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현관앞마켓 “하이퍼로컬 신선식품 구독 새 장 연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아침에 눈을 떠서 피곤한 몸을 일으키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어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여간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식재료를 미리 사 두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 매일 맛있는 국과 반찬을 만들어서, 아침마다 문 바로 앞까지 가져다 줬으면’ 하는 바람을 많은 이들이 하는 이유다.
경상남도와 부산 특정 지역에 사는 소비자 가구 약 60만 세대에게 이것은 바람이 아닌 현실이다. 하이퍼로컬(특정 지역에 한해 제공하는 서비스) 신선식품 구독 서비스 ‘현관앞키친’ 덕분이다.
현관앞키친은 스타트업 ‘현관앞마켓’이 운영한다. 지금은 부엌(키친)의 일인 식사 준비를 대신 하지만, 나아가 신선식품 식재료 전반을 다루는 마켓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현관앞키친은 경상남도의 ▲창원 ▲진주 ▲사전 ▲김해 ▲양산, 그리고 부산 지역의 아파트 단지 약 440곳에 사는 소비자 가구 약 60만 세대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관앞키친에서 ▲반찬 ▲국 ▲샐러드 세 가지 신선식품을 주간 혹은 월간(최소 주 2회, 최대 주 5회)으로 구독 가능하다. 물론, 원하는 요일 배송 지정과 쉬어가기, 날짜 변경(미루기)은 기본이다. 구독 가능한 신선식품의 종류는 아주 많다. 국은 15~20종, 샐러드는 20종, 반찬은 무려 3,000종에 달한다.
소비자는 매일 새벽 3시~아침 7시 사이에 신선식품을 받아 바로 식사를 하면 된다. 도시락처럼 바로 가지고 나가도, 남겨 뒀다가 저녁 식사로 먹어도 좋다. 이 서비스는 사람이 직접 만든 반찬과 국, 샐러드를 서비스 이름처럼 ‘현관 앞’까지 가져다 준다. 그럼에도 무료 배송이다. 서비스 자체의 가격도 일반 도시락, 반찬 구독 서비스보다 저렴하다. 비결은 하이퍼로컬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한 ‘배송 간소화’다.
현관앞키친은 물류 창고를 운영하지 않는다. 서비스 지역 내 아파트 단지의 라스트마일(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로의 마지막 구간) 배송지 거점을 마련하고, 그 곳으로 반찬과 국, 샐러드를 콜드체인(신선식품의 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저온 보관 기술) 합포장 출고한다.
배송지 거점에 반찬과 국, 샐러드가 도착하면, 거점별 배송자가 현관앞키친 소비자와 협의한 장소까지 배송한다. 이들 거점별 배송자는 서비스 지역 내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나 인근 거주자다. 그러면 배송자는 배달 수익을, 현관앞키친 소비자는 갓 만든 따뜻한 반찬과 국, 샐러드를 아침 일찍 신선한 상태로 무료 배송 받는다.
출고-거점 배송-라스트마일 배송이라는 단순 배송 구조는 하이퍼로컬이기에 가능한 구조다. 그래서 현관앞마켓은 경쟁사가 건당 수천 원씩 쓰는 새벽배송 근로자 섭외와 포장 비용, 물류 창고 건설 비용을 아낀다. 이를 고스란히 상품 가격의 인하, 거점별 배송자의 수익 증대에 활용한다.
현관앞키친은 반찬과 국, 샐러드를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는 ‘중간 맛’으로 만든다. 수많은 아파트 단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배려한 조치다. 나아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반찬이나 국의 종류도 꾸준히 늘려 새 메뉴로 만든다.
이들은 조리 과정에도 경영 효율 증대 방안을 도입했다. 현관앞키친은 하루에 반찬 5종과 국 1종, 샐러드 1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여러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적은 인력으로,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만든다. 조리 공간을 불필요하게 넓게 쓸 일도 없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인 덕분에 상품 폐기율도 낮다.
경상남도와 부산 지역 소비자는 현관앞키친 홈페이지에 접속,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서비스 대상 지역인지 간편하게 검색 가능하다. 주간과 월간 식단표도 이 곳에서 확인한다. 가정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기업도 현관앞키친의 서비스를 유용하게 쓴다. 매일 다른 반찬과 국을 2인~3인분 분량으로 정기 배송하는 '점심 단체 주문'도 마련한 덕분이다.
김승준 현관앞마켓 대표는 하이퍼로컬 신선식품 구독 서비스 현관앞키친 창업을 철저히 준비했다. 해군 조리병으로 복무했고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요리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그는, 하이퍼로컬의 특징을 활용한 새로운 유형의 식품 E커머스를 만들려 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신선도를 유지하되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는, 지역의 특성을 물류와 결합해 가치를 나누는 식품 E커머스다.
김승준 대표와 같은 뜻을 가진 임직원이 속속 현관앞마켓에 합류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공공 기관에서 물류 경력을 쌓은 팀장을 섭외해 하이퍼로컬의 가치를 극대화한 배송 구조를 궁리했다. 현관앞키친의 반찬과 국, 샐러드를 맛있게 조리할 담당자로는 단체급식 부문에서 30년 이상 일한 베테랑 생산팀장을 초빙했다. 마케팅, 개발 경력자도 들어와 힘을 보탰다.
김승준 대표는 현관앞마켓 임직원들의 나이대가 아주 다양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젊은 임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내서 서비스에 각종 편의와 기능을 넣는다.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 반영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중장년 임직원들은 사업의 기본, 음식 조리와 생산 체계를 튼튼하게 유지한다. 서비스를 우직하게 이끄는 돛 역할도 한다.
임직원과 힘을 합쳐, 김승준 대표는 베타 서비스 중 찾아낸 문제(재구독 결제 편의, 배송 구조 간소화)를 해결한 후 2022년 4월부터 현관앞키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단위 재구독 결제 시스템의 편의를 높인 덕분에 지금 현관앞키친의 재구독률은 월간 기준 80%에 달한다고 한다. 배송 구조도 고도화했다. 초기의 대면 거점 배송을 비대면 거점 배송으로 개선,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소요 비용도 건당 100원 이하로 줄였다.
2022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창업 지원금, 농산업 기업과의 네트워킹 등 도움을 받은 현관앞마켓은 착실히 성장했다. 한편으로는, 창업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문제를 발견해 꾸준히 개선하는 데에도 집중한다.
이미 이들은 음식 배달용 다회용 용기의 생산, 원가 절감이라는 도전 과제를 성공리에 해냈다. 이어 구독 서비스 플랫폼까지 구축한 이들은, 지금의 난제인 특화 마케팅 방안을 고심 중이다. 서비스 가능한 지역에 가장 알맞은 마케팅, 그 지역의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 홍보할 기술과 전략은 하이퍼로컬 서비스 기업이 반드시 풀 과제이기도 하다.
어려운 문제지만, 김승준 대표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음식 개발과 조리, 스마트 배송 기자재를 활용한 거점 배송과 라스트마일 배송 앱 개발 등 모든 서비스에 직접 관여하는 그는 든든한 팀원들과 비전을 공유한다. 서로 동기를 북돋우며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고 강조한다.
그 결과, 현관앞마켓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특정 지역 안에서 사전 마케팅을 펼치고, 이를 토대로 지역 내 아파트 단지 여러 곳에 동시 진출하는 것이다. 즉, 하이퍼로컬 서비스 대상의 밀집도를 높이고 단숨에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2월 부산에 적용, 서비스 범위를 부산 전역으로 넓혔다.
현관앞마켓은 ‘현세권 신청’ 기능을 마련했다. 현관앞키친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소비자들이 현세권 신청을 하면, 현관앞마켓이 이들의 수를 파악한다. 소비자 수가 일정 이상 많아지면 서비스 확장을 검토한다. 확장을 결정하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단지를 여러 곳 묶어 한번에 진출한다.
서비스 아파트 단지를 한 곳 한 곳씩 늘리면 자원이 많이 소모되고, 배송 동선이 흐트러져서 운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아파트 단지를 무리하게 넓혀도 같은 문제가 생기고, 마케팅 효율도 낮아진다. 김승준 대표는 이 전략을 구사해서 서비스 지역을 넓힌 결과, 배송을 포함한 운영 문제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동시에 서비스 지역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광고 유입률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60만 세대 이상의 잠재 서비스 소비자 가구, 하이퍼로컬 고유의 효율 높은 생산·배송 구조, 적확한 서비스 지역 확장 전략을 각각 확보한 현관앞마켓. 김승준 대표는 이들 성과를 토대로 서비스의 종류와 지역을 함께 넓힐 각오를 밝혔다.
김승준 대표는 “신선식품에 이어 계란, 우유 등 신선 식재료도 다루려 한다. 기존 서비스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현관앞키친 고유의 캐리어 케이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 방안도 마련했다. 농축수산가, 소상공인과 손 잡고 육류나 선어류를 공급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는 스타트업으로도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