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대 96GB 통합 메모리로 성능·효율 다 잡았다, 애플 맥북 프로 16
[IT동아 남시현 기자] 애플이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발표한 지 약 2년 9개월이 지났다. 당시 애플은 2년 안에 전체 매킨토시 라인업에 탑재된 프로세서를 인텔 프로세서에서 Arm 기반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그해 11월에 첫 애플 실리콘 ‘M1’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현재 애플 실리콘은 최상위 라인업인 맥프로를 제외한 전체 라인업에 적용이 끝난 상태며, 지난해 6월에는 차기 버전인 ‘M2’ 칩을 공개하는 등 꾸준히 라인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M2는 M1 대비 18% 향상된 처리 속도와 35% 향상된 그래픽 처리 속도, 최대 40%까지 빨라진 인공지능 엔진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됐다. 기본 버전인 M2는 애플 맥북 에어 및 프로 13, 맥 미니에 탑재되며, 올해 1월 추가된 M2 프로 및 맥스는 맥북 프로 14 및 16, 맥 미니에서 선택할 수 있다. M1의 최상위 라인업이었던 ‘울트라’가 M2에서는 공석인 만큼, 사용자는 자신이 활용할 작업 수준과 조건에 따라 M2, M2 프로, M2 맥스 세 애플 실리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다방면에서 무난한 성능을 발휘하는 M2와 다르게, M2 프로 및 M2 맥스는 성능 구분이 쉽지 않은 데다가 사용자 층이 겹쳐 선택이 어려운 편이다. M2 맥스 중 가장 성능이 높은 96GB 메모리 모델을 활용해 성능 상한선을 가늠해봤다.
최대 96GB 통합 메모리 갖춘 M2 맥스
올해 1월 공개된 맥북 프로 14 및 16에 탑재되는 애플 실리콘은 M2 프로 및 M2 맥스 두 가지다. 다만 세부적인 코어 수가 다르다. M2 프로는 10코어 CPU 및 16코어 GPU, 12코어 CPU 및 19코어 GPU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10코어 CPU는 맥북 프로 14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M2 맥스도 12코어 CPU 및 30코어 GPU, 12코어 CPU 및 38코어 GPU로 나뉘지만 맥북 프로 14와 16 모두에서 선택지가 주어진다. 조금 더 쉽게 정리하자면 메모리 16GB의 10코어 CPU 모델은 맥북 프로 14만 선택할 수 있고, 그 이상 사양의 M2 프로 및 맥스는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다.
메모리 구성은 GPU 코어 숫자에 따라 늘어나며, 최소 16GB에서 최대 96GB까지 선택할 수 있다. 단 M2 프로는 16 및 32GB만 선택할 수 있고, M2 맥스는 16GB를 제외한 32 및 64GB만 선택할 수 있다. M2 맥스 중 38코어 GPU 모델만 32 및 64GB에 96GB 통합 메모리를 선택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성능을 알아보기에 앞서 2023년형 맥북 프로 16을 살펴보자. 올해 1월 17일 공개된 맥북 프로 16은 3456x2234해상도 16.2형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는 화상에 따라 개별 구역별로 점등(로컬 디밍)되는 1만 개의 미니 LED가 배치되며, 콘텐츠에 따라 초당 화상 갱신율(주사율)이 최대 120회까지 가변하는 프로모션(ProMotion) 기술이 적용된다.
색공간은 미국 영화산업 표준인 P3를 지원하며, 밝기는 기본 500니트에 고명암대비(HDR) 활성 시 부분적으로 최대 1천600니트까지 올라간다. 외부입력 디스플레이는 M2 프로와 맥스가 다르다. M2 프로는 6K 60Hz 디스플레이 두 대를 연결하거나 6K 60Hz 및 4K 144Hz를 한 대씩 연결할 수 있다. M2 맥스는 6K 60Hz 세 대에 4K 144Hz 한 대를 연결할 수 있고, 6K 60Hz 두 대를 연결한 상태에서는 8K 60Hz나 4K 240Hz 한 대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다.
디자인은 외관과 내부 모두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하여 만들었고, 트랙패드는 강화유리 재질로 돼있다. 색상은 실버 및 스페이스 그레이 두 가지 색상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무게는 약 2.15kg이다.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는 충전용 맥세이프 3 단자와 3개의 썬더볼트 4 단자, HDMI 단자, SDXC 단자, 3.5mm 오디오 단자가 있다. 배터리는 100와트시가 탑재돼 웹서핑 기준 15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으며, 충전은 맥세이프3를 활용한 140W 급속 충전 및 썬더볼트 4 기반의 USB-PD 충전을 지원한다.
3D 엔진, 렌더링 처리, 인공지능 개발 등에 최적
몇 년전만 해도 고성능 작업용 노트북의 선택지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인텔 제온 프로세서가 조합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뿐이었다. 하지만 애플 실리콘이 등장하고부터는 매킨토시 계열을 선택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바로 통합 메모리 덕분이다.
일반적인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 x86 시스템은 CPU가 시스템 메모리(RAM)를 활용하고, GPU는 그래픽 메모리(VRAM)만 사용한다. 그래서 작업 성향에 따라 사용자가 시스템 및 그래픽 메모리 용량을 각각 안배해야 한다. 비용 측면이나 시스템 구성 면에서도 선택이 쉽지 않고, 또 두 메모리가 각각 사용되기 때문에 시스템 메모리가 부족해도 그래픽 메모리는 유휴 상태인 등의 한계도 있다.
반면 애플 실리콘은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훨씬 크다. 엔비디아 모바일 GPU 중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가장 많은 RTX A5000과 RTX 4090 모바일도 16GB에 불과한데, 맥북프로 16의 M2 맥스는 최대 96GB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픽 메모리 용량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작업 환경이라면 매킨토시가 훨씬 유리하다.
애플 실리콘의 처리 속도 자체는 고성능 데스크톱 및 노트북 수준이다. 특정한 화상을 10분 간 반복 처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을 측정하는 시네벤치 R23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이때 단일 코어 점수는 1천439점, 다중 코어 점수는 1천4816점을 획득했다. 데스크톱으로 비교하면 AMD 라이젠 7600X나 인텔 코어 i7-11700K와 비슷한 수준이고, 노트북으로는 AMD 라이젠 9 6900HX 및 인텔 코어 i5-13600H와 비슷하다. 경쟁사의 x86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 데스크톱과 모바일 모두 최신 제품과 비교해 중간 수준이다.
다만 벤치마크 점수만 높고 다른 x86 시스템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나 오토캐드처럼 두 플랫폼 모두에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놓고 비교한다면 성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플랫폼이 달라서 실사용 기준으로는 어느 쪽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전력 효율은 애플 실리콘이 훨씬 우세인 점도 변수다. 단순히 최신 공정 대비 중 상급 수준의 처리 성능이라고만 여기자.
블렌더는 3D 컴퓨터 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로, x86 및 맥OS 모두에서 지원한다. 3.4 버전 벤치마크는 몬스터, 정크숍, 클래스룸 세 가지 3D 샘플을 렌더링한 다음, 1분당 몇 프레임을 처리했는지를 기준으로 성능을 평가한다. 세 개를 처리한 값의 총합이 높을수록 3D 렌더링 처리 속도가 빠른 컴퓨터다.
해당 테스트에서 M2 맥스의 CPU가 영상을 처리한 값의 총합은 254.18점, GPU가 처리한 값은 1천516.88로 확인된다. CPU 결과는 인텔 코어 i9-12950HX, GPU는 모바일 버전인 엔비디아 쿼드로 RTX 5000 맥스큐 버전 혹은 데스크톱용 AMD 라데온 프로 W6800과 비슷하다. 작년에 신제품으로 출시된 400~600만 원대 모바일 워크스테이션과 비슷한 사양이다. 물론 높은 전력효율을 통해 확보한 최장 15시간의 활용 시간, 최대 96GB에 달하는 메모리를 고려하면 실사용 성능과 작업 효율은 일반 워크스테이션 이상의 활용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전 세대 시스템과의 성능은 얼마나 차이 날까. 윈도우 및 맥OS, 모바일 기기의 종합적인 실사용 성능을 시험하는 긱벤치 6(Geekbench 6)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테스트는 CPU 테스트에 해당하는 단일 코어와 다중 코어 테스트, 그리고 GPU 테스트에 해당하는 맥OS용 메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및 오픈CL API를 각각 진행했다.
단일 코어 성능은 2천798점으로 M1 맥스의 2천300점 대에서 조금 올랐다. 대신 코어 수가 10코어에서 12코어로 향상됐기 때문에 다중 코어 점수는 1만2500점 대에서 14400점 대로 상승했다. 코어수 증가에 따른 성능 향상이지만,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근소하게 성능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픽 성능은 M2 맥스보다는 높지만 M1 울트라보다는 낮다. M2 맥스의 메탈 테스트 점수는 13만7403점이다. 동일 테스트에서 M1 맥스는 11만 점, M1 울트라는 15만 2천점이 나온다. OpenCL 역시 M2 맥스가 8만3900점이 나올 때, M1 울트라가 9만3천점, M1 맥스가 6만4800점대로 나온다.
대체 불가능한 활용도, 가격대 높아도 인기
애플 실리콘이 출시된 이후부터 매킨토시의 위상도 달라졌다. 인텔 기반 맥까지만 해도 매킨토시는 개발자나 맥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장치였으나, 이제는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특정한 용도를 두지 않고 다목적으로 활용하는데 쓰는 장치로 선택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전력 효율과 맥 자체의 높은 완성도, 맥OS 생태계의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리고 이제 막 매킨토시를 사용하려는 전문가라면, 결국 M2 프로와 M2 맥스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도 용도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리뷰에 사용된 맥북 프로 16은 옵션에 따라 M2 프로와 M2 맥스 중 하나를 탑재하며, 여기에 추가로 통합 메모리를 설정한다. M2 프로에 16GB 통합 메모리를 탑재한 기본 모델도 349만 원대, M2 맥스에 96GB 통합 메모리까지 적용된 모델은 592만 원대에 달한다. 구매를 앞둔 입장이라면 본인이 활용할 작업의 수준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개발이나 사진 및 영상 편집, 작곡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면 M2 프로 라인업을 권장한다. 이 정도 작업은 M2로도 충분하고, M2 프로라면 더더욱 부족함이 없다. 작업 처리 속도가 직접적으로 수익성에 연결되는 게 아니라면 M2 프로도 무난하다. 반면 3D 렌더링이나 인공지능 개발, 시뮬레이션, VFX(Visual effect) 등 한 차원 높은 연산 처리를 다룬다면 M2 맥스 정도는 활용해야 한다.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이 반드시 유리하지만, 휴대용으로 이런 작업들을 다루는 조건에서라면 납득할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세 가지 애플 실리콘 중 금액과 활용도, 성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