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시장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IT동아 권명관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IT 업계에 차세대 먹거리로 부각한 아이템이 있다. 메타버스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 나라 간 이동마저 차단된 고립된 생활을 지내며, 사람들의 관심은 디지털 속 가상세계(VR)로 다가갔다. 현실처럼 실감나는 가상현실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기회의 땅이라 여겨졌다. 이어서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가상현실을 보다 발전시킨 개념의 신기술이 등장했으며, 확장현실(XR)이라는 VR, AR, MR을 모두 포괄하는 먹거리를 찾아내며 메타버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이겨내며 엔데믹을 선언한 지금 메타버스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어 ‘이제 메타버스는 끝났다’라는 말도 들린다. 메타버스에 주력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변경한 메타는 지난 3월 VR과 AR 기술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셜 VR 플랫폼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메타버스는 끝나지 않았다. 대표적인 IT 기업이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했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일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의견이다. 메타버스 산업은 보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전히 메타는 메타버스를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핵심사업으로 보고 있다. 당장의 수익화가 어려운 메타버스 사업을 구조조정했을 뿐 관련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2023년 3월 기준, 메타의 전용 VR HMD ‘퀘스트’의 판매량은 약 2,000만 대를 돌파하며 전 세계 AR/VR 기기의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XR은 현실 이상의 몰입감을 극대화화는 초실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생산성 증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기술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XR 기술을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는 우리의 일상을 넘어 업무환경을 바꾸고, 산업 생태계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을 갖췄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차세대 먹거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CPU, 반도체, 카메라, 센서, 배터리 등을 갖춰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다.
메타버스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장이 있다?
제조, 의료, 원격 회의 등 메타버스를 도입하며 영향력을 넓히는 분야도 속속 등장했다. 이 중 제조 분야 메타버스를 ‘산업용 메타버스’로 분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용 메타버스는 제조 현장, 공장 환경 등을 변화시키며 스마트 팩토리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필수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메타버스를 통해 근로자들은 작업에 필요한 각종 부품 정보, 재고 현황, 전체 조립도면, 공장 가동 현황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업 과정의 오류를 찾아 작업 중단을 예방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산업용 메타버스
유럽의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는 제작 중인 항공기의 정보를 엔지니어와 3차원으로 공유하는 AR 시스템을 ‘미라(MiRA)’를 제공 중이다. 미라는 AR, IoT 기술 등을 사용해 항공기 검사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AR 글라스인 ‘홀로렌즈 2’를 도입해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세부 정보나 조립 도면, 재고 파악, 여객기 조립 상태 점검 등에 활용한다. 에어버스는 이를 통해 A380 기종의 일부 부품 검사기간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BMW는 뮌헨공장에서 2019년부터 태블릿PC에 AR 앱을 적용해 각종 부품을 확인한다. 프라운호퍼 컴퓨터그래픽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AR 앱을 통해 실제 조립과정에서 ‘각종 부품을 치수에 맞게 제작했는지’, ‘올바른 위치에 시스템을 조립했는지’ 등의 50가지를 검수한다. AR 앱 도입 이후 과정이 빨라졌으며, 불량률도 줄었다. BMW는 더 나아가 2021년 4월에 엔디비아(NVIDIA)의 3D 협업 그래픽⋅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활용한 ‘가상공장 프로젝트’를 발표해 공장 전체를 가상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주선 엔진을 개발하는 ‘GE Aviation’은 구글글래스와 AR 매뉴얼 솔루션을 적용해 기존 대비 작업효율을 8~11%가량 향상시켰고, 보잉은 배선작업시간을 약 25%가량 단축시켰다. 또한, 볼보 자동차는 XR 기술을 도입해 자동차 개발 시 즉각적으로 신규 기능, 디자인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을 했보해 자동차 개발일정 및 실제 물리적인 드라이빙 테스트 횟수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제조 매뉴얼에 AR을 적용해 제조 생산성은 34% 향상, 유지보수 비용은 10% 낮췄으며, 록히드마틴은 AR을 통해 작업시간을 30~50% 단축, 설계시간은 최대 99%까지 감축한 바 있다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 제조 파일럿 공장은 XR 기술을 도입해 신제품 개발기간 및 작업자 교육기간을 단축, 25% 이상의 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VR로 자동차의 부품, 색상 등 디자인을 평가하고 있으며, 설계품질을 평가할 때도 활용하고 있다.
XR을 바탕으로 하는 메타버스는 XR은 PC,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이다. 특히, 산업적으로 디스플레이, 광학, 센서, 반도체, 배터리, 폼팩터 등의 후방산업과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등의 전방산업으로 나뉘어 산업 파급 효과가 크다. 이처럼 산업용 메타버스는 이미 여러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시장 확산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