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팁스] 리피드 전준봉 대표, “베트남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9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년 처음 추진한 시드팁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창업팀의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드팁스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인 기존 팁스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창업자 또는 극 초기 창업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시드팁스는 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스파크랩, 앤틀러 등 4개 기관이 민간 운영사로 참여했다.
이에 IT동아가 이번 시드팁스에 참여, 선발된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22년 10월에 설립한 리피드(ReFeed)는 버려지거나 불법적으로 재사용되는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등 폐자원을 수거해 바이오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버려지는 폐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식물, 미생물, 동물 등 생물체(바이오매스)와 음식 쓰레기, 축산폐기물 등을 열분해 또는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이 상용화되어 있는 재생에너지다.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연료는 2050년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바이오연료는 항공기에 사용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경유차에 사용하는 바이오디젤(BD)이다. 기존 연료와 혼합 주유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7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연료혼합의무제도(Renewable Fuel Standard, 이하 RFS)를 시행하면서 자동차 수송용 연료에 BD 3%를 혼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2022년 1월부터 BD 혼합의무비율을 3년 단위로 0.5%씩 단계적으로 상향, 2030년 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디젤, 지속가능항공유… 바이오연료를 주목합니다
IT동아: 베트남 호치민에 있어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점 양해를 부탁한다. 베트남에 가 있는 이유도 궁금하지만… 먼저 리피드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전준봉 대표(이하 전 대표): 우리의 비전은 폐식용유를 수거/정제/인증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한다. 현재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등 바이오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SAF, BD 등으로 정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IT동아: 폐식용유를 바이오연료로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있다는 뜻인가.
전 대표: 맞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에너지 자원의 고갈 등으로 전 세계가 대체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탄소 배출 절감은 이제 모두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도 2050탄소 중립 추진전략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 법정 절차를 체계화했다.
바이오연료는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SAF다. 항공 산업에서 SAF는 가장 뜨거운 화두다. 전 세계 45개 이상의 항공사가 이미 SAF를 활용한 비행을 시험했다. 에어버스(Airbus)는 시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2025년 SAF 3,000만 리터 규모의 상업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의 동향도 일치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하며 SAF 생산 확대 목표를 제시했고,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SAF를 혼합해 비행할 것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RFS를 시행하며 바이오연료 사용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다.
IT동아: 바이오연료에 대한 관심과 시장 확대는 공감하고 있다. 상당히 큰 시장이다. 대형 항공사, 정유업체 등이 주목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궁금하다. 작년 10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이 어떤 경쟁력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인지.
전 대표: 하하. 지금 리피드가 폐식용유로 바이오연료를 연구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전략 중 하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 바로 폐식용유 확보다. 쉽게 말해 수거다. 식당,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를 안정적으로 수거해야 바이오연료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이에 SAF를 먼저 의무 도입하고 있는 유럽연합, 미국 등은 폐식용유를 어디서 가져왔고, 어떻게 관리했는지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폐식용유 배출처의 정보를 확인하고 바이오연료로 재활용해야 친환경 연료로 인증한다.
리피드는 여기에 집중했다. 폐식용유 수거 및 인증 솔루션이다.
IT동아: 베트남에 간 이유인가.
전 대표: 맞다. 베트남의 폐식용유는 36만 톤으로 국내 폐식용유의 2배에 가깝다. 그리고 약 13만 톤의 폐식용유가 불법 재사용된다. 한번 사용한 폐식용유를 다시 사용하는 일이 많다. 실제 베트남 길거리에는 호텔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서 1번 사용한 식용유를 다시 판매하는 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재사용에 대한 문제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아직 자리 잡지 않았다.
이에 폐식용유 수거 및 인증 솔루션을 개발했다. 식당, 공장 등에서 폐식용유 수거를 요청하면, 양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한 식용유 등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수거해 보관한다. 물류, 딜리버리에 가깝다. 폐식용유를 수거하며 바이오연료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IT동아: 어떻게 수거하는지 궁금하다.
전 대표: 베트남의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리피드 법인을 설립하고 2주 정도 지난 뒤에 바로 왔다.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기존 베트남 업체들과 인터뷰하고, 폐식용유를 배출하는 곳과 연락하며 바이오연료로 전환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을 자동화했다. 폐식용유 수거와 보관 등을 위한 인프라도 갖췄다.
폐식용유 수거를 위한 물류 과정은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하되, 데이터는 디지털로 자동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현장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하며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폐식용유 품질 상태는 어떤지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 폐식용유 배출처에서 앱을 사용해서 수거를 요청하면, 수거 시간, 수거 장소, 수거하는 폐식용유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누가 폐식용유를 가져왔는지, 어떻게 창고로 옮겼는지, 창고로 옮겨서 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등 바이오연료 인증에 필요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베트남 현지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가기 전 예상과 달랐을 수도 있는데.
전 대표: 하하. 리피드 설립 후 바로 베트남으로 온 뒤,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녔다. 유명한 관광지 근처도 못 가봤다. 폐식용유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단지, 식당 등을 다니며 정보를 구했다. 치킨집, 어묵 튀김집, 과자 공장 등… 시장 조사에 주력했다. 아, 리피드는 폐식용유 배출처에게 바이오연료 재활용에 따른 정보도 제공한다.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한다. 폐식용유 배출처에 돈을 주고 구입해 관리하고 있다.
IT동아: 폐식용유를 보관할 창고, 물류 등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 대표: 맞다.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래도 자금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사실 폐식용유 수거와 관리, 인증에 대한 문제는 리피드 설립 전 회사에 다니면서 기획했던 아이템이다. 폐식용유를 바이오연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량 확보가 필수다. 드럼통 몇 개 분량이 아닌, 최소 컨테이너 단위로 확보해야 한다. 몇 십 리터 단위는 의미가 없다. 소량 사용하는 치킨집, 튀김집 등을 촘촘하게 연결한 물류망이 필요하다.
IT동아: 그 부분이 궁금했다.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라는 접근 자체가 일반인은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생각 아닌가.
전 대표: 리피드 설립 전, 10년 이상 한화토탈에서 제품이나 오일을 사고파는 트레이더 업무를 경험하며 지금의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소량의 폐식용유 배출처를 하나로 묶어 연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에 온 뒤,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의 제조공장,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급식업체 등과 폐식용유 수거 계약을 체결하고 물량을 확보했다. 확보한 폐식용유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도 갖췄고, 수거를 위한 인력 확보와 효율적인 물류도 찾고 있다.
보관보다 수거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모은 폐식용유를 바이오연료로 전환하기 위해 수출하는 과정은 서류 업무지만… 발로 뛰어야 하는 과정 아닌가. 다만, 한국과 비교해 오토바이를 많이 사용하는 베트남 특성상 보다 유연한 수거 물류를 갖출 수 있어 긍정적이다.
IT동아: 같은 아이템으로 국내에서 먼저 시작할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베트남에 우선 진출할 이유가 있을 텐데.
전 대표: 폐식용유 시장 규모와 인프라 때문이다. 폐식용유 규모는 인구에 비례한다.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일수록 식용유를 많이 사용한다. 베트남 인구는 9,000만 명 이상으로 약 1억 명에 가깝다. 그만큼 폐식용유가 많다.
또한, 폐식용유를 관리하는 인프라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폐식용유를 많이 배출하는 식당이나 공장의 경우 99% 이상 수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선진국일수록 수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베트남은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신시장이다.
IT동아: 베트남과 비슷한 다른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 대표: 상황이 많이 다르다. 베트남과 비슷한 인구와 경제 수준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도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두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수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두 나라는 팜유를 많이 생산하는데, 관련 산업이 많이 발전해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팜 공장을 운영하며 폐식용유를 같이 관리한다.
이외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는 진출해서 사업을 하기에 상황 자체가 많이 열악하다. 많은 고려해 결정한 베트남 진출이다(웃음).
스타트업이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시드팁스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한 것인지 궁금하다.
전 대표: 리피드를 공동창업한 2명의 동료 중 1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아산나눔재단 출신이다. 이에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여러 액셀러레이터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엔틀러코리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중 시드팁스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직장인으로 10년 가까이 일했지만, 창업은 새로운 경험 아닌가. 엔틀러코리아를 통해 창업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미숙한 부분을 도움받으며 지금의 리피드를 설립할 수 있었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해 사업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도움받았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사업에 필요한 준비와 과정 자체가 많이 다르다. 다른 업체와 거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세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지, 다른 해외 업체와 거래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하다못해 세금계산서는 어떻게 발행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한국에 법인을 둔 리피드가 베트남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필요한 팁을 많이 받았다.
IT동아: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전 대표: 리피드를 설립하며, 주변에서 “많이 어렵지 않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거, 돈 안될 텐데’라고 말이다. 대기업도 어려운 일을 스타트업이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느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라서 도전할 수 있고, 스타트업이라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연료, 대체에너지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다. 그런데, 아무리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도 기존에 이미 구축해 놓은 시스템과 인프라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다. 리피드가 베트남에서 집중하고 있는 폐식용유 수거 및 관리를 대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을까? 아니다. 대기업은 시장을 평가하고, 필요한 인력과 시간, 자금 등 고려할 점이 많다. 그만큼 움직이기 쉽지 않다.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검토해도, 실제 실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이유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결정하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스타트업이어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어렵다(웃음). 스타트업을 잘 이해하는 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를 만나도, 우리의 사업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피드가 추구하는 목표다.
리피드는 베트남 현지에서 매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우리 리피드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