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봄이 있는 늘봄학교] 늘봄학교 한달… 현장의 소리를 듣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 한만혁 기자]
늘봄학교는 정규 교육과정 전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늘봄학교가 교육 현장에 도입된 지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서유럽 복지국가의 전일제 학교를 연구한 정재훈 교수에게 늘봄학교의 의의와 기대 효과에 대해 물었다. 또 실제 늘봄학교에 참여한 학부모와 학생, 교원,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의 의견도 들어봤다.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반”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유럽 복지국가 중 하나인 독일의 전일제 학교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늘봄학교 중장기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교육부 미래교육돌봄연구회 좌장을 맡았다. 서유럽 복지국가들이 저출산, 계층 간 자녀 교육 격차, 이주 인구 유입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 전일제 학교가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늘봄학교를 통해 최근 대두되는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늘봄학교 도입의 의의 및 효과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과 안전한 돌봄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 이후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봄 절벽, 교육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둘째, 부모의 일과 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교육과 돌봄을 담당하기에 부모는 안심하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준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에 따로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넷째, 이주 배경 가정(다문화가정) 학생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 미래 사회 인재로 성장하고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주 배경 학생에게 우리 사회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추후 사회에 적절히 융합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늘봄학교는 영유아에게만 제공하던 사회적 교육 돌봄 시스템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한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사회적 교육 돌봄 시스템을 완성하고 헌법과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한 국가적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다. 헌법 제36조는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 유지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언급한 사회적 위험에는 출산, 양육이 포함돼 있다. 늘봄학교를 통해 이들 법이 규정한 국민의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게 됐다.
늘봄학교는 학생이 경제적 부담 없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통해 학생은 육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부모는 일, 가정 양립으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늘봄학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 교사와 늘봄학교 전담사, 돌봄 전담사의 역할 분담 구조가 제대로 확립되고 기존 교사와 학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접한 가야금이 진로를 결심하게 해”
박선영 학부모 (전남 영암초등학교 김은빈 학생)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농한 후 배움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학원을 선택하는 게 어려웠고 평생교육 프로그램 정도가 전부였다. 마침 학교에 방과후학교가 있었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 바이올린 수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바이올린은 잘 맞지 않았다. 다른 악기를 찾던 중 가야금을 알게 됐다. 늘봄학교를 통해 가야금을 접했는데 인간문화재 선생님께 교육받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물론 방과후학교 강사 선생님의 든든한 지원도 있었다. 그 덕분에 소극적이던 성격도 바뀌었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최근에는 22회 ‘빛고을 기악 대제전’에서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 밖의 여러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생각지도 않은 재능을 찾은 느낌이고 이제는 더 깊은 배움을 찾아 국악 중학교에 진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록 농촌에 있는 학교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는 게 늘봄학교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도 열의를 다해 아이들을 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 귀농 이후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늘봄 강사 선생님들도 잘 챙겨주셔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앞으로도 지역 환경에 맞는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과 함께 배워”
은정원 학부모 (경기도 화성시 송린초등학교)
마을 축제에서 치어리더 공연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권했다.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기에 방과후학교 수업으로 치어리더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늘봄학교로 전환되면서 오디션을 본 후 발탁돼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인다. 경기도 대회에도 출전하고 대표로 발탁돼 교육부 장관상까지 받을 정도로 열심이다. 지금은 아이가 수업 가는 날을 기다린다. 혼자가 아니라 협동하는 종목이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 유대감도 생긴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도와줄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 출신인 강사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계속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배운다는 부분이 늘봄학교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신도시에 자리한 학교라 아직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아이가 즐겁고 안전하게 수업받으니 교육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초등학교가 과밀학급이라 모든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다. 교내 교사의 업무 부담도 크다고 들었다. 향후 다양한 논의를 통해 모두가 늘봄학교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부모·학생 만족하는 늘봄학교, 교실 활용·지역 돌봄센터 연계 함께 이뤄져야”
박향숙 충북 진천상신초등학교 교감
우리 학교는 서원대학교의 지원과 현직 희망 교사를 통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원대에서 환경 미술, 보드게임을 운영하고, 희망 교사 중심으로 한글 교실, 전래놀이, 종이접기, 미술 놀이 등을 운영한다.
늘봄학교를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다. 학생은 프로그램을 마치고 부모 또는 언니, 오빠와 함께 귀가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고, 학부모는 학생이 학교라는 공간에 있어 안심인데다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더욱 다채롭게 제공되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현장 운영의 어려움도 있다. 매일 정규 수업과 늘봄학교를 같은 교실에서 진행하니 물품 관리나 분실물 등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가 수업 준비와 일부 업무를 교실 내에서 진행하는데 늘봄학교로 인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 우리 학교는 각 층에 학년별 연구실이 있어 이를 활용하고 있으나 여건이 되지 않는 학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향후 늘봄학교를 확대할 경우 더 많은 교실을 사용해야 할 텐데 정규 수업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학교와 교사의 고민을 줄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역 돌봄센터 연계 등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늘봄학교, 경력 단절 인력에게 새로운 기회 제공”
박순애 늘봄학교 전담 인력 (경기 고양 원흥초등학교)
지난 2015년 초등학교에서 체육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이후 교직에 뜻을 품고 있었지만 한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그 뜻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늘봄학교 기간제 교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접했다. 자녀를 양육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 학생들을 돌볼 수 있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단체전 은메달리스트로서의 경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체육 프로그램을 잘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현재 고양 원흥초등학교에서 5∼6학년 체육 수업과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행정 업무의 경우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빠르게 배우면서 적응하고 있지만 정규 수업과 병행하다 보니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사전에 연수 등의 과정이 있었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개인적으로 늘봄학교는 경력 단절 인력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의 경력 단절도 방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추후 늘봄학교가 확대 시행되면 더 많은 경력 단절 인력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경력 단절이 많이 발생했는데 늘봄학교 덕에 학부모가 안심하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 지금은 행정이나 관리 업무에 집중하느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추후 기회가 되면 늘봄학교에서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대통령과 함께 늘봄 수업 운영, 늘봄학교는 특별한 선물”
양알마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 (경기 화성 아인초등학교)
올 3월부터 화성 아인초등학교 늘봄 프로그램(창의미술)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미술 교사가 꿈이어서 도예를 전공하고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수원과 오산 지역에서 미술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정교사 1급 자격을 갖췄고 지역 아파트와 연계한 작은도서관에서 미술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늘봄학교를 통해 교단에 서고 싶었던 개인적인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 무엇보다 지난달 29일 아인초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의미술 프로그램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수업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학생 수준에 맞는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늘봄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늘봄학교 강사에게도 특별한 선물과 같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가 구축한 시설과 연계해 늘봄 프로그램 제공”
최인한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청 교육복지과장
화천군은 지난 2월 27일 개관한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이하 센터)를 통해 늘봄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첫 사례다.
화천군은 지리적 특수성 탓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 복지시설에 한계가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2018년부터 센터를 구축했다. 센터는 기획 당시부터 온종일 돌봄을 고려한 시설로 개관 일정이 늘봄학교 시행 시기와 맞물려 늘봄학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센터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센터까지 오는 시간을 고려해 오후 2시30분부터 5시까지 3교시의 정규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이후는 책 읽기 등 보충학습 시간이다. 정규수업 과정은 △원어민 교사와의 영어 수업 △생활영어, 영어 노래 배우기, 아트크래프트 등 표현 영어 △국어 읽기 및 쓰기 △창의력 수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수업으로 구성된다. 각 수업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특화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센터는 1학년 4개 반, 2학년 2개 반을 운영한다. 각 반은 15명으로 총 8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교실에서 체험형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보다는 교육 환경의 효율성을 고려했다. 또한 각 반은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로 구성된 2 담임제를 적용했다.
센터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응도 좋다. 학생들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교육을 병행한다는 측면에서, 학교는 지역사회가 학생의 교육과 돌봄에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화천군은 향후 강연, 전시회, 발표회 등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더 많은 지역 학생에게 교육, 문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