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용주의 AI폰, 삼성 갤럭시 S24 울트라
[IT동아 김영우 기자] 신형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디자인이나 프로세서, 화면, 그리고 카메라가 업그레이드된 점 등을 강조하곤 한다. 이건 스마트폰 시장이 태동하던 2010년 즈음부터 그랬다. 그러다 보니 새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예전 같은 두근거림은 느껴지지 않는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대표작인 ‘갤럭시 S’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는 뭔가 좀 다르다. 프로세서나 카메라 등도 물론 업그레이드했지만 이보다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내세웠다. 예전의 갤럭시 시리즈에도 ‘빅스비’ 음성 비서와 같은 AI 기능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좀더 본격적인 AI 스마트폰이라고 삼성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4 울트라’를 체험하며 제품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디자인은 전작과 비슷, 소재로 차별화
갤럭시 S24 울트라의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크기는 전작인 갤럭시 S23 울트라와 매우 비슷하다. 다만 버튼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서 전작의 케이스는 호환되지 않는다. 무게 역시 232g으로 전작과 거의 같은데,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비해 묵직하므로 너무 무거운 케이스를 끼워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측면을 비롯한 본체 프레임 부분의 촉감이 독특한데, 이는 티타늄 합금 소재를 적용한 덕분이다. 그리고 화면에는 시리즈 최초로 ‘코닝 고릴라 아머’를 적용했다. 두 소재 모두 강도가 높고 긁힘에 강한 고급 소재다. 케이스나 화면 보호 필름 없이도 비교적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화면 크기는 6.8인치, 해상도는 3120x1400이다. 색감이나 선명도가 우수한 다이내믹 AMOLED 2X 패널을 적용했다. 다만, 전면 카메라 구멍을 감출 수 있는 UDC(under display camera) 기술(갤럭시 Z 폴드 시리즈 등에 적용)은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면 상단의 검은 구멍이 다소 거슬리는 것이 흠이다.
화면의 최대 밝기가 2600니트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화면 전반의 표현능력을 향상시키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활성화했을 때 색감의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본체 하단에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서 이어받은 S펜을 기본 탑재했다. 펜 촉이 단단해서 화면에 필기하는 느낌이 좋으며, 필기 기능 외에도 S펜을 무선 리모컨처럼 이용해 편리하게 셀카를 찍을 수 있으며, 스마트폰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곧장 화면에 메모를 할 수 있는 ‘스크린 오프 메모’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전작의 S펜과 비교해 성능이나 기능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100배줌 성능은 다운그레이드? 실용구간 성능에 ‘주목’
카메라 구성은 1200만 화소의 전면 셀피 카메라 외에 후면에는 광각(2억 화소), 초광각(1200만 화소), 3배 광학 줌(1000만 화소), 5배 광학 줌(5000만 화소)을 각각 담당하는 4개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초광각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후면 카메라는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지원하므로 이동하면서, 혹은 어두운 곳에서 촬영을 하더라도 잔상이나 흔들림이 최소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갤럭시 S 울트라 시리즈의 특화 기능 중 하나인 ‘스페이스 줌’ 기능 역시 지원한다. 이는 광학 줌 렌즈와 디지털 줌 기술을 결합해 최대 100배 줌 촬영을 구현하는 기능이다. 참고로 전작인 S23 울트라의 경우는 최대 10배 광학 줌 렌즈를 탑재했지만 S24 울트라는 최대 5배 광학 줌 렌즈를 탑재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페이스 줌의 구현에 불리할 수 있다. 반면, 사진을 생성하는 이미지 센서의 성능은 전작보다 향상되었기 때문에 의외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갤럭시 S24 울트라의 스페이스 줌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보니 30~100배 수준의 결과물은 전작보다 노이즈가 심하고 전반적인 디테일도 다소 미흡했다. 반면, 10배 전후의 배율로 촬영한 결과물은 전작보다 한층 깔끔한 품질이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100배 줌 보다는 실용 구간에서의 품질 향상에 더 힘을 기울인 것 같다.
안드로이드 최고사양, 성능은 확실
내부 사양 역시 한층 진화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시스템의 핵심인 AP(Application Processor)다. 갤럭시용으로 최적화된 최신 AP인 퀄컴의 3세대 스냅드래곤8(Qualcomm Snapdragon 8 Gen 3 for Galaxy)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삼성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하고 있는 갤럭시 S24/S24 플러스와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만 램 용량(12GB)와 저장소 용량(256GB/512GB/1TB)이 전작과 동일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성능은 확실하다. 모바일 기기의 처리능력을 측정하는 긱벤치6(Geekbench 6)를 구동해보니 단일코어 2341점, 다중코어 7323점으로 측정되었는데, 이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능이다. 2014년 2월 현재 유통되는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구동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 외에 차세대 와이파이 규격인 와이파이7(802.11be) 지원 여부 역시 S24 울트라가 다른 S24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만 와이파이7을 이용하기 위한 하드웨어는 탑재하고 있지만 2024년 2월 현재 시점에서 아직 와이파이7 기능은 이용할 수 없고 와이파이6E 규격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3월 중 이루어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S24 울트라의 와이파이7 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통화 통역, 노트 정리, 녹취록 작성까지 AI로?
또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울트라를 출시하며 AI 처리에 특화된 NPU(신경망 프로세서)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스펙과 더불어 삼성전자에서 작년에 발표한 생성형 AI인 가우스(Samsung Gauss) 기반의 AI 기술을 대거 적용해 진정한 AI 스마트폰으로 탄생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적용된 AI 기능은 상당히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이 ‘통화 어시스트’ 기능이다. 이는 외국어로 말하는 상대방과 음성 통화를 할 때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기능이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프랑스어를 비롯해 총 13개의 언어를 지원하며, 통화 화면에서 통화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면 음성 통역이 시작된다.
통역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며, 마치 실제 통역 전문가를 옆에 두고 통화하는 것 같은 감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상대방과 내가 한 말, 그리고 번역된 결과가 화면에 텍스트로 변환되어 표시되므로 음성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때 좀더 정확하게 대화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내가 한 말도 통역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되며, 상대방이 어떤 기종의 단말기를 이용하더라도 나의 갤럭시 S24에서 통화 어시스트 기능을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도 좋다. 물론, 통화 어시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상대방 스마트폰에는 통역된 음성만 전달될 뿐, 화면에 텍스트는 표시되지 않는다.
갤럭시 시리즈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메모장 앱인 삼성 노트 역시 AI를 통해 업그레이드했다. 이른바 ‘노트 어시스트’ 기능으로, 삼성 노트에 글을 기록하면 AI가 이를 요약하거나 주제별로 분류해준다. 그 외에 오탈자를 자동 수정하는 등의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기본 탑재된 음성 녹음 앱도 비슷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가장 큰 변화는 녹음한 음성(통화 녹음 포함)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녹음 어시스트’ 기능이다. 이전에는 반드시 텍스트 변환 모드로 전환한 후에 녹음을 해야 쓸 수 있던 기능인데 갤럭시 S24 시리즈에선 그럴 필요 없이 아무 녹음 파일이나 텍스트 변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텍스트로 변환된 녹음 내용은 각 발화자가 구분되어 표시되며, 노트 어시스트 기능에서 이용했던 자동 내용 요약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약 5분 분량의 음성 녹음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 및 요약하는데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기존에 나온 앱 중 네이버의 ‘클로바노트’와 상당히 유사한 기능이지만, 녹음 어시스트 기능은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좀 더 접근성이 좋다.
대충 적어도 알아서 적절히 답장, 깔끔한 사진 편집까지
기본 키보드인 삼성 키보드도 AI 기능인 ‘채팅 어시스트’가 적용되었다. 이는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의 메시지를 이용할 때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의 말투(문장 스타일)를 전반적으로 자동 수정하는 기능이다. ‘전문적인’, 편안한’, ‘#소셜’, ‘공손한’, ‘이모지 추가’ 등의 말투를 지원한다.
이를테면 원문이 ‘OK 당장 고고하자’라면 ‘당장 시작하겠습니다(전문적인)’, ‘당장 가자(편안한)’, ‘네, 당장 시작하겠습니다(공손한)’ 등의 말투를 자동 제시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전송할 수 있다. 말투 전환 외에 번역을 하거나 철자∙문법을 수정하는 기능도 쓸 수 있다. 대충 쓰더라도 그럴듯한 문장으로 변환이 가능하므로 이동 중이거나 운전 중 간단히 상대방에게 대답을 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갤러리에 표시된 사진에 AI 편집 기능을 적용해 특정 오브젝트를 지우거나 이동∙크기 변환 등의 작업을 간단히 할 수 있는 ‘포토 어시스트’,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로 웹 서핑을 하다가 현재 보고 있는 웹 페이지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번역하는 ‘브라우저 어시스트’ 기능도 상당히 유용하다.
한편,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는 위와 같은 삼성 가우스 기반의 AI 기능 외에 구글에서 제공하는 AI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서클’이 그것인데, 이는 아무 화면에서나 홈 버튼을 길게 누르면 실행된다. 구글 서클을 실행한 상태에서 화면에 표시되는 문장이나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밑줄을 치면 곧장 화면 하단에 해당 오브젝트의 구글 검색 결과가 출력된다. 웹 서핑 중에 궁금하거나 흥미가 생긴 단어를 검색하기 위해 기존 창을 닫고 새 검색 창을 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구글 서클 기능을 이용한다면 이런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가장 진보한 AI 스마트폰
매년 초 이루어지는 갤럭시 S 시리즈 출시, 그리고 연말에 진행되는 아이폰 시리즈 출시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이들 업계 대표 선수들이 선보이는 비전이 다른 업체 및 제품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갤럭시 S24 시리즈의 경우, 외부 디자인의 변화는 거의 없었고, 프로세서나 카메라의 성능은 딱 기대한 만큼의 무난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역시 가우스 AI 기술의 전면적인 도입이다. 단순히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신기한 기능을 넣어 눈길을 끄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제 제품을 만지며 써보니 의외로 실용적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통화 어시스트나 채팅 어시스트 같은 기능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헙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상대방이 다른 기종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더라도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만하다.
이번에 갤럭시 S24 시리즈가 AI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만큼, 다른 제조사들도 향후 출시할 신제품에 유사한 기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 갤럭시 S23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일부 갤럭시 시리즈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가우스 AI 기술을 적용할 것이며, 구글 역시 구글 서클 기능의 적용 기종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다른 갤럭시 기종에서도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적용했던 모든 AI 기능을 적용할 것인지, 적용하더라도 S24에서 이용하던 것처럼 원활하게 구동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남들보다 한 발 먼저 AI 스마트폰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갤럭시 S24 시리즈, 그 중에서도 S24 울트라는 괜찮은 선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