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글로벌 공략 갈 길 바쁜데…일단 멈춤
[IT동아 권택경 기자] 국내 빅테크 플랫폼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해외 법인 잇따라 청산하며 글로벌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섰다. 네이버의 해외 사업은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지며 안갯속으로 빠졌다.
카카오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 부분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 프랑스 현지법인 철수를 추진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연내 법인 철수를 마무리하고 픽코마 유럽 서비스도 오는 9월 종료 예정이다. 카카오픽코마 프랑스 법인은 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 격으로 지난 2021년 설립됐다. 하지만 성장이 더디자 결국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카카오가 최근 정리한 해외 법인은 이뿐만 아니다. 카카오IX 또한 올해 1분기 중국 법인을 청산했다. 카카오IX는 카카오프렌즈 등 카카오가 보유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카카오는 법인 청산이 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카카오프렌즈 IP 사업은 국가별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계속 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020년 알리바바 계열사인 알리피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법인 등도 같은 절차를 거쳐 모두 청산했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전략 변화가 최근에 이뤄진 것도 아니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카카오IX 사업을 분할해 IP 부분은 카카오, 리테일 부문은 카카오커머스에 합병한 바 있다. 카카오IX는 이후 부동산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는 카카오스페이스로 사명을 바꿨다가 지금은 다시 CA협의체 산하 스페이스팀으로 통합됐다. 카카오IX 국내 법인 자체가 사라진 상황인 만큼 해외 법인 청산도 정해진 수순이었던 셈이다.
카카오픽코마의 유럽 시장 철수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진출 결정 당시 예상과 달리 둔화된 시장 성장폭에 따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 후, 선택과 집중을 위해 프랑스 사업 철수 절차를 진행 중”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럽 사업은 투자 단계에 머물고 있었기에 이번 사업 철수가 카카오픽코마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픽코마가 집중하겠다는 시장은 일본이다. 실제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내 유료 앱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앱으로 꼽힌다. 모바일 시장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소비자 지출 1위, 활성 유저 1위를 기록했다. 거래액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 엔(약 8709억 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의 점유율과 성장세가 견조한 만큼 규모가 작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더라도 전체 매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날 여지가 큰 것으로 카카오픽코마 측은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를 비롯한 콘텐츠 사업이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면서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21년 10.3%에서 일 년만인 지난 2022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19.7%까지 성장한 바 있다. 하지만 2023년에는 19.5%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내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비욘드 코리아’ 비전 달성은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욘드 코리아’는 지난 2022년 골막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붙은 내수기업 꼬리표를 벗어 던지기 위해 카카오가 제시한 비전이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도 지난 16일 주주서한에서 “현재 카카오 그룹 전체 매출 중 글로벌 비중은 약 20%”라며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주주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카카오는 콘텐츠 중심 서비스가 해외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스토리 부문 글로벌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플랫폼,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악 부문 매출 또한 올해 북미와 일본에서보다 활발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계획되어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탄탄한 사업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는 해외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라인야후라는 꼬인 실타래부터 풀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거점 역할을 하는 라인플러스 지분을 라인야후가 100%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플러스 이외에도 라인게임즈, 네이버제트, IPX 등이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을 매개로 복잡하게 지분 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일본 측에 빼앗길 경우 해외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라인야후 측은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간에는 직접적인 자본관계나 인적 관계가 없다”면서 라인플러스와 네이버 선 긋기에 나섰다.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일본 사업권을 다른 해외 시장 사업권과 분할해 협상을 벌이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라인야후 측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네이버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앞서 네이버 측은 지난 10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공식 입장 표명에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