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해커톤 개최, '환경 문제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기술 펼쳤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해커톤(Hackathon)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24시간에서 48시간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신속하고 협력적인 개발 활동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뜻한다. 1999년 캐나다의 암호화 개발 이벤트에서 처음 해커톤이라는 이름이 사용된 이래, 수많은 대학 캠퍼스와 스타트업, IT 기업, 벤처 투자가들이 다양한 목적과 주제의 해커톤을 개최해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많은 대학과 IT 기업들이 해커톤을 열고 있다.
개발 조직에서 해커톤을 개최하는 이유는 다양한 직종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특정 주제를 다루면서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이르는 과정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팀원들 간에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고, 정형화된 업무나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자, 창업자라면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있는 자리가 해커톤인 것이다.
제조 예비창업자들의 빛나는 도전, 리-업 싸이클톤
현재 국내 주요 대학들 역시 학생들의 기술 함양과 목표 달성을 위한 목적으로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본래 모습 그대로 리싸이클링(재활용)’,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업싸이클링(새활용)’을 주제로 하는 2023년도 RE-UP Cycle Thon(GREEN TECH MAKER) 해커톤 대회를 개최했다. 리-업 싸이클 톤은 환경에 관심이 많고 제조 창업을 희망하는 15팀 47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상상관 일대에서 7월 6일에서 7일 사이 무박 2일 간 진행됐다.
리-업 싸이클 톤의 목적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활용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의 제품을 창출하는 것이다. 평가 기준은 제품 및 서비스가 수요자의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지, 환경 문제에 효과적인지를 따지며, 시제품의 제작 완성도와 지속 가능성, 창의성 등의 구체적인 부분도 세세하게 평가한다.
오전 10시 시작해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짧지만 긴 해커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개최한 리-업 싸이클 톤은 7월 6일 오전 10시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디자인씽킹 방법론에 대한 전문가 교육과 메이커스페이스 및 안전 교육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경쟁 일정은 이날 1시에 시작해 23시까지 공식 일정을 진행하고, 이후 23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자율 메이킹 과정을 거쳐 오전 10시까지 시제품 제작을 끝내고 오후 12시 30분까지 최종 발표를 진행한다.
다만 소프트웨어 개발 등 컴퓨터로 작업하는 여타의 해커톤과 달리, 직접 재료를 가공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해야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아이템 구상 및 제조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졌다. 해커톤은 전국 대학교 학생들은 물론 다양한 제조 예비 창업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희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된 AMK팀은 “우리 팀은 창업동아리에서 뭉친 팀으로, 경희대 캠퍼스타운에서 추천을 지원해 이 자리에 왔다. 대상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을 넘어서, 팀원 모두의 포트폴리오에 보탬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창업지원단 김종선 단장은 “코로나 19가 종식된 이후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본 창업지원단은 리-업 싸이클 톤을 통해 제조 예비 창업자들에게 ESG 경영 관점의 사업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앞으로도 해커톤과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예비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과 창업가들,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심화학습(딥러닝)으로 분리 수거 시스템 개발한 ‘네 얼간이’팀 대상
네 얼간이 팀은 전기정보공학과 학생 네 명으로 결성된 팀으로, 환경 문제와 관련한 제품을 만들다가 프로젝트 제작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리-업 싸이클 톤에 지원했다. 이들은 시제품 제작은 물론 멘토 지원 등을 바탕으로 기존의 아이디어를 고도화하였으며, 객체 감지 모델인 yolov5를 활용해 카메라로 쓰레기의 형태나 유형을 파악하고, 로봇 팔이 쓰레기를 물리적으로 분류해 폐기 처리물을 줄이는 방식의 제품을 내놓아 대상을 수상했다.
재활용 인공 섬, 졸업작품 폐기물 액세서리 등 창의력 돋보여
이외에도 준트리오, AGO, GCS, LMS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준트리오 팀은 기계시스템 제작, 건설 시스템 공학과 등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며, 작년에 개최된 2022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 해커톤 대회에 참석하지 못해 올해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준트리오 팀은 폐 플라스틱을 활용해 수질을 개선하는 물 위에 뜨는 부유형 업사이클드 패트 인공섬을 제출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학과에 따라서는 졸업을 할 때 논문 대신 작품을 제출하기도 한다. AGO 팀은 미술대학의 졸업전시 후 방치되는 졸업작품과 이때 발생하는 제조 폐기물 및 잔해를 활용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아이템을 내놨다. AGO 팀의 접근은 단순히 액세서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폐기물에 디자인을 적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해외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 역시 최근에는 새 제품보다도 지속 가능성이 반영된 재활용 소재의 제품이나 폐기물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디자이너의 창작을 더한다면 나만의 개성있는 제품을 찾는 수요는 물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GCS 팀의 뜻은 그린 사이클 솔루션의 약자다. GCS 팀은 유리병의 색상을 토대로 유리 병을 분류하는 스마트 병 분류 및 수집 기계(Smart Bottle Separation and collection Machine)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병이나 맥주병 등 규격화된 병만 활용하고, 유백색의 유리병은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한다. GCS 팀은 색상으로 병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 병 분류 및 수집 기계를 만들었는데, 사업화를 시도한다면 국내 재활용 시장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LMS 팀은 재활용 패트병으로 만든 필라멘트로 3D 프린터로 가공해 무드등을 제조했다. 최근 라벨을 떼고 버리는 투명 패트병은 이처럼 패트 기반의 원자재로 다시 가공되어, 의류나 운동화, 가방 등 다양한 물건에 적용된다. LMS 팀이 활용한 필라멘트 역시 이렇게 제조된 재료며, 이번 해커톤에서는 간단한 디자인이 적용된 미니 e-Tree 무드등을 제조했다. 또한 조명에는 클로렐라를 넣어 부드러운 녹색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비건 가죽을 활용해 다양한 보조가방을 제작한 BURDEN 팀, 산업용 폐 톱날을 활용해 조리도구 및 캠핑 용품 등을 제작하는 자이너(ZAINER)팀 등이 우수상을 차지했으며, 폐 마스크를 활용한 공기 청정기나 폐 배터리 기반의 보조 배터리, 스마트 의류 수거함 등을 제작한 팀 등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3년도 RE-UP Cycle Thon(GREEN TECH MAKER) 해커톤 대회를 통해 예비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친환경 및 사회, 지배구조의 조화에 집중하고, 예비 창업 아이템을 고도화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해커톤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동기를 바탕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었고, 또 현업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시간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그린제조 창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친환경 기조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