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만의 월드코인 ‘사람이면 보편적 기본소득 제공’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오픈AI 샘 알트만(Sam Altman) CEO가 만든 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코인(World Coin)’이 정식 출시됐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를 개발한 샘 알트만 CEO의 명성 덕에 출시 전부터 주목받은 월드코인은, 출시하자마자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고 한때 35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기는 금방 식었다. 정보 유출, 보안 취약점 등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된 탓이다.

월드코인은 인간임을 증명하면 가상자산을 제공한다 / 출처=월드코인
월드코인은 인간임을 증명하면 가상자산을 제공한다 / 출처=월드코인

AI 아닌 인간이면 가상자산 지급

월드코인은 AI 시대의 새로운 개인 신원 인증 솔루션과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설립했다. 홍채 인식을 통해 개인 신원을 인증하면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개념으로 가상자산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수여자의 사전 기여분 유무와 상관 없이 국가가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월드코인은 백서를 통해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에서 인간과 AI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에 따라 인간임을 증명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월드코인은 지난 3년간 홍채 인식 기반 개인 신원 인증 솔루션을 개발했다. 알트만 CEO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배경, 지리, 수입에 상관없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개인 신원을 인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채 인식은 자체 개발한 ‘오브(Orb)’를 통해 진행한다. 오브는 사용자 눈을 인식하면 홍채 정보를 데이터로 변환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월드ID(World ID)’를 부여한다. 월드ID는 개인의 고유한 성격을 증명하는 개인 정보 보호 디지털 신원이다. 별도의 개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 없이 눈만 대면 월드ID를 받을 수 있다.

월드코인이 개발한 홍채 인식 장비 오브 / 출처=월드코인
월드코인이 개발한 홍채 인식 장비 오브 / 출처=월드코인

월드ID가 생성되면 보편적 기본소득인 가상자산 ‘월드코인(WLD)’ 25개가 지급된다. WLD는 이더리움 ERC-20 표준규격 기반의 가상자산으로 총 발행량은 100억 개다. 백서에 따르면 월드ID 발급자 등 커뮤니티에 75억 개, 초기 개발팀에 9억8000만 개, 투자자에 13억5000만 개를 할당한다. 나머지 1억7000만 개는 예비용으로 개발사가 보유한다. 커뮤니티에 할당된 75억 WLD는 15년에 걸쳐 배포할 계획이다. 그중 4300만 개는 이미 베타오픈 기간에 월드ID 가입자에게 배포했다.

WLD는 월드코인이 제작한 가상자산 지갑 ‘월드앱(World App)’에 입금된다. 월드앱은 월드ID를 지원하는 첫 번째 앱이다. 월드ID로 로그인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기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월드코인은 추후 결제, 구매, 이체 등의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WLD는 월드앱으로 지급된다 / 출처=월드코인
WLD는 월드앱으로 지급된다 / 출처=월드코인

월드코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월드ID 가입자가 전 세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6개월간 진행한 베타 오픈 기간에 매주 4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는 설명이다. 28일 15시 기준 월드ID 가입자는 210만 820명이다.

월드코인은 더 많은 사용자가 가입하도록 홍채 인식 장비 오브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20여 개국 35개 이상 도시에 1500개 이상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알트만 CEO는 “월드코인은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금융 네트워크 등 경제적 기회를 늘리고 AI가 지원하는 보편적 기본 소득의 길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시 직후 주요 거래소 상장, 한때 35배 급등

월드코인 WLD가 정식 출시되자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이 이어졌다. 거래량 기준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비롯해 쿠코인, OKX, 바이비트, 후오비 등이 리스트에 올렸다. 국내 거래소 중에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이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시작은 좋았다. 상장 직후 35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기는 금방 식었다. 바이낸스에서는 24일 18시 0.15달러에 상장한 직후 5.29달러로 35배 이상 급등했다가 이내 힘을 잃고 2달러 대로 내려왔다. 28일 15시 현재 2.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도 2.14달러다. 2.2달러 선에서 지지받다가 2.1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빗썸 역시 마찬가지다. 24일 19시 상장 이후 760원에서 1만4440원까지 치솟다가 2500원 대로 내려왔다. 이후 2800원대에서 지지선을 형성하는가 싶더니 28일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무너졌다. 지금은 2654원을 찍고 회복하는 추세다. 7월 28일 15시 현재 시세는 2781원이다.

월드ID 가입자가 전 세계 200만 명을 넘어섰다 / 출처=월드코인
월드ID 가입자가 전 세계 200만 명을 넘어섰다 / 출처=월드코인

월드코인에 대한 우려 ‘보안 취약’

WLD 시세가 초반의 급등세를 유지하지 못한 이유는 정식 론칭과 백서 공개 이후 제기된 부정적인 의견 탓이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월드코인의 개인 정보 유출, 보안 취약점을 지적한다. 개인 신원 인증 수단으로 수집한 홍채 이미지가 유출될 경우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 목적과 가상자산 활용 계획이 부실하다며 사기로 의심하기도 한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월드코인이 제시한 개인 신원 인증의 개념은 가치 있지만 개인 정보 유출, 접근성, 중앙화, 보안 등의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테린에 따르면 홍채 정보는 정보가 잘못되거나 유출될 위험이 있고, 한번 유출되면 생각보다 많은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또한 오브에 직접 홍채를 스캔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월드코인 제공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월드코인 솔루션이 중앙화된 구조여서 가짜 신원을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샘 알트만 CEO는 “우리를 향한 비판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라며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시도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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