 젠3(Zen3)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된 코드명 ‘버미어(Vermeer)’와 코드명 ‘세잔(Cezanne)’ 제품군으로 나뉘죠. 버미어는 순수한 CPU 제품군이며, 세잔은 CPU와 GPU가 결합된 것(일부 모델 제외)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델 중에서도 출시 초기에 가장 높은 인기를 끌던 모델이 바로 2020년 11월에 출시된 ‘라이젠5 5600X(코드명 버미어)’입니다. 이 제품은 상위 모델인 라이젠7이나 라이젠9 제품군에 비해 코어 수(6코어 12쓰레드)가 적어 멀티태스킹을 하거나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에는 다소 불리했습니다.
하지만 적용된 아키텍처 자체는 상위 모델과 동일한데다, 클럭 속도(3.7~4.6GHz)가 빠르고, 체감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3차 캐시 용량(32MB)이 넉넉해서 게임 구동 능력이 우수했습니다. 가격 역시 299 달러(현지 기준)로 저렴한 편이라 라이젠5 5600X는 가성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라이젠 5000 시리즈의 초기 인기를 이끌었죠. 젠3 자체가 아주 잘 만들어진 아키텍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AMD는 2년여가 지난 2022년 4월, 라이젠5 5600X의 가지치기 모델인 ‘라이젠5 5600(코드명 버미어)’을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299 달러에서 199 달러로 크게 낮아졌죠. 그런데 내부 사양은 클럭 속도가 아주 약간 낮아진 것(3.5~4.4GHz) 외에 거의 같았습니다. 코어 수나 3차 캐시 용량도 동일하죠. 이 정도면 성능의 차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애당초 가성비를 무기로 인기를 끌었던 라이젠5 5600X 보다 한층 가성비를 높인 제품이라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최대 7년 전 PC도 업그레이드 가능, ‘착한’ 호환성
라이젠5 5600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제품 자체의 가성비가 높은 것 외에 또 있었습니다. 바로 호환성이죠. 이 제품은 ‘AM4’ 규격 CPU 소켓을 갖춘 메인보드에 호환됩니다. AM4 규격 소켓을 탑재한 메인보드는 2017년 라이젠 시리즈의 첫 제품이 출시될 무렵부터 아주 널리 쓰이고 있는 터라, 구형 PC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용도로도 라이젠5 5600은 적합합니다. 제품 자체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구형 PC의 업그레이드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죠.
라이젠5 5600은 2022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활발하게 팔리고 있으며, 대략 10만 원대 초~중반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할인 이벤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끔은 10만 원 전후에 팔리기도 합니다.
성능은 PASSMARK 기준으로 21572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신 데스크톱 CPU와 비교하자면 10만 원 중반대에 팔리는 14세대 인텔 코어 i3-14100F(15380점)와 비교해도 확실히 우위에 있는 성능이죠. 이 정도면 어지간한 최신 게임에서도 ‘권장’ 사양을 충분히 만족합니다.
구형 플랫폼의 한계도 명확, 새 PC용으로는 ‘그다지’
다만, 그렇다고 하여 라이젠5 5600을 ‘모든’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이젠5 5600은 구형 AMD CPU(라이젠 1000~3000 시리즈)와 AM4 기반 메인보드를 탑재한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할 목적으로 구매한다면 정말로 탁월한 가성비를 제공합니다. 그냥 CPU만 사서 교체하면 온전하게 작동하니까요. 간혹 교체한 CPU를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 때는 메인보드의 바이오스(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됩니다. 최신 버전의 바이오스 파일은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예 완전히 새로운 PC를 마련하고자 할 때 라이젠5 5600를 CPU로 선택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구형 CPU 중에서 쓸만한 성능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새 PC를 구매한다면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나 인텔 14세대 코어 시리즈와 같은 최신 CPU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은 DDR5 메모리나 PCIe 5.0과 같이 라이젠5 5600 시스템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등장할 최신 운영체제나 AI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데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향후 추가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까지 고려한다면 라이젠5 5600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구형 플랫폼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AMD가 아닌 인텔 기반 구형 PC의 업그레이드 용도로도 라이젠5 5600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CPU만이 아닌 메인보드를 비롯한 다른 구성품까지 교체해야 하므로 거의 새 PC를 사는 것에 가까운 비용과 수고가 들 수 있습니다.
라이젠5 5600과 라이젠5 5600G의 차이점은?
참고로 라이젠5 5600X의 가지치기 모델 중에는 라이젠5 5600(코드명 버미어) 외에 '라이젠5 5600G(코드명 세잔)' 모델도 있습니다. 이는 CPU만으로 구성된 라이젠5 5600와 달리, GPU(그래픽처리장치)까지 내장하고 있어 별도의 그래픽카드 설치 없이도 화면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라이젠5 5600G는 라이젠5 5600에 비해 3차 캐시 메모리의 용량이 절반(16MB)이라 순수한 CPU만의 처리 능력은 약간 낮으며, 가격도 2~3만 원 정도 더 비쌉니다.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시스템에 설치하지 않고, 게이밍 용도가 아닌 사무용이나 일상용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라이젠5 5600G도 충분히 좋은 가성비를 제공합니다만, 본격적인 실속파 게이밍 PC를 원한다면 라이젠5 5600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