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테크 잡는 DMA 시행…꼼수 논란 이어질 듯
[IT동아 권택경 기자]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현지시각)부터 본격 시행됐다. 규제 대상이 된 빅테크 기업들은 법 시행 이전부터 차근차근 규제 준수 조처를 이행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DMA 취지에 반하는 독소 조항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규제 당국과의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DMA는 시장 지배적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해 이들의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는 법안이다.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행 규칙을 세우며 시장을 입맛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막는다는 의도다.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6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서 EU가 부여하는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플랫폼과 검색 엔진 등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노출하는 자사 우대, 이용자 동의 없는 맞춤형 광고 등이 금지된다.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폐쇄적 생태계도 사실상 금지되어, 다른 플랫폼이나 서비스의 진입을 허용하고 상호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규제 위반이 반복되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구글, 애플 등 DMA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된 기업들은 법 시행 이전부터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발표하며 일단은 EU와 합을 맞추는 모양새다.
구글은 유럽 경제 지역 내 이용자들에게는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기본 검색 엔진과 기본 인터넷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을 제공하고, 검색 결과에서는 경쟁 서비스 링크를 더 많이 표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항공편을 검색했을 때 구글은 자체 항공편 예약 검색 서비스인 구글 플라이트 화면을 위젯으로 표시해 왔는데, 더 이상 이를 표시하지 않기로 했다.
플레이스토어에서는 개발자들이 인앱 결제 대신 제3자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건 물론, 앱 외부 결제로 안내하는 것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애플도 EU 내에서 앱스토어에 제3자 결제 허용하고, 제3자 앱 장터를 통한 앱 설치를 허용하는 등 전례 없는 생태계 개방 조치를 단행했다. 인앱결제 수수료도 종전 30%에서 20% 수준으로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이들이 DMA에 맞춰 내놓은 정책이 미흡하거나 오히려 규제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정보 검색 사이트인 옐프(YELP)는 구글이 DMA에 맞춰 단행한 검색 엔진 결과 페이지 개편이 DMA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구글이 DMA에 맞춰 변경한 검색 엔진 결과 페이지가 오히려 구글 서비스에 머무는 이용자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옐프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 수준이던 구글의 트래픽은 개편 이후 오히려 73%로 늘었다.
애플도 EU 내 새 정책을 적용받는 개발자들에게는 앱 배포 건수가 100만 건을 넘으면 초과분부터 1건당 0.5 유로(약 725원)씩 핵심 기술 수수료라는 걸 물리기로 해 논란이 됐다. 기존의 결제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인하분을 보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수료를 만든 셈이다. ‘제3자 앱 장터’ 사업자들에게는 이 100만 건 면제조차도 적용되지 않아 제3자 앱 장터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워놓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과 갈등을 빚어온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 등의 기업들은 EU 집행위원회에 애플의 새 정책이 DMA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 등 18개 기업과 16개 관련 단체가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서한에서 이들은 “애플의 새 약관은 DMA 법의 정신과 조문을 모두 무시한다”며 “그대로 두면 DMA와 디지털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EU 집행위원회와 기관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