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의 6년 연구 집약된 최초 헤드셋 '다이슨존'..."공기청정과 음악감상 가능해"
[IT동아 정연호 기자]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이 공기 청정 기능이 탑재된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다이슨 존(Dyson Zone)’의 스펙을 공개했다. 올해 3월 제품이 공개된 뒤로 구체적인 스펙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가 소음과 공기 오염 등 주거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다이슨이 최초로 출시한 공기 청정 헤드셋으로 이용자들은 각종 공해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현재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 이후로는 도시인이 전체 인구의 70% 정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도시화는 그 이면에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공기 오염, 소음 등의 공해를 불러왔다.
유럽환경청(EEA)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인구 5명 중 1명은 건강에 해로운 소음에 노출되고 있으며, 매년 1만 2000명의 조기사망이 소음과 관련된다. 이는 EU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소음은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주고, 수면을 방해하는 등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오염 역시 세계적인 문제다. 도시에는 큰 건물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건물 사이로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오염물질이 축적된다. 세계 인구 99%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기준을 넘은 해로운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오염을 호흡하는 것때문에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이 조기사망하고 있다.
지난 1일 진행된 화상 브리핑 세션에서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인스는 “다이슨의 목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슨이 집중하게 된 글로벌한 과제는 도시의 삶을 망치는 각종 공해이며, 이를 해결하려는 고민과 연구가 낳은 결과물이 다이슨존이다.
다이슨의 공기 청정 전문성이 집약된 헤드셋
다이슨존은 30년에 걸친 다이슨의 실내 및 실외 공기 관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양쪽 이어컵에 공기 청정을 위한 소형 컴프레서가 추가되면서 공기 정화 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다이슨은 노이즈캔슬링에 특히 신경 썼다고 설명한다. 다이슨존은 2023년 1월 중국을 시작으로 2023년 3월부터 미국, 영국, 홍콩 및 싱가포르에서 판매된다. 다만,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제품에 대한 가격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기 청정의 작동 과정이 이렇다. 이어컵에 내장된 컴프레서는 듀얼 레이어 필터로 공기를 흡입하고, 비접촉식 바이저로 정화된 공기를 사용자 코와 입으로 전달한다. 이때 외부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됐다. 바이저는 탈부착이 가능해 외부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실내로 들어갈 때 이를 뺄 수 있다. 제품을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실험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서, 다이슨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 그 안에 마스크를 덧대서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품의 헤드 밴드는 얼굴에 맞춰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먼지를 정전기로 흡착시키는 정전식 필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머리카락 1000분의 1 크기인 0.1마이크론 초미세먼지도 잡아낼 수 있다. 포타슘 농축 탄소 필터를 통해서는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오존(O3)과 같은 산성 가스뿐 아니라, 건설 현장의 매연, 하수, 지하철의 탁한 공기 등 불쾌한 냄새도 포착하고 정화한다. 필터는 클리닝이 불가능하고, 최대 12개월 동안 지속되므로 이후에 교체해야 한다.
음악의 원음 그대로를 구현하려는 노력
다이슨존은 다이슨이 오랫동안 음향기기를 연구하고, 최초로 내놓는 헤드셋 제품이다. 다이슨은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왜곡된 사운드의 최소화다. 지능적인 신호 처리를 통해 스피커 드라이버의 출력을 초당 4만 8000회로 균등화했고, 이를 통해 전체 주파수 범위에서 입력되지 않는 신호인 고조파 왜곡을 최소화했다.
둘째, 이어컵에 배치한 컴프레서의 진동으로 인한 소음과 도시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다. 다이슨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은 기기의 11개 마이크 중 8개를 사용해 주변음을 초당 38만 4000번 모니터링해 이를 상쇄한다. 20Hz부터 20kHz의 범위에서 일반적인 대화 소리에 해당하는 38db까지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한다. 헤드셋 에어쿠션을 제작할 때도 소음이 흘러 들어가지 않게끔 밀착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셋째, 가청 범위를 넘은 6Hz-21kHz의 주파수를 재현함으로써 풀 스펙트럼 오디오를 제공하는 것이다. 외부 소음을 줄이고 사용자 목소리를 확실히 잡아주는 빔포밍을 통해선 마이크로 전달하는 소리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넷째, 디테일한 부분도 들을 수 있는 과학적 튜닝이다. 과학적 연구와 광범위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서, 각 주파수 대역에서 정확한 오디오를 제공하고자 최적화 EQ설정을 개발했다. 다섯째, 다양한 머리 크기와 구조를 연구하면서 이용자가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게 제품을 제작했다. 3D프린팅으로 다양한 두상에 맞춰 제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연결을 통해 이용자 경험을 확대할 것"
다이슨존을 사용할 땐 마이다이슨 앱으로 주변 대기질과 소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 앱에서 연동을 하면 된다. 이를 통해 공기흐름을 로우, 미디엄, 하이, 자동 모드로 정할 수 있고 노이즈캔슬링 기능도 설정할 수 있다. 헤드 감지 기능이 있어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을 땐 제품이 대기모드로 전환되고, 바이저를 내리면 대화 모드가 활성화돼 공기 정화 기능이 꺼지고 음악이 일시 중지된다.
제품은 2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USB-C단자로 충전할 수 있다. 공기 청정 기능을 끄면 최대 50시간 사용 가능이 가능하고, 공기 정화 기능과 오디오 기능을 함께 사용할 경우 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3시간 내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
제품의 탄탄한 내구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다이슨은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슨존을 다양한 온도를 테스트하는 제어 챔버, 낙하 테스트, 소재 및 직물 마모 테스트, 버튼 견고성 등 다양한 극한의 테스트를 거쳤다. 다이슨은 영국 기반 테스트 외에도 말레이시아 기술 개발 센터의 실험을 통해서, 비교적 따뜻한 기후와 높은 습도에서도 제품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영국, 중국 및 싱가포르에서 사용자의 시범 사용이 진행됐다.
바이저를 함께 사용할 때 다이슨존은 다소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어서 사용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제품은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대기질과 소음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건강을 신경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출시됐다고도 할 수 있다.
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기 오염은 특정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넘어와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되는 곳은 드물다는 얘기다. 또한, 도시의 소음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다이슨존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공해를 해결하는 제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