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법, “고위험 영역 조정하고 저작권침해 면책해줘야”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정부와 국회가 인공지능을 규제하는 법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을 키우고 기술이 일으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법에서 규정하는 고위험 인공지능을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관련 법안들을 서둘러 제정해서 저작권 침해를 면책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인공지능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정부와 국회가 인공지능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가 기존 인공지능 법안 7개를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인공지능 기본법)’으로 합쳤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인공지능 책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8월에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인공지능 책임 및 규제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인공지능 법안들에는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이 일으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 주요 특징은 고위험 영역에 속하는 인공지능을 규정해서 사업자에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법안들에서는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의 범위가 유사하게 정의돼 있다.

인공지능 기본법에서는 고위험 영역에 속하는 인공지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에너지·식수를 공급하거나 ▲보건의료를 제공하거나 ▲의료기기에 이용하거나 ▲수사나 체포할 때 생체정보를 분석하거나 ▲채용·대출심사처럼 개인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하거나 ▲국민 안전·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쓰는 기술이다.

사업자가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사전 고지 의무를 따르도록 하기도 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점을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황희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는 다른 의무들도 들어가 있다. 사람 생명에 위험을 주는지 평가하거나, 사람이 인공지능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영역이 광범위하다고 지적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소비자·기업·정부에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보건의료를 제공하면 모두 고위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유형에 따라 위험도가 다를 수 있으니 범위를 세세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위험 영역을 세심하게 정의하려면 어떤 작업이 사람들에게 위험한지 분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범위를 조율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김형준 지능화법제도센터장은 “고위험 영역 인공지능은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고위험 영역에 대한 정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라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혼자서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다른 정부 부처들과 협의해야 한다. 가령, 자동차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의료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AI 법에서 범위를 대략 정한 뒤 전문가들이 모여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 체계에 저작권 침해를 면책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불확실성 없이 사업을 진행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에서 공개 정보를 수집한 뒤 인공지능을 훈련할 때 활용한다. 실제로 오픈 AI는 챗GPT를 훈련할 때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 조건에 맞지 않게 썼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 출처=오픈AI홈페이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 출처=오픈AI홈페이지

물론, 저작자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는 있다. 공정이용(특수한 경우에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하는 규정)조건을 지키면 된다. 다만, 저작물을 학습시킨 뒤 인공지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인공지능을 훈련할 때 크롤링을 활용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크롤링은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류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국회에는 저작권 침해를 면책하는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컴퓨터를 활용해 대량의 정보에서 패턴을 추출할 때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하고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현준 미래전략팀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데이터 학습을 관리하는 정책들을 마련해서 따르고 있을 것이다. 다만, 작은 기업들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려주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확실성 없이 인공지능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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