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명 이용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규제 벽 넘어 혁신 이룰까
[IT동아 김동진 기자] AI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만든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개인 종합소득세 신고와 환급을 돕는 서비스다. 국세청 홈택스로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간 또는 세무 지식이 부족하거나, 환급액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세무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삼쩜삼은 이 빈틈을 파고들어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예상 환급액을 제시하고 환급을 돕겠다고 나섰다. 번거로움을 대신해주는 편리함에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2월 기준, 삼쩜삼 누적 가입자는 1,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이용한 셈이다. 총 누적 환급금은 약 6,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세무 서비스에 나서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피한데, ‘삼쩜삼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다.
세무 취약층 대상 ‘간편한 환급 도움’ 서비스…주민등록번호 활용 필수
삼쩜삼의 주 고객층(약 90% 추정)은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으로,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등 단기 계약을 맺고 일회성으로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가 대부분이다. 10만원대 세금 환급액을 받기 위해 20만원 안팎의 세무사 수수료를 내며 세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긱 워커는 거의 없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번거롭게 여겨 환급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자비스앤빌런즈가 이용자 총 1만1,614명을 대상으로 ‘종합소득세 신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은 64.1%에 달했다. 세금 환급 신청을 번거로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 환급액을 간편하게 조회해주고 환급을 돕는 대신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삼쩜삼의 사업 모델이다.
삼쩜삼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삼쩜삼 사이트 또는 앱을 내려받은 후 실명과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담은 간편인증으로 로그인 후 ‘내 숨은 환급액 찾아보기’를 클릭, ‘환급액 조회하기’를 누르면 된다. 최근 5년간 소득과 납부한 세금, 환급 가능한 금액을 2분 안팎의 시간 안에 조회할 수 있고 환급 신청도 가능하다.
삼쩜삼 관계자는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와 약관 동의를 받아 국세청 홈택스 등에서 연동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최대 환급을 받을 수 있게 공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최대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공제항목과 개인 상황별 최대 환급을 도출하기 위해 택스 연구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IT기술로 세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자사 목표”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vs 주민등록번호 활용 불가피
삼쩜삼 이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2022년 3월, 한국소비자연맹은 삼쩜삼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하는 단계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며 “또한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금지하고 있는데, 삼쩜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급박한 재산상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컨대 통장 또는 카드 분실로 인한 정보주체의 급박한 재산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계좌번호나 카드번호 분실로 주민등록번호 외 다른 정보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기 명백하게 곤란한 경우 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쩜삼 측은 “소득세법상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기 위해서 주민등록번호가 필수이므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지원하는 삼쩜삼 서비스도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은 조사를 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건은 조사 중인 사안으로 관련 내용과 조사 마무리 시점 등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나친 규제” vs “법적 근거 불명확”
삼쩜삼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갈린다. 지나친 규제로 혁신 서비스 발전이 가로막힌다는 시각과 개인정보, 특히 신원을 구분하는 주민등록번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다.
스타트업을 연구하고 지원하기 위해 여야 의원이 모여 만든 모임인 ‘유니콘팜’의 1호 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은 정보 주체의 위임을 받으면 기존 허용 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유니콘팜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쩜삼 논란에 대해 “이용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현 개인정보보호법은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이를 법에 더 분명하게 명시해야 향후 스타트업을 둘러싼 분쟁을 줄이고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유재 충남대학교 컴퓨터융합학부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장)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세무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정보주체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약관을 꼼꼼하게 모두 읽고 체크하는 이용자는 드물기 때문에 이용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핵심 개인정보는 법 테두리 안에서 지킨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현시점에서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수집의 경우,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곤란하다. 따라서 삼쩜삼의 주민등록번호 수집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과거에 발생한 일을 두고 따지는 것이고, 과거의 일을 앞으로 이뤄질 규제 혁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접근”이라며 “남아 있는 과제는 혁신 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를 어떻게 적절하게 추진할 것인가다. 이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하며 법 개정을 기다리는 동안 혁신 기업의 골든 타임이 지난다는 판단이 들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현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주민등록번호 처리 법정주의는 해당 정보가 관행적으로 과다 수집, 이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그러나 삼쩜삼과 같이 업권법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신규 비지니스는 주민등록번호 처리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쩜삼이 세무대리 서비스라고 최종 판명이 난다면 주민등록번호 처리의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으로 이는 스타트업이 겪는 규제의 딜레마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어떠한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