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등록 기간 줄이는 방법 ‘우선심사·예비심사’
[IT동아 한만혁 기자]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소유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 등록이 필수다. 문제는 특허 출원부터 등록까지 적어도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업을 빠르게 전개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특허청은 특허 등록 기간을 줄이기 위해 우선심사, 예비심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제도를 적절히 이용하면 6개월 이내에도 특허 등록을 마칠 수 있다.
특허 등록,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 서비스나 제품,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만의 차별화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특허다.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 제품을 만든 사람이 일정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말한다. 덕분에 기술 유출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경우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나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도를 높인다. 투자 유치나 각종 지원 프로그램 선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다면 특허 등록을 서두르라고 권하는 이유다.
하지만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등록 기간이다. 보통 특허 등록은 특허청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 단계를 거쳐 특허 등록 결정서가 나오면 완료되는데, 여기에 걸리는 기간이 최소 1년 6개월이다. 요즘에는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기술 발전이나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회사 운영까지 신경 써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원 지오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심사관이 한정되어 있고 출원 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특허 출원 수가 늘고 있어 기간은 더 길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1차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해외도 마찬가지다. 유럽이나 태국은 기본적으로 2년 이상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빠른 등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른 회사가 자사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다. 특허 등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 즉 특허결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특허를 등록하고 대응해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경우다. 미국처럼 특허를 중시하는 국가의 경우 특허 등록이 빠르게 완료되면 그만큼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해외 특허 출원 시에도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된 상태라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에 특허청은 특허 등록 소요 기간을 줄이는 ‘우선심사’ ‘예비심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순서 상관 없이 먼저 심사, 우선심사 제도
우선심사 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특허 청구 건에 대해 청구 순서에 관계 없이 먼저 심사하는 제도다. 특허 심사는 청구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우선심사를 받게 되면 3~4개월 이내에 1차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심사 기준이나 절차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심사 순번을 앞당기는 것. 놀이공원의 익스프레스 티켓을 생각하면 된다.
우선심사 신청은 심사 청구 이후 언제든 가능하다. 특허 청구 때는 물론, 특허 청구 이후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우선심사 신청서에 우선심사 신청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 후 우선심사 신청 설명서, 필요 서류, 물건을 첨부해 특허청 고객협력정책과나 특허청 서울사무소 출원등록과에 제출하고 우선심사 신청료를 납부하면 된다.
우선심사 신청을 위해서는 특허청이 정한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우선 출원 공개 후 제3자가 출원된 발명으로 사업을 하거나 사업 준비 중인 경우 우선심사 신청이 가능하다. 단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춰야 한다.
출원인이 직접 전문기관을 통해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 선행기술 문헌 등의 설명을 신청서에 기재하고 제출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선행기술 조사는 출원 신청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기존에 있던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또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 ▲방위 산업 및 녹색기술 분야 ▲수출 촉진에 관련된 출원 등도 우선심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사전 면담 통해 등록 기간 축소, 예비심사 제도
특허청은 우선심사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예비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예비심사 제도는 공식 심사 전 출원인과 심사관이 직접 만나 사전 심사 결과를 설명하고 심사 의견을 교환하는 제도다. 자사 특허 기술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특허 등록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고 보정 방향을 협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허등록 기간을 더 줄일 수 있다.
이원 대표변리사는 “예비심사 제도를 이용하면 심사관과의 면담을 통해 개선점이나 보완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라며 “의견제출통지서, 의견서, 재심사 청구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등록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비심사는 우선심사 신청 후 14일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이후 대상 요건 등 적합 여부를 고려해 일주일 이내에 예비심사 여부를 결정하고 3~6주 사이에 면담을 진행한다.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보정서를 제출하면 1개월 이내에 최초 심사 결과를 통지한다. 그러니까 출원 이후 6~8개월이면 특허결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
단 모든 특허가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심사 출원 중 국제특허분류(IPC) 기준으로 고난이도 특허 분류 또는 중소기업 PCT 다출원 특허 분류에 해당하는 경우여야 한다. 즉 AI, IoT, 반도체, 통신 등의 고난이도 기술 분야가 예비심사 대상이다.
기업 상황에 맞춰 이용해야
우선심사 및 예비심사 제도는 빠른 특허 등록이 필요한 기업에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 이용 전 기술 공개 시기, 추가 특허 확보 측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통 특허 출원 기술은 접수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야 공개된다. 하지만 우선심사, 예비심사 제도를 이용하면 그보다 빨리 등록되고 그만큼 기술 공개 시기도 빨라진다. 다른 기업은 물론 경쟁사도 자사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을 개선하거나 보완할 경우 먼저 등록한 특허 때문에 추가 특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출원인이 같아도 선행기술과의 차별점이 크지 않다면 특허 등록이 어려운 탓이다. 이런 경우에는 특허 출원 중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이원 대표변리사는 “우선심사, 예비심사 제도는 자사의 소유권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유리한 제도”라며 “단 빠른 특허 등록의 장단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 전개나 기술 개발 상황에 따라 해당 제도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