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팁스] 아젠다북, "리서치의 디지털화로 설문조사의 새로운 장 연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022년 9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년 처음 추진한 시드팁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창업팀의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인 기존 팁스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창업자 또는 극 초기 창업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시드팁스는 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스파크랩, 앤틀러 등 4개 기관이 민간 운영사로 참여했다. 이에 IT동아가 이번 시드팁스에 참여, 선발된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젠다북 문인식 대표는 기존의 리서치 업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빅데이터가 아닌 스몰데이터라고 보고 있다. 빅데이터는 비정형 형태로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수집된 대량의 데이터로, 분석과 가공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나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이 이 분야에 있다. 반면 스몰데이터는 국소적인 주제에 집중하는 작은 데이터로, 특정 주제나 결과를 도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빅데이터가 모든 답이 포함된 드넓은 도서관이라면, 스몰 데이터는 원하는 답이 적혀있는 책 한 권인 셈이다. 아젠다북의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사업 비전이 바로 이 스몰데이터에 달렸다.
“리서치 시장 기술 융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사업 시작”
아젠다북은 2020년 6월에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해 말을 시작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저·기업이 직접 만드는 리서치 결합 애플리케이션 ‘아젠다북’을 서비스하고 있다. 문인식 대표는 각각 10년씩 게임사와 데이터센터 운영 경력이 있으며, SDX 재단 이사이자 탄소감축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아젠다북은 스몰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을 가장 적절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하다가 시작했다고. 문 대표에게 아젠다북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문 대표는 “아젠다북은 사용자가 직접 리서치와 서베이(설문조사)를 올리고,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공개형 리서치 플랫폼이다. 단순한 설문조사와 다른 점은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수집하지 않는 대신 사용자가 설문조사를 참여할 때 자연스럽게 취향과 성향, 기호 등의 데이터를 입력해 익명 기반의 마이데이터를 형성한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두 세가지 질문만으로 200여 가지의 성향데이터(마이데이터)를 필터처럼 적용해 교차 분석 결과를 도출해낸다”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아젠다북의 진행 과정을 살펴봤다. 우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가입까지 끝내면, 메인 화면에서 기업이나 개인 등이 다양한 주제로 게시한 간단한 설문이 보인다. 기사가 나가는 시점에는 결혼식 축의금 비용에 대한 논쟁이나 역대 최고의 대통령, 택시 호출 서비스, 토트넘 대 첼시 경기 결과 등의 설문이 있다. 사용자가 간단히 설문에 응답하면 내 응답을 포함해 실시간으로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결과는 비율뿐만 아니라 차량 보유 여부나 재테크, 성향, 쇼핑, 기호, 취미, 라이프스타일 등 200여 가지의 필터링을 중복으로 걸 수 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원하는 분석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가령 기후환경 변화에 대해서 응답한 결과에서는 차량의 보유 여부나 소비 패턴, 버킷리스트 등을 걸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비율로 대답을 내놨는지 등도 실시간 분석을 통해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대척점인 스몰데이터로 최적의 효율 낸다
문인식 대표는 어떻게 이런 형태의 리서치 플랫폼을 기획하게 됐을까? 문 대표는 현재의 리서치 회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더디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도 국내외 리서치 기업들은 유선 등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 방법은 시간이나 비용도 문제지만 신규 패널 유입과 관리도 어렵고, 응답 신뢰성도 떨어진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거나 분석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디지털화해 보자는 생각으로 SNS와 설문조사를 결합한 플랫폼을 구상했으며, 응답자의 피로도를 줄이기위해 평소 다양한 성향데이터를 입력유도하고, 응답자 풀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스몰데이터 처리가 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리서치 결과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아젠다북만의 기술력인 ‘비시간 제약 집계 시스템(Non Time Limit, NTL)’도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일반적인 설문조사는 일회성으로 그치지만, 아젠다북의 설문은 시간이 지나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계속 추가된다. 예를 들어 1월 10일에 리서치가 종료된 사례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설문 참가자들의 마이데이터는 계속 쌓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집계했을 때 변화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젠다북은 세 가지 방식의 수익 모델을 구사한다. 광고 기획사나 리서치, 미디어 뿐만 아니라 고객 수요나 동향, 제품, 서비스 선호도 등 리서치가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직접 리서치를 개설하고 데이터 분석까지 돕는 B2B 수익 모델, 고객 반응이 중요한 마케팅 리서치 분야에서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부가 데이터를 창출하는 분석시스템 구독 모델, 특정 고객층에게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B2C 타겟맞춤광고모델 등이다. 이 과정에서 아젠다북이 직접 리서치를 대행하기도 하며, 참여자 역시 리워드를 통해 보상을 받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식 서비스는 올해 2분기 중에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역동적이고 대중적인 리서치 추구, 시드팁스로 인정받아
아젠다북을 설립한 시기는 2020년이지만, 기획과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22년 9월이 되어서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 인포뱅크가 투자 기업으로 참여하게 됐고,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의 시드팁스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문 대표는 “시드팁스 자체가 초기 기업이지만 아젠다북은 최소기능제품(MVP)이 나온 상황인 데다가, 해외 사업도 전개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시드팁스에 선정된듯 하다”라며 선정 이유를 생각했다. 이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드팁스에 참여하며 기술개발 지원 운영비는 물론 IR데이 등을 통한 후속 투자 여부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10일에도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주관한 시드 업 IR 데이에 참가했다. 계기가 마련되니 기업 소개서를 마련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까지 추진할 수 있었고, 또 시드팁스 자체에 대한 신뢰성 덕분에 더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투자사인 인포뱅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문 대표는 “시드팁스 과정에서 인포뱅크 역시 많은 도움을 줬다. 전문 투자사인 만큼 법무, 회계, 마케팅, 투자 자료 제작은 물론 디자인이나 UI/UX(사용자 경험), 특허까지 전방위로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스몰데이터를 앞세워 고객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도 대응한다는 점 역시 아젠다북이 시드팁스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오늘날 빅데이터는 무작위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아젠다북의 스몰데이터는 필요한 만큼의 데이터만 선정해서 보유하므로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된다.
문 대표에 따르면 동일한 결과를 도출할 때, 빅데이터로는 1페타 바이트의 저장 공간이 필요한 조건일 때, 아젠다북은 10기가바이트 수준(십만분의1)의 저장 공간으로도 약 100배 가까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버 비용과 탄소배출을 저감 하는 게 아젠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디지털 분석 플랫폼 만들 것
문인식 대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당면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전 세계 빅데이터는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방식이어서 기업 간의 데이터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아젠다북은 스몰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플랫폼으로써 스타트업이나 제조업, 중소기업, 연구소와 학교, 지자체등 다양한 산업이 리서치와 데이터 분석을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인식 대표는 시드팁스에 참여한 소감도 덧붙였다. 문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말고도 지원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IR데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만큼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도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에서 투자나 정부 사업, 제도, 해외 진출 등을 챙겨주고 있는 만큼, 노력에 부응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투명하고 공정한 스몰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분석 플랫폼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