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싸움 줄어들까'··· 당근, '분쟁조절센터'로 거래 분쟁 중재 나서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1월 21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센터’를 설립했다. 그간 온라인 중고거래는 소비자보호법, 전자상거래법의 보호를 받는 일반 온라인 거래와 달리 민법의 적용을 받아 분쟁 발생 시 구제 및 소비자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중고거래 분쟁조정센터 설립은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담 기관을 조직화한 사례이며, 추후 번개장터, 중고나라에서도 비슷한 기관을 조직해 소비자 보호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고거래 소비자 보호, 왜 필요한가?
온라인 중고거래는 물론 모든 중고 거래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거래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물건을 샀을 때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에 한해서 환불받을 수 있다. 단순 변심이나 제품의 단순 하자, 14일 이내 반품 및 교환 등의 소비자 보호는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추후에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한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예를 들어 A씨가 B씨에게 중고로 카메라를 샀다고 하자. 처음 구매할 당시에는 A는 제품의 동작을 확인하고 구매했지만, 약 1주일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핵심 부품인 셔터박스가 고장 났다. 이때 구매 가격은 50만 원이었지만, 약 25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됐다.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제품에 중대 하자가 있었으니 책임을 지라고 한다.
하지만 B씨 역시 판매글에 카메라 컷 수를 명시해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시했고, 이를 감안해 제품을 저렴하게 팔았다고 기재한 것을 A씨가 확인했다고 한다. 또 1주일 사이에 A씨가 제품을 잘못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이유로 책임질 수 없다고 반문한다. 중고거래의 경우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니, 여기서부터 분쟁이 시작된다.
일단 구매자가 구매 당시에 제품 하자를 인지했거나 또는 구매자가 잘 몰라서 하자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판매자도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자가 셔터박스의 고장 전력을 숨기는 등 중대한 하자를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제품을 판매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금액이 크지 않거나 호의적인 상황일 경우, 양측 모두 적절한 해결책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분쟁조정센터가 개입해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하게 된다.
중고거래 소비자 보호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
현재 당근은 거래 중 분쟁이 발생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돕기 위해 당근분쟁조정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 방법은 채팅방 내 ‘분쟁조정’이라고 입력하거나, 게시글 내 상단의 설정에서 신고를 누른 다음 ‘거래 분쟁’으로 눌러서 진행할 수 있다. 분쟁 조절은 서로에게 원하는 합의안을 공유하고, 당근에서 거래 내용을 확인한 뒤 분쟁 조정안을 공유한다. 전체 과정은 총 세 번에 걸쳐 진행되며,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산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돼 법정 중재를 거친다.
분쟁 조정은 당근 서비스를 운영하는 자회사 ‘당근서비스’의 분쟁조정센터에서 맡는다. 센터는 직거래 여부, 상이한 물품 여부, 중대 하자, 필수정보 누락, 색상 등의 기본 분쟁 조정 기준에 따라 판매자 및 구매자의 귀책을 판단하고, 제품 특성 및 변수를 추가로 고려해 분쟁 조정안을 제안한다. 세부 분쟁 조정 기준은 하자 고지 여부, 직거래 여부, 수리 여부, 구매 후 하자 확인 시점, 구성품 누락 여부 등을 따진다.
기본적인 분쟁조정은 중고물품 거래에 초점을 맞추지만, 당근에서 진행하는 부동산 및 중고차 직거래도 상호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 다만 두 카테고리는 보다 전문적인 지원과 접근이 필요한 만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 전문 기관으로 주선한다.
민간 최초 기관 설립에 의의, 이행 강제력에 한계
그간 중고거래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사기, 그리고 분쟁 가능성이었다. 다행히 분쟁조정센터의 설립으로 인해 소비자가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해결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다만 소비자 보호법의 대상은 아니므로 반품, 교환 등은 판매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선택지다.
또한 당사자들이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비논리적인 사유로 중재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센터의 결정도 불신하면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소액사건 심판청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울러 중고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사기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분쟁 조정이 소통의 문제라면, 사기는 범죄 행위다. 처음부터 문제가 될 것을 알고도 거래를 한 것인 만큼 분쟁 조정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소비자 역시 제품의 장물 여부, 중대 하자의 명시 여부, 시세 조작 및 탈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