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대] 전기차 충전방식과 기술개발 현황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채우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될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차량뿐만 아니라 성능이 우수한 충전기와 이를 빠르고 충분하게 구축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 효율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충전기 제조업체뿐 아니라 충전 서비스업체 간의 다중 융합(Trivergence)이 필요합니다.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내연기관차 주유는 5분이면 충분한데 왜 전기차 충전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지, 전기차 충전방식은 왜 이렇게 다양한지 궁금해합니다. 충전소를 찾기도 어렵지만 대기 시간마저 긴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해 공공 주택 비중이 높아 개인용 충전기를 설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공공 충전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직 충전 규격에 관한 국제 표준은 없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의 콤보(Combined Charging System) CCS1과 CCS2, 일본의 차데모(CHAdeMO)를 충전 규격으로 사용해 왔으며, 중국의 GB/T 방식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충전 규격에 따라 충전 플러그 형태도 다릅니다. 최근 테슬라가 북미 충전표준(NACS)을 사용하면서 콤보 충전방식을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충전 속도에 따라 충전기를 완속과 급속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급속까지 포함하면 세 종류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외국 완성차 업체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충전기를 일반과 급속으로 분류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완속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냐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급속 충전하더라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런데 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짧은 시간에 충전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완속과 급속은 어떠한 기준으로 분류할까요?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습니다. 단지 상대적인 비교에 따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 대부분은 완속은 불편하고 급속은 편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전 시간은 이론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외부에 공급하는 전기적인 힘인 출력으로 나눠 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완속은 출력이 3kW에서 7kW 정도입니다. 60kWh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3kW의 출력을 가진 충전기로 충전하면 20시간이 걸리고, 7kW 출력의 충전기를 사용하면 그 절반 이하로 충전 시간이 떨어집니다. 급속은 50kW 이상의 출력을 가진 충전기인데 1시간 정도면 충전할 수 있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15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24분이면 충전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400kW 초급속 충전기도 보급하고 있어서 충전 시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교류전력을 충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디슨이 개발한 직류전력을 사용하면 1시간 이내에 전기차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비용이 비싸고 충전기 설치 공정도 복잡합니다. 또한 반복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을 단축할 수 있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충전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유선 충전방식에 더해 비접촉식 무선 충전, 차량에 탑재한 배터리가 방전되면 이미 충전된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하는 배터리 교환형 등 소비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 중인 충전 시스템입니다.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하거나 주차 중에 코드 선 없이 충전하는 무선 충전은 미국이 일찍이 개발했고, 우리 정부도 최근 활발히 기술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현대차, 테슬라, 닛산 등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들과 충전 업체들이 무선 충전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니오 등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배터리 교환형 모델도 우리 정부가 2011년에 검토했지만, 차량 디자인을 제약하고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상용화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충전기술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어서 우리가 편리하고 빠르게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충전 하부구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충전 문화의 선진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글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연관산업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과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를 겸직했으며, 2023년 2월부터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