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1인 1비서의 시대가 열린다, 자동차에 탑승하는 AI비서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최신 자동차에는 비서들이 타고 있다
요즘 들어 저는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누군가와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바로 저의 개인 비서인데요. 최근에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아리야, 목적지까지 최소시간 경로로 안내해 줘.”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기에 개인 비서를 데리고 다니냐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눈치챈 분들이 있겠지요. 사실 제 비서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하 AI)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AI비서 한 명(?)씩은 데리고 다닙니다. 비서가 자동차에 내장돼 있는가, 휴대폰에 있는가 하는 차이 정도가 있겠지요. 이제는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AI 비서를 이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인 1비서 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요.
과거에는 스마트폰으로 AI 비서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점차 자동차에 탑재된 AI 비서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오늘은 우리의 운전을 쾌적하게 도와주는 자동차 AI 비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예전에는 음성 기반의 AI 기술이 낯설었는데, 최근 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성인식 AI 기술을 잘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제한된 명령어로만 AI를 조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상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AI가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맞춰 사람이 원하는 대답이나 행동을 해 주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죠. AI의 학습모델이 발전하고 학습하는 음성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실제 대화에서 AI가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언어를 AI가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술을 ‘자연어 음성인식’이라고 부릅니다.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은 음성인식단계, 자연어 처리단계, 인식 도출단계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단계에서는 컴퓨터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텍스트로 전환하는데요. 주변 소음을 제거하는 등 전처리를 거쳐서 사람 목소리를 특정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뽑아냅니다.
그다음 자연어 처리단계에서는 사람이 말한 대화 형태의 언어, 즉 ‘자연어’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 만듭니다. 자연어를 말의 단위로 쪼개서 형태소 분석을 하고, 구문 해석과 의미 분석 등을 거쳐서 맥락에 맞는 의도를 해석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인식 도출단계에서는 자연어 처리를 통해 나온 결괏값에 맞게 반응을 합니다. 제가 ‘아리’에게 말한 것에 따라, 실제로 내비게이션의 최소시간 경로로 길을 바꾸고 안내해주는 식입니다.
음성 비서는 집에서 홈 IoT(사물인터넷)를 위해 AI 스피커를 이용하는 경우에 많이 활용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음성 AI와 연동해서 ‘보이스 커머스(음성으로 하는 쇼핑)’ 시장이 열리기도 하고, 의료분야나 메타버스 등에서 활용되는 등 그 이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빌리티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자동차와 AI 비서를 융합하고 있고요.
막상 자동차에서 AI 비서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자동차 AI 비서들이 어떤 일들을 하나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기능은 내비게이션 제어 기능일 겁니다. 휴대폰이나 차량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하는 것입니다. 목적지를 말하고 길 안내, 혹은 가까운 병원 위치나 경로 내의 저렴한 주유소 안내를 요청하는 것 등이죠.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를 말해주거나 증시 동향, 스포츠 경기 결과, 날씨 등을 알려주기도 하죠.
조금 더 나아가 보면 차량을 제어하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음성 명령으로 자동차 조명이나 온도를 조절하거나 창문을 열고 닫는 것이죠. 스마트홈 네트워크를 연동해 집에 있는 전자기기들을 제어하거나 화상회의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정보서비스 기업인 JD파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음성 인식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동차 기능 중 가장 인기 있는 게 ‘내비게이션’입니다. 그다음이 음악 제어, 운전자 경고죠. 자동차 제어나 주차기능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도 절반이 넘습니다. 이제는 운전자들도 AI 비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겠죠.
현재 개발 중인 기술에는 사용자 의도나 맥락을 파악하는 AI 비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창문 열어줘’라고 요청한다면 ‘왜 창문을 열라고 할까?’를 파악한다는 것이죠. AI가 바깥 날씨나 미세먼지 정보를 고려해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입니다. 정말 창문을 열까요?”라고 말하거나, “졸리신 거라면 졸음 방지용 플레이리스트 음악을 틀까요?” 등의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아직은 개발 단계지만 이런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정말 비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겠네요.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AI 비서에 익숙해진 것 같네요. AI 비서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어떤 곳이 있나요?
자동차용 AI 비서를 개발하는 기업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통신 회사, 빅테크 기업, 완성차 업체죠. 통신 회사는 무선 통신 기술을 내세우며 실시간 클라우드 연결을 기반으로 한 AI 비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SK텔레콤이 ‘누구’, KT가 ‘기가지니’를 개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AI 개발을 일찌감치 시작한 빅테크 기업도 자동차에 자사의 AI 비서를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바이두의 ‘샤오두’ 등을 비롯해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i‘ 등이 있죠.
완성차 업체들은 통신사나 빅테크 기업의 AI 비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용 AI 비서를 탑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현대차그룹은 미국 사운드하운드의 AI 플랫폼인 ‘하운디파이’ 기반 AI 비서를 만들었고, BMW는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라는 자체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탑재하는 AI 비서의 장점은 차량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타 업체 AI가 자동차를 제어하려면 권한이나 정보를 열어줘야 하는 반면, 자체적으로 탑재한 AI라면 그럴 필요 없이 자유로운 자동차 제어가 가능하겠죠.
그중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업체가 있을까요?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AI 비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엔비디아’를 소개할까 합니다. 엔비디아는 자동차 플랫폼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 ‘드라이브 컨시어지(Drive Concierge)’를 선보였습니다. 드라이브 컨시어지는 실내 감지 소프트웨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IX’ 기술과 ‘엔비디아 옴니버스 아바타’를 사용하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엔비디아 옴니버스 아바타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옴니버스 아바타는 음성 AI, 컴퓨터 비전(이미지와 영상 속 시각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기술), 자연어 처리, 추천 엔진과 시뮬레이션 기능 등이 탑재돼 있어요.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고, 말하는 이의 의도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천, 예약, 전화를 운전자 대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와 승객에 따른 맞춤형 안내도 가능합니다. 운전자가 자동차에 지갑을 두고 내린 적이 있다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 운전자에게 “지갑을 두고 내리지 마세요”라고 안내하는 식이죠. 미리 설정해 두면 주행가능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었을 때 알림 메시지를 띄울 수도 있습니다. 실내에 설치된 카메라와 상호작용하면서, 운전자가 운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집중하라고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엔비디아 시스템은 디지털 콕핏(차량 편의기능을 제공하는 기술)과 연계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시각 정보와 결합해서 안전하게 운전하고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돕고, 차량 내부 센서로 제스처를 인식하며, 비디오 콘퍼런스나 아이 두고 내림 방지 알림 등을 제공하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게임이나 도난 방지 등의 부가기능도 수행합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AI 비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래에는 자동차의 AI 비서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마이클이 위기에 빠질 때 손목시계에 대고 “도와줘, 키트!”를 외치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차 ‘키트’가 쏜살같이 달려와 위기에서 주인공을 구해내곤 하죠. 이 ‘키트’는 자율주행 기술과 AI 비서가 완전히 결합된 형태의 자동차였을 것입니다. 드라마 내용처럼 AI가 자동차를 완전히 조종하는 형태로 점차 발전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요.
지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도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극 중 ‘닉 퓨리’가 경찰로 위장한 적들에게 둘러싸이고 공격을 받게 되자, 자동차에 장착된 AI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탑승자 부상과 차량 파손 정도를 분석하고 이를 보고하며, 심지어 스스로 자동차를 정비하고 운전자에게 피신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아직 구현되지 않은 상상 속 기술입니다. 다만, 자동차 AI 비서는 앞으로 단순 안내를 넘어 차량을 조작하고, 운전자 보호를 위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고도의 분석작업까지 하는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AI 비서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음성 인식 기술의 향상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움직이면서 종종 시끄러운 환경에서 주행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택시용 목적기반차량(PBV)에 설치된 AI 비서가 음성 인식이 잘 안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목적지 지정 시 기사와 승객이 동시에 말하거나 라디오 등의 음성이 개입되면 오류가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식률을 높이려면 배경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특정인의 음성을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음성 분리’ 기술이 향상돼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개인 정보와 데이터 보안 측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성 비서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52%가 보안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1%의 사람들은 음성 비서가 자신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죠. 앞으로 AI 비서를 연구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고 안전한 이용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술 확보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통신과 ICT 기술 경쟁력은 높은 편이지만,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등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측면이 있죠. AI 성능 향상을 위한 학습 데이터의 확보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여러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음성 비서를 포함한 AI 비서에 대해 80%의 사람들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66% 이상이 매주 AI 비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19%는 매일 사용한다고 응답했죠. 이제 사람들에게 AI 비서는 일상생활 속 기술이라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단점들이 해소되고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AI 비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