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이 만든 첫 번째 전기차, ‘ID.4’
[IT동아 김동진 기자] 폭스바겐이 자사 첫 순수전기차 ‘ID.4’를 국내에 출시했다. 샤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ID.4를 시작으로 폭스바겐의 전동화를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은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가 중 하나로 폭스바겐 여정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8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30만대를 넘어섰다. 각 제조사가 연이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지금,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폭스바겐이 ID.4에 담은 승부수는 무엇일까. 직접 160km 이상을 주행하며 살펴봤다.
독특한 실내 디자인…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
주행하기 전 실내를 먼저 살폈다. 독특한 기어 레버와 스티어링 휠 안쪽에 있는 5.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센터패시아 상단에 있는 12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어레버의 위치는 보통 센터 콘솔 앞이다. ID.4의 경우 계기판 우측에 붙어 있으며, 앞뒤로 돌리는 방식이다. 배치와 조작이 다소 독특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옵션 중 하나인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미적용은 아쉬웠다. 선을 꽂아야 휴대폰과 연동이 가능하다.
실내 공간을 살펴보니 1열은 부족함이 없었지만, 2열의 경우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라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2열에 성인 남성이 앉으면, 무릎 앞 주먹 두개 남짓 여유가 남는다. 준중형 SUV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실내 공간이다.
오버헤드 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선루프를 조작할 수 있으며, 센터패시아 터치 디스플레이를 쓸어내리는 길이에 따라 개방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사각지대 경보등의 밝기도 제스처 콘트롤로 조절하도록 배치해 세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보 운전자라도 쉽게 확인하도록 직관적으로 차량 상태 정보를 제공한다. 터치스크린 응답률도 훌륭해 조작에 문제가 없었다.
ID.4의 트렁크 용량은 543ℓ로,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575ℓ까지 늘어난다.
인상적인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ID.4는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하는 탓에 내연기관과 구조가 달라 제조사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적용한다.
전기차 플랫폼은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의 거리)를 길게 설계해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공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ID.4도 동급 대비 긴 휠베이스와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ID.4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585㎜, 전폭(자동차 폭)은 1,850㎜, 전고(자동차 높이)는 1,620㎜이다. 공차중량은 2,144kg로 제법 무게가 나가지만,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cd)를 0.28cd로 낮췄다.
주행을 시작했다. 먼저 폭스바겐 MEB 플랫폼을 적용한 ID.4의 주행감을 살폈다. 그 결과 저속뿐 아니라 고속에서도 꿀렁거림 없이 안정감이 느껴졌다. 급커브길에서도 쏠림이 적었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튀어 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초반 가속성도 적절하게 세팅해 거부감이 없었다.
회생제동 강도도 매우 적절해 운전 피로가 적었다. 일부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했다가 뗀 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뒤에서 잡아끄는 듯한 회생제동 강도가 매우 강해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내연기관 차의 주행감을 최대한 구현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전체적으로 MEB 플랫폼의 저속과 고속, 코너링 시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ID.4 전기모터의 최고 출력은 150kW(204ps)로, 31.6 kg.m (31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160k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5초다.
만족스러운 경제성…공인 복합 연비보다 높은 효율
연비와 각종 편의사양을 충분히 확인하기 위해 4시간 36분 동안 167km를 주행했다. 서울 양천구와 강화도를 왕복한 결과, 연비 5.7km/kWh를 기록했다.
주행모드를 에코로 설정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서울 시내를 빠져나갈 때 정체가 있었던 점과 돌아오는 길에 공조시스템을 강하게 가동한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경제성이다. ID.4의 공인 복합 연비(4.7 km/kWh)보다 높은 효율을 보였다.
주행 시 느낀 단점
주행하며 느낀 ID.4의 최대 단점은 작디작은 계기판이다.
계기판에는 주행속도와 주행가능 거리, 배터리 충전 현황, 주행 보조시스템 등 운전자가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가 담긴다. 이 공간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마다 대부분 가려진다는 점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선 분산을 막기 위해 계기판에 내비게이션까지 제시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아쉬웠다.
편의사양 중 열선시트의 성능 개선도 필요하다. 주행하며 열선시트를 최대로 가동했지만, 미지근한 온기였다. 한겨울에는 차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출시가 5,490만원…국고 보조금 651만원
계기판 크기와 편의사양에서 단점을 발견했지만, 전체적인 성능과 가격대를 고려하면 상쇄할 만한 수준이다. ID.4 배터리 총용량은 82kWh다. 최대 충전 용량 135kW의 급속 충전과 11kW의 완속 충전 시스템을 모두 지원하며,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최대 완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완충까지 약 7시간 30분이 걸린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복합 기준 405km(도심 426km, 고속도로 379km)다. ID.4의 출시가는 5,490만원이고, 국비 보조금 651만원이 지원된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