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英 스플리트를 인수한 이유는?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영국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를 인수한다. 스플리트가 보유한 글로벌 택시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삼으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진출도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카카오T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도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2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영국 기업 스플리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스플리트는 우버, 그랩 등의 모빌리티 슈퍼앱에게 데이터 연결을 위한 API(앱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스플리트를 통하면 평소에 쓰던 자국앱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출처=카카오모빌리티
스플리트를 통하면 평소에 쓰던 자국앱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출처=카카오모빌리티

모빌리티 앱이 다른 앱과 데이터를 연결하면, 해외에서 현지 모빌리티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 카카오T가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슈퍼앱 ‘그랩’과 데이터를 연동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면 그랩 택시에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스플리트와 협력해, 총 32개국에서 ‘카카오T 로밍(연동)’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협력에서 더 나아가 스플리트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모빌리티 산업은 나라별로 규제와 문화가 달라서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스플리트를 통해 더 많은 해외 현지 앱과 협력을 하면, 더 빠르고 수월하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플리트는 유럽 및 북미에서 널리 쓰는 우버, 스페인판 우버인 캐비파이,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 중동 최대 모빌리티 사업자 카림은 물론 여행 전문 서비스인 트립닷컴과 부킹 홀딩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등과 협력해 세계 150개 국에서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세계 이용자 수만 20억 명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플리트 네트워크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카카오T 로밍 대상 국가를 빠르게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은 우버가, 동남아시아는 그랩이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했다. 신규 사업자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플리트를 인수한 것도 해외진출을 더 쉽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진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택시에게 콜을 몰아줬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했다. 또한, 대리운전·퀵서비스·택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승객들로부터 호출료를 받거나, 택시 기사가 내는 수수료를 인상하면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해외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플리트 인수로 얻는 건 현지 택시 공급망뿐만이 아니다. 스플리트는 ▲택시호출 ▲개인용 단거리 이동수단 ▲ 항공 ▲호텔 ▲식료품 배달 ▲대중교통 등 다양한 영역을 중개한다. 해외에 나갔을 때 카카오T로 이용하는 현지 서비스가 다양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카카오T 로밍은 카카오페이로 결제 가능하다. 모빌리티 이외의 다른 현지 서비스를 카카오T로 제공할 때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스플리트를 인수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외국인들의 수요도 카카오T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스플리트는 위챗, 알리페이, 트립닷컴 등 중국 내 주요 슈퍼앱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정책이 풀리면서 국내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단체여행을 갈 수 있는 나라에서 한국을 제외한 상황이다. 향후에도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할 때마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한편, 업계에선 스플리트의 메인 협력사인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협력관계에 관심이 모인다. 이들은 ‘우티’라는 합작사를 세워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우버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우티와 카카오T 중 어느 곳으로 연결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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