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핵심 기업으로 우뚝···' 컴퓨텍스 2023에서 빛난 엔비디아
[IT동아 남시현 기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ICT 전시회, 컴퓨텍스(COMPUTEX)가 지난 5월 30일 개막해 오는 6월 2일까지 개최된다. 올해 컴퓨텍스는 코로나 19 이후 4년 만에 정상 규모로 진행되며, 26개 국가 1천여 개 전시 업체와 22개국 400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신제품 및 기술 소식을 전한다. 특히 마지막 오프라인 행사 때 까지도 컴퓨텍스는 CPU나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하드웨어가 주류였는데, 올해는 고성능 컴퓨팅과 인공지능, 차세대 연결성 등이 주축으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인공지능 대장주로 떠오른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 기업으로 떠올랐으며, 이를 의식해 올해 컴퓨텍스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신제품 및 신기술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 엔비디아가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과 소식 정보를 요약했다.
새 차원의 인공지능 개발 환경, GH200 그레이스 호퍼
올해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가 발표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GH200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 슈퍼칩이다. 그레이스호퍼는 대규모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해 설계된 가속 CPU로, Arm 기반 그레이스 CPU와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 텐서 코어 GPU가 결합된 형태의 제품이다. 슈퍼칩을 활용하면 기업들은 더 이상 CPU와 GPU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가 없으며, 피시아이 익스프레스 5세대(PCIe Gen5)보다 7배나 더 높은 최대 900GB/s의 총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병목으로 인한 처리량 손실을 만회해 전력 소비량도 최대 5배까지 줄일 수 있다.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은 칩당 최대 512GB의 LPDDR5X CPU 메모리를 지원하며, CPU당 대역폭은 최대 초당 546GB에 달한다. 여기에 두 대 이상의 GPU를 연결하는 4세대 엔비디아 NV 링크를 활용해 최대 256개의 GPU와 150TB의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양산함으로써 각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형 인공지능을 구축하고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DGX GH200 AI 슈퍼 컴퓨터도 함께 공개됐다. DGX GH200 AI는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 256개를 연결해 1엑사플롭스(EXAFLOPS)의 성능과 144테라바이트의 공유 메모리를 확보한다. 이는 단일 DGX A100 시스템 메모리의 500배에 가까운 용량으로, 인공지능 언어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데이터 분석 등 차세대 초대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투입된다. 엔비디아는 DGX GH200를 네 대 탑재한 슈퍼컴퓨터 ‘헬리오스(Helios)’ 를 올해 말 가동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생태계 기반의 플랫폼 구축에도 집중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 확보에도 여념이 없으며, 다양한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플랫폼 및 기술을 각각 공개했다. 이번에 새로 공개한 내용은 인공지능 클라우드의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는 가속 네트워킹 플랫폼 ‘스펙트럼-X’과 가속 컴퓨터 구축을 위한 서버 기준인 MGX 서버 사양, 옴니버스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엔진, 그리고 미디어텍(MediaTek)과의 협력 등이 있다.
스펙트럼-X는 초당 51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인공지능용 네트워크 장비인 엔비디아 스펙트럼-4와 데이터 센터 및 슈퍼컴퓨터용 데이터 처리 장치인 블루필드-3 DPU를 결합한 제품으로, 전반적인 인공지능 성능을 끌어올리고, 전력 효율은 1.7배 개선됐다. 아울러 빠른 가속 컴퓨터 구축을 위한 MGX 서버 사양도 발표했다. MGX 서버는 엔비디아 H100, L40, L4 등을 포함한 엔비디아 GPU와 그레이스 CPU,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 일반 x86 CPU 구성을 장착할 수 있으며, 공랭 또는 수랭 섀시를 지원한다.
옴니버스 클라우드는 산업용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설계, 개발, 배포 및 관리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여기서 메타버스는 흔히 접하는 가상현실을 넘어서, 3D 기반 작업과 자율주행차량 시뮬레이션 구현, 스마트 공장의 산업 현장 구현, 소비자 서비스, 과학 연구, 로봇 등 가상화 작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 전반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마케팅 조직인 WPP와 협력해 옴니버스 클라우드로 생성형 AI 기반의 콘텐츠를 취급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다. 어도비 및 게티 이미지 등을 활용해 3D 디자인이나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면, WPP의 디자이너가 3D 콘텐츠를 만들고 생성형 AI와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업계와도 협력한다. 엔비디아는 연결성 멀티미디어 반도체 전문 제조사 미디어텍과 협력한다. 미디어텍은 현재 차량용 시스템 온 칩에 집중하고 있으며, 차세대 칩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OS, 드라이브 IX, 쿠다, 텐서 RT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미디어텍은 엔비디아 GPU 기반 기술을 차량용 제품에 통합함으로써 미디어텍 차량 플랫폼인 ‘디멘시티 오토 플랫폼’의 차량 연결성 및 편의 기능, 안전 기능을 강화하고, 인포테인먼트 및 계기판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엔비디아는 전자 제조업체들의 산업 자동화를 실현하는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 게임 캐릭터에 맞춤형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하는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ACE)’, 자율주행 플랫폼 로봇 ‘아이작 AMR’ 등 인공지능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 및 플랫폼을 소개했다.
GPU로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미래 그리는 엔비디아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텍스의 주인공은 에이수스, MSI, 기가바이트 등의 대만계 하드웨어 제조사들이었으며, 게임과 게이밍 하드웨어 기업들이 더 돋보이는 자리였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게이밍 GPU 회사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났듯, 컴퓨텍스 역시 컴퓨터 관련 행사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장으로 바뀌었다. 기조연설도 엔비디아를 포함해 Arm, 퀄컴, NXP, 슈퍼마이크로 등이 진행했고, 포럼 역시 엔비디아, 인텔, 지멘스, ARM, 암페어 컴퓨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솔리다임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런 흐름은 컴퓨터 시장의 주목도가 소비자 시장에서 기업용, 산업용 시장으로 옮겨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나 관련 시장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아쉬운 변화겠으나, 그만큼 컴퓨터 산업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