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타이거 “콘텐츠 몰입감 높이는 입체음향을 만듭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일본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인 도톤보리를 담은 한 영상.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거리를 채운 소리들이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온다.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소개 piccling’에 올라온 이 영상은 입체음향 콘텐츠 스타트업인 사운드타이거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다.
사운드타이거는 일반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도 즐길 수 있는 입체음향 콘텐츠와 이러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멀티채널 서라운드 스피커 없이도 마치 360도 모든 방향에서 들려오는 듯한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입체음향 녹음기인 H3-VR을 활용해 녹음한 오디오를 엔지니어링 작업을 거쳐 이어폰, 헤드폰 등으로 구현 가능한 바이노럴(Binaural) 입체음향으로 구현했다.
사운드타이거는 미디어 전문가인 최선영 대표가 버클리 음대 출신의 두 팀원과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이 중에서 김기만 팀원은 버클리 음대에서 프로페셔널 뮤직을 전공한 20년 경력의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8년 전 입체음향 회사에 입사하며 입체음향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지난해 열린 제79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몰입형(Immersive) 부문에 초청된 VR 영화인 ‘시인의 밤’ 사운드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현태 팀원은 한국과 미국에서 경영기획 및 해외영업을 비롯하여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뮤직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들이 입체음향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건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며 경쟁이 심화할수록 몰입감을 더해주는 입체음향 기술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최선영 대표는 “앞으로 실감형 콘텐츠의 성장 등으로 입체음향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애플과 같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에서도 돌비 애트모스와 같은 입체음향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국내에는 입체음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 엔지니어 숫자는 많이 부족하다고 최선영 대표는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 몇 안되는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운드타이거의 가장 큰 경쟁력인 셈이다. 사운드타이거는 이러한 입체음향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감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B2B 혹은 B2G 형태로 수주해 입체음향 콘텐츠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미디어아트, 어린이 동화, 웹툰 오디오 등 다양한 방면의 콘텐츠와의 협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운드타이거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건 향후 오게 될 자율주행 시대의 콘텐츠 시장이다. 최 대표는 “미래에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이 중요해진다. 차량은 구조적으로 입체음향 구현을 위한 최적의 지점(Sweet Spot) 찾기가 용이하다. 연구개발을 통해 차량 기종에 따라 최적의 입체음향을 구현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정부 연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입체음향 제작을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문가 도움 없이도 일차적인 수준의 입체음향 제작은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운드타이거 창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예비창업랩을 통해 이뤄졌다. 콘텐츠 분야 예비창업자를 위한 사업화 및 창업 지원 사업인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는 멘토링, 네트워킹, 바우처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사업 기간 동안 사운드타이거는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소개 piccling’을 통해 1인칭 동네 탐방 형식의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기술력을 실증하며 사업화를 준비했다.
최 대표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로 제공되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초기에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면서 “사업 계획서 쓰는 것조차 막막한 극초기나 예비 창업자들에 거쳐가면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관련해서도 IR, 피칭덱 관련 교육이나 스타트업 전체 동향에 대한 정보 공유를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 특히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서 멘토로 만나게 된 VC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 분야 동향이나 음반 및 음원 관계자와 접할 수 있었고 영업 활동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을 함께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사업을 거치며 지난달 말 법인 설립을 마친 사운드타이거는 내년부터 다양한 파트너를 확보하고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본격적인 매출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최선영 대표는 “입체음향 구현을 원하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수요를 채워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글로벌 입체음향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