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뉴로팩 “업사이클링 친환경·기능성 포장재 세계로”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우리는 채소나 과일을 먹기 전, 늘 잘 씻는다. 행여나 우리 몸에 나쁜 물질이 묻었을까봐 우려해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채소나 과일을 감싸는 ‘포장재’의 위생은 잘 챙기지 않는다. 좋은 포장재는 채소나 과일의 오염을 막을뿐만 아니라 선도도 유지한다. 채소가 시들지 않게, 과일이 너무 숙성되지 않게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포장재는 대부분 비닐로 만들기에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를 낳고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를 친환경 기술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뉴로팩’이다.
뉴로팩은 기능성, 친환경 포장재를 만든다. 이들이 만든 기능성 포장재는 신선식품의 소비 기한을 많이 늘린다. 당초 농산물 포장재로 기획했던 이 제품은 지금 신선식품, 스마트팜용 식물 포장재로 활약 중이다.원리는 항균과 방담, 흡착이다.
뉴로팩이 천연 소재에서 추출한 물질을 포장재에 도포하면 탁월한 항균 성능을 발휘한다. 방담은 제품의 표면에 물기가 맺히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이다. 뉴로팩은 방담 처리에 인체에 무해한, 먹어도 되는 소재를 사용한다. 덕분에 뉴로팩의 기능성 포장재는 수분을 탁월하게 다뤄 신선식품의 부패를 막는다.
흡착은 육류와 과일을 위한 포장재 기술이다. 뉴로팩의 기능성 포장재는 육류의 핏물을 흡수, 항균 효과를 발휘한다. 복숭아와 배, 사과 등 과일은 숨 쉬면서 에틸렌 가스를 내뿜는데, 이 가스는 과일의 숙성을 유도하고 선도를 낮춘다. 뉴로팩은 다공성 물질을 포장재에 적용해 에틸렌 가스를 효과 좋게 제거한다.
눈에 띄는 것은 뉴로팩이 기능성 포장재를 만들 때 쓰는 '원료'다. 이들은 은행잎과 연잎, 참나무와 같은 천연 식물성 소재를 가공해 기능성 포장재의 원료를 만든다. 은행잎과 연잎에서는 친환경, 인체 무해한 항균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이 가운데 은행잎은 쓸 곳이 없어, 매년 지자체가 비용을 들여서 수거하고 폐기한다. 뉴로팩은 버리던 은행잎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에 기여한다.
뉴로팩은 또 하나의 사업군, 친환경 포장재에도 업사이클링 기술을 적용한다. 불가사리, 굴의 패각(껍데기) 등 지금까지 버리거나 처치하기 곤란했던 것에서 탄산칼슘을 추출해 생물성 필름을 만든다. 매년 어촌가를 괴롭히는 유해 조류, 괭생이모자반과 파래를 가공해 생분해성 필름을 만드는 기술도 가졌다.
이렇게 만든 필름은 농업 전반에 많이 쓰는 멀칭 필름을 대체할 정도로 내구성이 높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된다. 생분해 후에는 비료가 된다. 멀칭 필름의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고 버리던 소재를 재활용하면서 친환경 비료까지 만드는 일석삼조다.
친환경 펄프 용기와 포장재도 뉴로팩의 주요 기술이다. 소재는 가로수의 낙엽, 은행이다. 자연 분해되지 않는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할 종이 포장재도 만든다. 알루미늄 고유의 차단성을 가지면서도 생분해되는 튜브, 파우치, 레토르트 포장재를 만들어 공급 중이다.
뉴로팩이 이처럼 다양한 업사이클링 포장재 기술을 개발한 원동력은, 고의석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의 경력과 비전 덕분이다. 뉴로팩의 공동 창업자와 임직원들은 대학원에서 10년 이상 패키징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친환경 포장재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분야이자, 버리던 것에서 가치를 찾는 업사이클링을 적용하기 좋은 분야다. 패키징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업사이클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는 비전 아래 뉴로팩의 임직원들은 친환경 포장재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여러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과 R&D 지원 사업으로 기술 개발과 상품화를 도왔다. 이어 특허의 기술 평가를 도와 투자금 유치를 간접 지원했다. 농촌, 어촌과의 연계도 주선했다.
덕분에 뉴로팩은 친환경 포장재 특허를 4건 등록하고 10건 이상 출원했다. 미국, 일본 진출을 상정해 이 지역의 특허도 신청 중이다. R&D 기업이기에 여러 논문을 발표해 기술과 성과도 인정 받았다. 성장에 필요한 투자금도 속속 유치 중이다.
그러다가 뉴로팩은 굴 패각과 유해 해조류, 은행잎을 발견한다. 미관과 환경을 해치고 쓸 곳이 없는 까닭에, 비용을 들여 처리하던 소재였다. 이들 소재를 포장재 재료로 활용하면 업사이클링은 물론 소재 구입 비용까지 절감해 제품 단가를 낮춘다. 친환경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뉴로팩은 기능성, 친환경 포장재 자체의 성능은 높이고 가격을 낮췄다. 이들이 만든 기능성 포장재를 쓰면 신선식품의 소비 기한을 1.2배~1.5배 늘린다. 이는 곧 유통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뉴로팩의 기능성 포장재는 맞춤형 제작 가능하다. 기존의 포장재에 알맞은 물질을 코팅해 만드는 덕분이다. 그래서 활용 범위가 넓다.
지금까지 만든 기술과 이룬 성과를 토대로, 뉴로팩은 기능성 포장재와 친환경 포장재의 판매 영역을 넓히려 한다.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시도한다. 식품이나 소비재를 다루는 대기업의 포장재 고민을 해결하고 운송 비용을 절감하며 친환경 마케팅까지 돕는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해외 시장의 문도 두드린다. 뉴로팩은 강원도의 도움을 받아 무역사절단을 포함한 여러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베트남과 터키의 포장재 전시회에 참가해 주목 받았고, 중국의 경진대회에도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기본기를 다진 뉴로팩은 2023년부터 국내외 포장재 시장에 적극 진출 예정이다.
고의석 대표는 “기능성, 친환경 포장재 기술을 고도화해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다. 이를 위한 설비 투자와 판매망 확보에 매진하고, 강원도를 비롯한 파트너 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하겠다. 세계 포장재 시장 도전과 스케일업은 어려운 과제지만, 지금까지 쌓은 기술력과 실적으로 헤쳐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