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어반랩스 “소비자 위한 기능성·업사이클링 식품 제공”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방대한 자료를 비교 분석해서 유용한 답을 이끌어내는 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삶의 질을 높였다. 정보통신을 시작으로 교육, 농업, 기계와 화학 등 여러 산업계의 양상도 바꿨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유행 분석, 상품·서비스 개발과 개선, 소비자의 의견 조사와 반영을 할 때 데이터·인공지능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김선현 어반랩스 대표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며 데이터·인공지능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그 중에서도 시장 규모가 크고 과학을 반영해 개선 가능하다고 판단한 ‘기능성 식품’ 부문을 주목했다. 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해 시장의 수요를 만족하는 상품, 누구나 믿고 먹을 만한 기능성 식품을 만들 생각을 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함께 공부한 김형진 박사와 2019년 8월 어반랩스를 세운다.

이들은 힘을 합쳐 인공지능 시장성 분석 플랫폼 ‘BICPM’을 만들었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장의 유행을 예측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 개발하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김선현 대표는 BICPM의 성능을 검증하려고 기능성 식품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어반랩스의 첫 제품 ‘마카롱 EX’가 태어난 계기다.

BICPM은 마카롱 EX를 ‘20대~30대 남성들이 원하는 제품’으로 분석했다. 이 나이대의 남성 소비자는 아연과 아르기닌 영양제를 많이 먹는데, 하루 권장량을 채우려면 알약을 네다섯 개씩 먹어야 한다. 어반랩스는 새로운 기술 '농축 액상화'를 개발했다. 이 기술로 남성 건강을 위한 여러 성분을 한 포에 담아 알약 여러 개 분량의 역할을 하는 제품인 마카롱 EX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제품은 크라우드펀딩에서 예상보다 1만 % 이상 많은 금액을 모았다.

어반랩스는 이어 여성 소비자를 위한 기능성 식품을 찾아 새 상표 ‘데이풀(Dayfull)’을 개발했다. BICPM은 데이풀의 첫 제품으로 ‘여성들이 늘 고민하는 붓기를 빼 줄 호박즙 기능성 식품’을 제시했다. 김선현 대표는 호박즙에 아르기닌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해 ‘데이풀 호박즙 아르기닌’ 등 제품을 3종 만들었고, 또 다시 많은 성과를 거뒀다.

BICPM의 성능,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예측하는 능력을 검증한 어반랩스는 나아가 기능성 식품 시장을 이끌 차세대 원료를 찾는다. 그러던 중 남녀노소 모두가 건강을 지키려 즐겨 먹는 ‘식물성 단백질 상품’ 시장을 주목했다. 이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한 김선현 대표는 곧바로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식물성 단백질 상품의 원료를 찾는다. 그리고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원료 ‘커피박(커피콩으로 커피를 추출한 다음 남는 부산물)’을 발견했다.

식물성 단백질 상품의 원료는 대부분 콩이다. 하지만, 콩가루는 물에 잘 녹지 않아 상품화할 때 제약이 많다. 완두콩을 가수분해해서 입자 크기를 줄인 기존 원료를 쓰면 이 문제를 해결 가능하지만, 원료의 원가가 아주 비싼 탓에 제조 원가도 비싸진다.

커피콩의 가격은 완두콩보다 싸다.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박의 가격은 더 싸다. 커피콩도 콩이라 단백질을 약 10%~13% 포함하는데, 이는 계란(약 13%)과 비슷한 함량이다.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박에는 커피콩의 영양소 가운데 99.8%가 고스란히 담긴다. 동시에 커피박은 비용을 들여 버려야 하므로 처리하기 까다로웠다. 그래서 업사이클링을 적용하기 알맞은 소재다.

김선현 대표는 곧바로 커피박의 업사이클링 기술을 연구했다. 각종 영양소를 가졌고, 식품 산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고품질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만들 목적에서다. 하지만, 아주 어려웠다. 커피박 업사이클링을 연구하는 곳이 세계에서도 어반랩스뿐이라 참고 문헌이나 논문, 레퍼런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어반랩스는 제약·신약 개발 경력을 가진 CTO와 분석화학 전문가인 배선영 서울여자대학교 화학생명환경과학부 화학전공 교수와 함께 커피박 업사이클링 기술을 연구했다. 함께 TIPS 과제도 수행 중이다. 덕분에 논문과 세계 특허 출원을 준비할 만큼 완성도 높은 커피박 업사이클링 기술을 찾아냈다. 커피박의 산패 속도를 낮춰 수거와 운반 편의를 높일 천연 항산화제도 연구 중이다. 이어 하루에 수십 톤 이상 만들어지는 커피박의 공급 방안을 구상해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 중이다.

어반랩스가 만든 커피박 단백질 업사이클링 기술은 지금 한창 고도화 중이다. 이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 상품을 2024년경 선보일 예정이다. 대체육 제조 스타트업과 손 잡고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대체육 패티를 만들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들의 활동을 주목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올해 5월부터 어반랩스를 지원 중이다. 사업화 지원금에 이어, 식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절차와 관련 제도 분석을 도왔다. 기업을 알릴 박람회와 IR 자리도 마련했다. 김선현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서울남부농식품벤처창업센터로부터 특허와 지식재산권의 관리, 기술 이전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장성 분석 플랫폼과 인기리에 판매 중인 기능성 식품군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포함한 파트너 기업의 도움을 받고 어반랩스는 도전 과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먼저 커피콩을 이을 업사이클링 소재를 찾는다.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할 때 색과 향을 더 줄이는 방법과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 개발한다.

커피박 업사이클링 기술의 효용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알린 다음, 세계 시장에 진출할 전략도 세운다. 이를 위해 첫 투자금을 2022년 유치했다. 창업 후 3년간 자생력을 확보하고 사업의 방향성 검증을 마친다는 목표를 이룬 다음에야 투자금을 모은 것. 김선현 대표는 어반랩스의 기술력과 상품 품질을 인정 받아 튼튼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을 올해 이룬 가장 큰 성과로 소개했다.

어반랩스는 나아가 세계 시장에 기능성 식품과 업사이클링 기술을 소개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식품 시장을 겨냥해 특허 출원 계획과 홍보 전략을 함께 세운다. 물론, 세계의 유행인 ESG에 알맞은 추세도 반영한다. 기능성 식품은 규모가 큰 만큼 경쟁도 심한 시장이다. 어반랩스는 데이터·인공지능 시장성 분석 도구와 기술력을 앞세워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수요를 읽고 만든 제품, 소비자들이 쓰면서 만족하는 제품은 어디서나 인정 받는다는 자신감과 함께다.

김선현 어반랩스 대표는 “사명은 현대 도시인(Urban)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는 연구실(Labs)이라는 의미다. 우리말 ‘어반하다(양쪽이 손해 없이 뭔가를 나눈다)’는 의미도 가졌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연구해서 만족할 만한 제품만 내놓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