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버스’ 참여 선언한 메타, 탈중앙화 SNS 뛰어든 이유는?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메타의 새 소셜 미디어 ‘스레드’가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연동으로 기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을 그대로 흡수하며 역대 그 어느 소셜 미디어보다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했다. 트위터와 유사한 앱 사용 경험을 제공해 일론 머스크 이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트위터에 마음이 뜬 이용자들 시선도 사로잡았다.

트위터 대항마로 불리는 만큼 스레드는 여러 면에서 트위터와 유사하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차별점도 있다. 스레드가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는 점이다. 메타 측은 지난 6일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메타가 향후 액티비티펍(ActivityPub)을 통해 페디버스(Fediverse)를 통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레드. 출처=셔터스톡
스레드. 출처=셔터스톡

액티비티펍, 페디버스, 탈중앙화

트위터나 메타의 기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는 뚜렷한 관리 주체가 하나의 운영 원칙에 따라 운영하는 서비스다.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이를 운영하는 빅테크 플랫폼들의 권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정 소셜 미디어를 소유한 거대 기업들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런 문제점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게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다. 대표적인 게 독일의 개발자 오이겐 로흐코가 선보인 ‘마스토돈’이다. 마스토돈은 ‘인스턴스’라 불리는 여러 서버들의 연합으로 운영된다. 각각의 서버는 저마다의 운영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라면, 마스토돈은 소모임의 연합에 가깝다.

마스토돈. 출처=셔터스톡
마스토돈. 출처=셔터스톡

이를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게 액티비티펍이다. 액티비티펍은 마스토돈의 인스턴스와 인스턴스가 서로 통신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규약이다. 이를 프로토콜이라고 한다. 프로토콜만 공유한다면 꼭 마스토돈의 인스턴트끼리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구글 지메일, 네이버 메일 등 서로 다른 메일 서비스를 사용해도 문제없이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간이 우편 전송 프로토콜(SMTP)과 같은 공통된 프로토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기존 소셜 네트워크에 적용하면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트위터로 DM을 보내는 일 같은 게 가능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처럼 액티비티펍이란 프로토콜을 공유하는 덕분에 상호운용이 가능한 소셜 네트워크들의 연합이 페디버스다. 마스토돈 외에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어튜브, 이미지 공유 서비스 픽셀페드, 토론 플랫폼 레미 등이 페디버스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블루스카이'도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를 표방한다. 출처=블루스카이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블루스카이'도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를 표방한다. 출처=블루스카이

메타가 페디버스 참여하는 속내는?

아직 스레드가 액티비티펍을 지원하는 건 아니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구현을 위한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느라 출시 시점에 맞출 수 없었다”면서 “조만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 측은 스레드 앱 내 안내 문구를 통해 액티비티펍 지원이 시작되면 다른 페디버스 앱 이용자를 팔로우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고, 그 반대의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소셜 네트워크를 꾸려왔던 메타가 갑자기 스레드부터 개방성에 신경 쓰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아담 모세리 대표는 “언젠가 스레드를 떠나거나,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플랫폼에서 퇴출당할 때 팔로워들을 다른 서버로 데리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개방성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편익을 생각했다는 답변인데,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것만을 유일한 이유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유력해 보이는 이유는 유럽발 빅테크 규제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주요 플랫폼 사업자 중 시장 영향력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문지기)로 분류하고 이들의 독과점 행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의무와 제재를 부과한다. 이중 대표적인 게 상호운용성에 대한 의무다. DMA에 따르면 게이트키퍼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와의 상호운용을 보장해야 한다. 게이트키퍼들이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 이용자들을 묶어두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잠재적 게이트키퍼로 통보받은 메타 또한 향후 유럽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이 상호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스레드는 여전히 마스토돈과 같은 완전한 탈중앙화 SNS가 아닌 중앙집중형 SNS에 가깝지만 페디버스와의 연결성을 보장함으로써 이러한 의무를 비교적 손쉽게 충족할 수도 있다.

다만 스레드는 아직 유럽에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메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호운용성 하나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폭발적인 초반 흥행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이다. 서로 다른 플랫폼 간 정보 공유를 금지한 디지털시장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메타가 DMA 저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크리스텔 샬데모세 유럽의회 의원은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스레드가 아직 EU 시민들에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EU의 규제가 효과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메타가 EU에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규칙과 규제를 준수하는지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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