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셀 “경쟁 치열한 건강기능식품 시장,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구 찾았죠”
[IT동아 권택경 기자] 우리가 설날에 떡국을 먹듯, 베트남에서는 설날에 쏘이걱이라는 음식을 먹곤 한다. 빨간빛을 띠는 찹쌀밥의 일종인데, 특유의 빨간색을 낼 때 사용하는 재료가 ‘걱’이라는 열매다. 베트남에서 걱은 행운과 건강을 불러오고 액운은 퇴치해주는 행운의 과일로 통한다.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오메가3·6·9 지방산 등 유용한 영양소가 많아 슈퍼푸드로도 꼽힌다.
실제로 걱은 세계적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뉴스킨의 대표 상품인 ‘G3’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 ‘천국의 열매’, ’눈의 여왕’이라고 불리울 만큼 그 효능은 인정받고 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조차 가공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는 널리 소비되고 있지는 않다. 원료의 효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가공하려면 우수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먼셀 차남준 대표와 휴먼셀 베트남 법인 김환 대표는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좋은 원료를 국내 기술력으로 가공해 제품화한 뒤 베트남 시장에 판매하면 어떨까?'
베트남의 좋은 원료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 합쳐
차 대표는 “보통 해외에 있는 원료들을 한국에 팔거나, 한국 제품을 해외에서 파는 게 기존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비즈니스 공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발상을 바꿔서 해외에 있는 원료를 한국에서 상품으로 개발하고 가공해서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걱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휴먼셀은 우선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파트너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 파트너 중 하나가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둔 한국계 제약사 필 인터내셔널이다. 휴먼셀은 현재 필 인터내셔널과 협력해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차 대표는 “필 인터내셔널은 연질캡슐 제조설비 부문으로는 유럽의약청의 가이드라인 EU-GMP를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받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휴먼셀의 제품은 현재 베트남 내 롯데마트와 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 등 오프라인 판매처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걱은 베트남에서 정력제, 유방암 예방, 시력 보호 등 다양한 기능으로 알려져 있는데, 휴먼셀은 이 중 시력 보호를 통한 눈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으로 눈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잦은 디지털 시대인만큼 눈 건강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걱에는 눈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당근의 10배에 달하며, 지용성의 흡수율까지 포함하면 그 효과는 80배 이상이라는게 휴먼셀 측의 설명이다. 또한 주로 노인에게 효과가 있는 루테인 단일성분 제품과 달리 모든 연령대의 일상적 눈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걱을 이용한 휴먼셀 제품의 특징이다.
휴먼셀은 걱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치가 높은 원료를 계속해서 개발하여 제품화 할 계획이다. 현재 걱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소재는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침향나무(Agarwood)다. 동남아에서 주로 나지만, 중동에서 주로 향료로 많이 소비되며 국내에서는 한약재로 알음알음 소비되고 있다. 차 대표는 “침향의 전 세계 시장 규모를 7조 원에서 10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큰 시장에 유명한 브랜드가 없다”면서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로 침향을 브랜드화 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면 휴먼셀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원재료를 가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로 제품을 고도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휴먼셀은 국내 최고 수준의 약학교수진과 베트남 현지 대학 연구팀과의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의 맛과 영양소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한 가지 휴먼셀이 관심을 쏟고 있는 건 원료의 ‘표준화’다. 천연 작물 소재의 특성상 개체마다 각종 성분 함량이 다른데, 이를 표준화해야 원료 그 자체를 상품화하기 용이하다. 예컨대 밀가루도 품종, 재배 조건에 따라 특유의 찰기와 탄력을 만드는 성분인 글루텐 함량이 다르지만 이를 기준에 따라 표준화하여 용도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등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차 대표는 “걱도 품종, 개체에 따라 성분 함량이 다르다. 그래서 원료 표준화를 위해선 품종 개량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함량이 월등히 높은 품종 몇 종을 선별해두었다. 이를 계약재배해 수매한 뒤 분말, 액상 등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 원료 시장 등 B2B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성공 발판 삼아 글로벌 확장
두 대표가 국내가 아닌 베트남 시장을 선택한 건, 단순히 국내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환 대표는 롯데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 대홍기획의 베트남 법인장을 지낸 베트남 시장 전문가였다. 김 대표에게는 오히려 베트남이 ‘홈그라운드’인 셈이다.
차 대표가 국내에서 기술 개발을 위한 파트너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면, 김환 대표는 베트남 현지 시장 공략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김환 대표는 2014년부터 베트남에서 일하며 국내 기업들이 숱하게 실패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대부분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없이 한국에서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로 김 대표는는 분석했다. 베트남 시장을 너무 쉽게 보고 안이하게 접근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목격한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휴먼셀 베트남 법인을 일궈나가고 있다.
휴먼셀이 다른 국내 기업보다는 베트남 현지 사정에 밝다곤 하나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정을 아는 것과 이를 실무에 적용할 때 부딪히는 현실적 어려움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휴먼셀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력 채용, 현지 마케팅 등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창업허브(SBA)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지원은 휴먼셀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홍보물 제작및 마케팅과 관련해서 베트남 현지 코디네이터의 컨설팅, 예산 등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차 대표는 단순히 도움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서울창업허브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의 테스트베드이자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며 얻은 경험을 후에 베트남에 진출할 다른 지원 기업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휴먼셀은 현재 베트남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베트남 시장에 머물 생각은 없다. 차 대표는 “걱의 원산지인 베트남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