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볼보' 토슬란다 생산 공장…"1,400대 로봇과 6,500명 작업자의 조화가 ‘핵심’"
[IT동아 예테보리(스웨덴)=김동진 기자] 스웨덴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예테보리시 토슬란다(Torslanda) 볼보차 생산 공장. 이곳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계와 사람이 조화를 이룬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400여대 로봇이 용접부터 부품 조립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면서도, 사람의 눈과 손이 필요한 세심한 공정에는 이내 작업자가 등장한다. 조립 후 최종 품질 점검도 스캔 로봇에 이어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 로봇과 사람의 업무 균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볼보 토슬란다 생산 공장을 찾았다.
볼보 토슬란다 공장은 1964년 4월, 문을 열었다. 볼보자동차의 가장 오래된 생산기지 중 하나로, 약 6,500여명의 직원이 3교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30만대에 달한다.
토슬란다 공장에서는 볼보 XC90, XC60 등 주력 모델이 생산된다. 이 공장의 전체 면적은 45만m²(약 13만6,000평)로, 직원들은 이곳을 ‘아마존’이라고 부른다. 투어용 카트를 타고도 1시간 가까이 돌아야 생산라인 대부분을 볼 수 있었다.
자동차 공정은 크게 ▲압축 공정(Press) ▲차체 공정(Body) ▲ 도장 공정(Paint) ▲ 조립 공정(Assembly line) ▲ 최종 품질 테스트(QA)로 나뉜다.
볼보자동차 생산 공정 전반에는 자동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스위스 로봇 자동화 기업인 ABB 1세대와 2세대 기기들이 자동화 공정을 이끈다.
압축 공정이 진행되는 프레스 샵(Press shop)에는 철판 코일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 두루마리 휴지와 같은 돌돌 말린 철이 대형 트럭에 실려 운반되는 장면을 도로에서 봤을 것이다. 이 철판 코일을 풀어 필요한 만큼 자른 후 프레스기로 강한 압력을 가해 차체에 맞는 부품을 만든다.
볼보 관계자는 “스웨덴 룰레오 공과대학교와 협업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철강을 생산한다고 자부한다”며 “2300톤의 고압력을 철판 코일에 가하지만, 높은 기술력으로 큰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필요한 만큼 자르고 남은 철판 코일 찌꺼기를 수거하는 업자 1,000여명이 공장을 드나들고 있어, 남은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도 없다고 강조했다.
1,400여대 로봇과 6,500여명 직원의 조화가 핵심
생산 라인에서는 각 용접 로봇이 프레스 공정에서 생산된 철판 부품을 알맞게 연결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불꽃을 튀기며 작업 중이었다. 볼보 관계자는 “용접 로봇들이 차체에 필요한 용접 포인트를 자동으로 5,000개쯤 찍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스캔 로봇들이 용접 포인트가 적절한 위치에 알맞은 크기로 찍혔는지 검증한 후 다시 사람이 확인하는 방식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볼보 관계자는 “부품마다 담당 직원의 ID를 인쇄해 넣기 때문에 누가 언제 이 부품을 만들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며 “볼보 공장은 로봇과 사람의 업무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자가 다니는 길을 나무바닥으로 만들어 혹시라도 넘어질 경우 다치지 않도록 했다”며 “작업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기계 문이 조금만 열려도 공정이 멈추는 비상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조립이 끝난 후 자동차의 색깔을 입히는 도장 공정이 진행된다. 이후 엔진과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을 결합하고, 실내 대시보드와 의자를 조립하는 과정 또한 로봇이 주도한다. 여기에 사람이 고르게 도장면이 형성됐는지, 실내 부품에는 이상이 없는지를 기계와 함께 수시로 체크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주행테스트까지 끝나면, 고객에게 차량이 인도된다.
100억 크로나 쏟아부어 전기차 시대 준비
볼보자동차는 2030년 전 라인업 전동화를 선언했다. 현재 XC40과 C40 등 전기차 라인은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전 라인업 전동화를 앞둔 만큼, 토슬란다 공장도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 중이다. 그 일환으로 볼보는 토슬란다 생산 공정에 전기차 생산을 고려한 '메리지 포인트(Marriage Point)’를 추가했다. 메리지 포인트는 차량 바디와 하부구조가 만나는 곳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추후 순수 전기차 생산을 위해 자동차 바닥의 형태를 따라 배터리 셀과 모듈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생산 공정을 개조할 계획이다.
볼보 관계자는 메리지 포인트에서 투어차량을 1분가량 멈춰 차체와 하부 구조를 각각 하나로 합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볼보는 또 토슬란다 공장의 전기차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0억크로나 (약 1조2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을 고려한 새로운 제조 공정, ‘메가 캐스팅(Mega Casting)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메가 캐스팅은 녹인 쇠붙이를 형틀에 부어 굳혀 모양을 만드는 주조(Casting)를 한번에 크게 하는 기법이다. 커다란 부품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용접했던 기존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여러 부품이 하나로 통합되는 효과가 있어 필요한 로봇과 공정 수, 공정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볼보는 토슬란다 공장에 메가 캐스팅을 적용, 차체 제작과 도장, 배터리 및 차체 조립 등 생산과정 전반을 정비하고 제조공정 단순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원자재 수급과 유통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감축해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볼보는 플라스틱 페트(PET)병이나 와인을 마신 후 남은 코르크 등으로 만든 소재인 ‘노르디코(Nordico)’를 차량 소재로 활용하는 등 2025년까지 전 세계 제조 네트워크에서 생산하는 차량 1대당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대비 3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비에르 발레라(Javier Varela) 볼보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운영 책임자는 “이번 토슬란다 공장 투자로 볼보의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알렸다”며 “지속 가능성 실현을 위한 기술을 공장 전반에 적용해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