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이스라엘의 최신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은?
[IT동아 차주경 기자] 스타트업이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한 시대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여러 가지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을 편다. 창업 자금 직간접 지원과 세제·규제 특례, 기술·제품 연구 개발과 네트워킹 공간 및 스타트업 특구 조성, 해외 투자금과 인재 유치 정책 등이 공통 골자다.
세계 각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은 대개 내용이 비슷하지만, 나라별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것도 있다. 수원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김성민 주임교수, ‘창업정책연구와 자금확보 로드맵 수립’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원생들이 세계 각국의 최신 스타트업 육성·지원 정책을 조사, 정리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만한 정책을 찾아 업계에 제언할 목적이다.
일본 - 경제산업성 주도, 스타트업의 ‘지식재산권’ 강화에 집중
일본 정부 기관 가운데 경제산업성, 그 아래 중소기업청과 산업기술환경국, 특허청 등이 스타트업 지원·육성을 주도한다. 경제산업성은 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문부과학성(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은 산학연계와 연구 개발, 기원 지업을 담당한다. 후생노동성(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역할)과 농림수산성(농림축산식품부 역할)도 각각 의료, 식료 부문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을 운영한다. 자금 조달은 일본정책투자은행, 일본정책금융공고가 맡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6월 기준,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 64개를 운영한다. 예비 창업을 시작으로 초기 창업, 시드 투자와 시리즈 투자, M&A 혹은 IPO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의 모든 단계에 알맞은 지원 정책으로 구성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64개 지원 정책의 대상과 지원 절차, 담당 기관과 담당자 연락처 등을 홈페이지에 PDF 자료로 공개한다.
자금 지원은 대부분 저금리 대출과 금리 우대다. 그 밖의 지원도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이 훨씬 많다. 창업 직후 7년간 최대 7,200만 엔(약 7억 2,000만 원)을 저금리 대출하는 ‘신규개업지원자금’, 뚜렷한 성과를 내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딥테크 스타트업의 채무를 50%까지, 최대 25억 엔(약 250억 원) 보증하는 ‘채무보증’ 제도가 눈에 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하거나 CV를 구성할 때 일정 비용을 '법인세 공제 혹은 소득공제'하는 제도, 엔젤 투자자에게 '세금우대 혜택'을 주는 제도도 운영한다.
일본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식재산권 강화’다. 먼저 산업 부문별로 연구개발형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을 따로 운영해 대학교나 기업의 지식재산권 연구를 진작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연구개발형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500만 엔(약 5,000만 원)~2억 5,000만 엔(약 25억 원)의 자금을 직접 지원한다.
연구 개발로 지식재산권이 만들어지면 특허 출원 기간의 단축, 규제 특례 등 혜택도 준다. 특허청은 이들 지식재산권의 사업화를 지원하면서 산업계 전문가와 대학교, 대기업에 적극 알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유도한다. 지식재산권 연구 개발과 제작, 특허 출원과 등록, 기술 이전 절차와 대상 기업은 물론 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즉, 시작부터 성과를 내기까지 지식재산권의 모든 것을 관리한다.
일본 내각부(행정안정부)는 최근 ‘스타트업 담당상’을 신설, 2027년까지 스타트업의 개수를 10배 늘린다고 밝혔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와 후쿠오카를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스타트업 특구로 만들고 이 곳에서 기업을 육성할 세부 계획도 공개했다. 경제산업성을 포함한 일본 정부 기관은 2021년 스타트업 지원·육성과 투자에 7,801억 엔(약 7조 8,000억 원)을 직접 투자했다. 목표는 2022년 11개인 유니콘 스타트업을 2024년까지 35곳으로 세 배 늘리는 것이다.
조사 : 차주경 IT동아 기자 / 출처 : 일본 정보과학성
중국 - 과학기술 산업화, 산학연관의 풍부한 자금·인프라·교육 지원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을 가진 강국이다. 1979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정부가 마련한 초기 기업 창업 정책은 2000년대 인터넷·온라인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오늘날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업을 낳은 요람 역할을 했다. 이어 중국은 2014년부터 대중 창업과 혁신을 통한 경제 활성화, 융합 서비스와 첨단 제조업으로의 창업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2015년 중국 정부는 ‘대중창업, 만중혁신’ 창업 정책을 공개했다.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만들고 지원·육성 정책을 강화해 개인 창업을 활성화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경제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를 이끌 창업 공간과 자금 지원 정책 등 기반도 튼튼히 구축했다. 이어 이 정책은 2017년 전후 '과학기술 사업화'와 '고부가가치 기회형 창업'으로 발전한다.
중국 정부는 2018년 '대중창업, 만중혁신' 창업 정책을 개선하고 6대 목표를 제시했다. ▲창업 서비스 플랫폼 업그레이드 ▲창업의 고용 창출 효과 확대 ▲과학기술형 창업 촉진 ▲시범기지 효과 제고 ▲대·중·소기업의 혁신 창업 협력 강화 ▲혁신창업을 위한 국제 교류 협력 등이다. 이 목표를 이룰 세부 조치 34개도 함께 공개하고 담당 부처를 지정했다.
창업 문화와 기반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자금 지원 정책도 꾸준히 다듬었다. 1988년 중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만든 ‘횃불계획’이 시초다. 중국 전국에 첨단 기술 혁신 구역을 만들고 자원, 인재를 모아 성장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2007년 창업투자인도기금으로 발전한다. 창업투자기금은 2018년까지 2,041건 투자를 단행했는데, 총 조성 금액은 무려 5조 3,000억 위안(약 1,030조 원)에 달한다. 스타트업의 증권 거래소 ‘커촹반’도 힘을 보탰다. 중소판, 창업판, 신삼판 등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증권 거래소에 이어, 중국 정부가 마련한 정보통신·첨단 기술·신산업 스타트업의 증권 거래소다. 덕분에 스타트업의 자금 수혈이 한결 원활해졌고, 일반 투자도 이끌었다.
중국 정부는 창업 정책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대학교의 자발적 창업 교육을,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창업 교육 시범 기지를 만들어 교육 내용을 다듬었다. 이를 토대로 2009년부터는 중국 교육부 주도로 실질 창업 교육을 전면 추진 중이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로 불리는 정보통신 대기업이 주도 중인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도 돋보인다. 이들은 사무 공간과 실험실, 클라우드를 비롯한 기반 서비스와 수백 억 위안 규모의 창업 기금을 내놨다. 이 곳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협력 관계를 만들어 함께 혁신을 시도, 새로운 스타트업과 인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목적에서다. 최근에는 여기에 중국 주요 대학교도 참가했다. 중국 대기업 일부는 자신들의 자본과 기반을 대학교의 기술과 인재에 더해 상승 효과를 노리는 ‘1사 1대학 창업 지원 캠페인’을 주도 중이다.
조사 : 강희주 수원대학교 창업지원단 / 출처 : 중국의 창업생태계 발전전략과 정책 시사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스라엘 - 엔지니어·기술·과학자, R&D로 하이테크 스타트업 활발
이스라엘의 인구는 921만여 명에 불과하나, 스타트업은 인구 1,400명당 하나씩 있을 정도로 개수가 많다. 덕분에 세계 유수의 기업 400여 곳이 이스라엘에 R&D 센터를 세웠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가운데 이스라엘 기업의 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2020년 7월 기준으로, 이스라엘에는 스타트업 6,583곳이 활약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사이버 보안, 핀테크와 전자상거래 기업이 대부분이다. 농업 기술과 제약, 푸드 테크 스타트업도 많다. 이들이 2019년 유치한 투자 금액만 82억 9,600만 달러(약 11조 7,595억 원)에 달한다.
이스라엘의 창업 원동력은 엔지니어와 과학자 등 인재들의 창의적인 사고 방식과 오래 전부터 닦아 온 R&D 역량, 외국 투자 기업의 전폭 지원과 풍부한 VC 기반이다. 여기에 군 복무 시 각종 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교육, 전역 후 연구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독특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스라엘은 1969년부터 수석과학관실을 세워 민간의 기술 연구 개발을 촉진했다. 이어 1992년에는 민간이 세운 기업의 살을 찌울 각종 펀드가 등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0년부터 정보통신기술 연구 기반을 만들고 기술 촉진 정책도 운영했다. 이후 2017년 하이테크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 프로그램까지 마련한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지원·육성을 주도하는 혁신청을 주목하자. 이들은 스타트업과 성장, 기술 인프라 부문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R&D 초기 기업에게 350만 셰켈(약 14억 원)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혁신 기술의 개발과 검증을 20만 셰켈(약 8,000만 원) 범위 안에서 돕는 트누파(Tnufa), 성장 가능성과 혁신 제품 개발 역량을 갖춘 초기 기업에게 500만 셰켈(약 20억 원)을 지원하는 초기 단계 인센티브 등이 마련됐다.
성장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제조나 개발 기업, 대기업의 R&D를 돕는 펀드를 마련했다. 교통과 환경 보호, 디지털 의학 등 이스라엘이 강한 산업 부문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정부 기관과 연계해 시범 사업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생명공학과 보건 기술을 다루는 다국적 기업의 R&D 센터 설립을 돕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첨단 제조 기술의 연구기관 육성, 과학 기술 스타트업과 정부의 공동 연구개발,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R&D를 국가가 돕는 컨소시엄 등 기술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도 풍부하다.
여기에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힘을 싣는다. 이들은 비영리 조직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과 협업 공간을 마련하고 액셀러레이팅도 돕는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 역시 공인 육성 기관과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한다. 히브리, 테크니온,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대학교들도 기술지주회사를 세워 기술 사업화와 스타트업 창업을 이끈다.
조사 : 이진한 퀄리티디자인 대표 / 출처 : 이스라엘 혁신청 웹 사이트
다음 기사에서는 유럽(독일·스웨덴·영국·프랑스)의 최신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을 살펴본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