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위닝아이 [2] 서울대기술지주 “글로벌 진출, 혼자 아닌 협업으로 풀어라"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위닝아이(WINNING.I)는 비접촉식 생체 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카메라로 지문이나 장문(손바닥)을 촬영하고 인증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운영체제, 제조사, 기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비접촉으로 촬영한 입체적인 지문을 기존 DB와 일치하도록 평면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기술력과 안정성 덕에 위닝아이 솔루션은 금융권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현재 위닝아이의 고민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 기관이 보유한 지문, 얼굴 등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비대면 신원 확인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관의 생체 데이터 접근 허가를 얻어야 한다. 위닝아이는 이 부분을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자사 기술 홍보용으로 제작한 앱 ‘아이핑스캐너(ifing scanner)’의 해외 사용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통한 수익 모델 전략 및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스케일업코리아는 금융권에 재직했고 기술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있어, 금융규제 샌드박스, 기술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화 등 다양한 분야에 조언할 수 있는 심상우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심사역을 멘토로 섭외했다.
스케일업 현장에는 심상우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심사역과 정우영 위닝아이 대표가 참가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 강조하라
심상우 심사역: 안녕하세요,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심상우입니다. 사전에 공유하신 IR 자료는 살펴봤는데요. 그래도 위닝아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우영 대표: 안녕하세요, 위닝아이 정우영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기술은 일반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를 활용해 지문이나 장문을 촬영하는 비접촉 생체 인식 기술입니다. 이를 전자 서명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가 보통 지문을 찍으면 잉크나 센서에 손을 누른 상태가 됩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왜곡된 상태에요. 누르는 강도나 위치에 따라 변하거든요. 그런데 비접촉으로 촬영하면 온전한 지문 정보가 나옵니다. 그래서 이것을 평면화합니다. 강제로 왜곡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과거에 만든 지문 데이터와 비교합니다. 이 기술은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에 특허 등록한 상태입니다.
현재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비대면 신원 확인 서비스입니다. 정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문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가 직접 등록하지 않아도 신원을 확인하는 서비스입니다. 다수의 금융사가 원하는 서비스에요. 실제 담당자와 얘기해 보면 이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공감합니다. 행정 기관과 금융 기관이 직접 개인정보를 주고받으니까 이로 인한 사건사고도 줄일 수 있고요.
그런데 이를 구현하려면 내외국인 지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의 허가가 필요하거든요. 물론 법 제도는 갖춰져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전자정부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이 동의한 상태에서 행정안전부, 법무부, 외교부에 있는 개인정보를 특정 금융 기관에 전달할 것을 요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례가 없어서 주저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정부기관, 금융기관, 생체인식 기술 보유 업체와 함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요.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경우 정부 주도로 얼굴, 홍채, 지문 등 국민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있더라고요.
심상우 심사역: 그들 국가는 생체 데이터를 민간기업에 제공하나요?
정우영 대표: 금융사 등 민간 기업에 오픈API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우리 정부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심상우 심사역: 정부 기관에 제안할 때는 사례와 함께 취지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통과 사례를 보면 분야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키워드가 있어요. 바로 ‘금융 소비자 보호’입니다. 위닝아이도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을 강조해야 합니다.
지금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혁신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금융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금융 사고 방지, 금융 소비자의 불편함, 내외국인 차별 같은 부분을 묶어서 금융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부동산 조각투자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데요. 이 회사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2021년에 통과했어요. 우리가 흔히 부동산 조각 투자라고 하면 투자 측면을 부각하는데, 당시 이 회사는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접근했어요. 부동산의 경우 투명하지 않은 정보가 의외로 많은데, 이것이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거든요.
제가 은행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요. 신원 확인 채널은 여러 갠데 결국 고객이 가져오는 건 신분증이에요. 문제는 법인이나 대리인 거래인데요. 이때 위임장 거래 부분을 위닝아이의 기술로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지문으로 신원 확인이 가능하니까 기존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법인의 위임 거래 부분은 소비자 보호에서도 취약해서 금융 사고도 종종 일어나니, 그런 사례를 샌드박스 신청 취지에 넣으면 결국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묶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우영 대표: 저도 법인 관련 부분에 대해 사업 모델을 검토해 봤는데요. 법인은 그대로인데 대표가 바뀌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특정 시점에 해당 법인에 소속되어 있는지, 당시 직급이 무엇이었는지 등의 이력을 확인해야 하더라고요. 제가 금융 시스템을 잘 모르다 보니 그런 부분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합니다.
심상우 심사역: 사실 등기부 등본을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법인 거래의 자동화가 어려운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위닝아이가 이런 부분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법인이나 대리인, 위임 시스템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지문을 이용한 명확한 신원 인증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우영 대표: 지난번에 정책 간담회가 있어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샌드박스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그들도 좋은 서비스라는 점은 공감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일반 국민의 편의를 높이면서 개인정보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겠습니다.
생소한 국가로 진출, KOTRA 먼저 찾아라
정우영 대표: 저희가 기술 홍보용으로 제작한 아이핑스캐너라는 앱이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상태이고요. 2년 전에 개발했는데, 최근 들어 트래픽이 급증하더라고요. 구글에서만 다운로드 수가 47만이고,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만~5만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체 사용자의 99%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 외국이에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조사해 봤는데요. 해당 국가에서는 대부분 이심(eSIM) 카드를 발급받아 선불폰을 사용하는데, 이동통신사에 신분증 사진, 얼굴 사진, 지문 정보를 등록해야 이심 카드가 발급된다네요. 그때 저희 앱을 이용해 지문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부분을 고려해 수익 모델이나 시장 최적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심상우 심사역: 아이핑스캐너로 이동통신사에 지문 정보를 보내면 신원 확인이 가능한 건가요?
정우영 대표: 그 부분은 해당 국가의 이동통신사와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없어요. 저희 앱의 기능과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결합하면 좀 더 유용한 서비스 모델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사실 5년 전쯤 아이핑스캐너와 유사한 형태의 앱을 게재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다운로드 수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국가의 제도적인 장치 덕에 사용자의 니즈가 생기고 활용도가 늘어난 것으로 예상합니다.
심상우 심사역: 저희의 경우 투자한 기업이 생소한 국가로 진출하고자 할 때 현지 법인 설립보다 우선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진출할 것을 권해요.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요. KOTRA는 특정 국가의 기업과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업무도 하거든요.
저희가 투자한 기업도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 했는데 직접 진입하기가 어려워 KOTRA에 문의했어요. KOTRA에는 일본을 전담하는 스타트업 사업팀이 있어요. 한국 스타트업과 일본 대기업을 연결하는 업무를 하고요. 정부 기관이다 보니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서 실제 비즈니스 논의를 할 수 있었어요. 위닝아이도 KOTRA를 한 번 찾아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다운로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인도죠? 인도의 경우 스타트업이나 기술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국내 벤처투자사(VC)가 미국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이 인도거든요. 하지만 실제 인도에 진출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요. 법인 설립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일단 미국이나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인도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거나 지사를 세우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KOTRA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 거에요. 그래서 국내 스타트업과 인도 대기업을 연결하는 팀이 있을 겁니다. 그곳에 위닝아이의 기술과 인도에서의 MAU 증가 상황을 설명하고 인도에서 비즈니스 논의를 희망한다고 하면 많은 도움을 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사실 위닝아이 같은 케이스가 그리 흔하지 않아요. 인도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해서 들어가는 경우는 있지만, 예측하지 못했는데 MAU가 급증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인도에 명확한 인증 수단이 없다 보니까 위닝아이 앱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실제 인도 기업과 접촉했을 때 적절한 협상 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우영 대표: 예 알겠습니다.
다양한 국가를 연결하는 교두보, 싱가포르
정우영 대표: 그러면 글로벌 진출할 때 특정 국가를 목표로 하고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심상우 심사역: 사실 스타트업이 홀로 생소한 시장에 들어가면 투입되는 리소스가 너무 많아요.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해당 국가의 기업과 협약을 맺어 안전장치를 만들고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지사를 통해 진출하는 방법도 있고요. 해당 국가에 지사가 있는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투자(CVC)나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사 설립을 고려하신다면 지역 선정이 정말 중요해요. 저희는 가급적이면 싱가포르를 추천해요. 인도네시아를 타깃으로 해도 인도네시아보다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라고 권해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이 용이하고 다른 곳으로 진출할 여지가 또 생기거든요.
저희 투자사 중에 주요 고객사가 동남아시아, 중동, 호주에 있는 곳이 있어요. 여기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거든요. 그 이유는 싱가포르가 다양한 국가를 연결하는 교두보이기 때문이에요.
혹시 염두에 둔 국가가 있으세요?
정우영 대표: 저희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에 시도해 봤어요. 과거에는 이들 국가에 순차적으로 진출하고 그 이후에 유럽, 미국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국가는 B2B 비즈니스를 이어갈 기업이 굉장히 제한적이더라고요. 매출 규모도 우리나라에 비해 적고요. 완전한 지역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에요. 그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부분을 다 고려해서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너무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더라고요. 결국 생각대로 풀어가지 못했어요.
조금 더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갖고 있고 약간 선진국이면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은 말씀하신 대로 싱가포르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환경이 모여 있고 지리적으로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과 근접하죠.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중동이나 유럽까지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이니까요.
저희가 11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핀테크 페스티벌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참가하거든요. NIPA는 싱가포르에 IT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인연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심상우 심사역: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둔 후 다른 국가로 진출할 때는 해당 국가에 진출한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동남아시아도 국가마다 규제가 다양하니까요.
본격적인 B2B 비즈니스 위한 투자 유치 준비
정우영 대표: 저희가 아이핑스캐너 앱을 만든 것은 고객의 반응과 활용도를 가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그것을 확인한 상태고요. 이 기술을 B2B 형태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SaaS나 오픈 API 형태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이 변형해 추가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데 개발 인력이나 리소스가 많이 필요해서 그에 따른 비용을 투자 유치로 해결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상우 심사역: 최근에 인도 펀드 갖고 있는 VC도 꽤 있더라고요. 물론 인도에 지문인식 기술로 진출하겠다는 스타트업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런 쪽으로 글로벌 펀드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인도 펀드를 갖고 있는 VC를 찾아서 말씀드릴게요.
정우영 대표: 사실 제가 인도 시장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인도는 IT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국가에요. 그래서 저희가 진출했을 때 모방하는 회사가 생기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물론 지금은 저희가 앞선 기술이지만 많은 개발자를 투입해 단기간에 따라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인도 시장이 다운로드 수는 높은데 유료 결제 부분이 낮다는 점도 걸리고요. 그래서 시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봐야 할 것 같아요.
심상우 심사역: 라운드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정우영 대표: 현재 프리 시리즈 A까지 진행했고요. 시리즈 A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상우 심사역: 저도 좀 검토해 보겠습니다. 오늘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아요. 세계로 뻗어 나가는 위닝아이가 되길 기대합니다.
정우영 대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