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용량 확장 비용, 드디어 싸지나…씨게이트 독점 체제 끝날 듯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엑스박스의 비싼 저장공간 확장 비용 문제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웨스턴디지털이 현재 씨게이트가 독점 공급 중인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인 정황이 발견됐다.

이같은 정황은 미국 전자제품 소매점인 베스트바이를 통해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베스트바이 홈페이지에 웨스턴디지털의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 판매 페이지가 노출됐다. 노출된 판매 페이지에는 ‘WD_BLACK C50’라는 제품명과 제품 사진, 제품 정보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량은 1TB, 가격은 179.99달러(약 23만 6800원)다.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베스트바이를 통해 유출된 웨스턴디지털의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를 통해 유출된 웨스턴디지털의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베스트바이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직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베스트바이 측이 제품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출시 전 제품 정보가 소매점의 온라인 판매 페이지를 통해 사전 유출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곤 한다. 현재 해당 판매 페이지는 비공개됐다.

엑스박스 전용 스토리지 확장 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 X·S의 저장공간을 늘릴 때 사용하는 제품이다. 엑스박스 뒷면 전용 슬롯에 꼽는 카드 형태다. 그간 씨게이트가 독점으로 생산해왔다.

이처럼 독점 전용 제품을 쓰도록 한 엑스박스의 정책은 출시 초기부터 많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됐지만, 최근에는 불만이 더 커지고 있었다. 동급 SSD 가격이 1TB 기준 10만 원대 초중반 선까지 내려온 상황이지만 엑스박스 확장 카드는 1TB 기준 39만 9000원이란 높은 정가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규격에 맞는 SSD를 자유롭게 달 수 있게 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은 SSD 가격 하락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출처=베스트바이
출처=베스트바이

물론 엑스박스 확장 카드는 플레이스테이션의 SSD 자가 설치 방식에 비해 설치가 간단하고,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도 교체가 가능하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두 배에 달하는 비용 차이를 합리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부분의 이용자들 인식이다.

이용자들 불만에도 불구하고 엑스박스 확장 카드 가격이 요지부동이었던 원인 중 하나로는 씨게이트의 독점 체제가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시리즈 X·S 출시 전 “출시일 기준으로 확장 카드를 씨게이트가 독점 공급한다”고 밝히며 일종의 기간 한정 독점 계약이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씨게이트의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엑스박스 와이어
씨게이트의 엑스박스 스토리지 확장 카드. 출처=엑스박스 와이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나 독점 기간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출시로부터 2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씨게이트가 유일한 독점 공급사로 남아있다. 수많은 이용자 불만에도 불구하고 높은 정가를 유지하는 ‘배짱 장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웨스턴디지털이 확장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그간 유지됐던 씨게이트 독점 체제가 조만간 막을 내린다는 것을 뜻한다. 경쟁을 통한 가격 현실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베스트바이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 제품의 가격은 같은 용량의 씨게이트 제품보다 40달러(약 5만 2600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플레이스테이션의 확장 비용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비용이지만, 향후 공급사가 더 늘어날 경우 경쟁 심화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에 웨스턴디지털에게만 추가로 확장 카드 공급을 허용한 것인지, 다른 모든 제조사에도 허용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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