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저데이터 “빅데이터, 데이터를 고객 단위로 연결하는 게 가장 중요”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의 절대적인 양이 중요해졌다.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양이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이하 AI) 성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데이터는 많기만 하면 되는 걸까?

오랫동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해온 트레저데이터코리아 고영혁 대표는 “데이터를 고객 관점으로 구조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기만 해선 빅데이터 분석을 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매출 성장 데이터만 가진 것보단, 고객의 재구매율 데이터가 기업 의사결정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레저데이터 고영혁 대표, 출처=트레저데이터
트레저데이터 고영혁 대표, 출처=트레저데이터

다만, 유의미한 통찰을 얻기엔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고 대표의 진단이다. 환경 자체가 고객 관점으로 데이터를 뽑기에 편하지 않다는 것. 트레저데이터는 이러한 데이터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 CDP(고객데이터플랫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DP란 흩어진 고객 정보, 고객이 상호작용하는 기업의 자산들(매장, 상담원, 제품 등)을 모으는 플랫폼을 말한다. 고 대표를 만나 CDP가 빅데이터 활용을 어떻게 촉진할지 살펴봤다.

“데이터는 연결될수록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빅데이터. 많은 IT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반이라 칭하며, 정부에선 국가적인 과제로 다룰 만큼 중요한 기술이다. 기술에 대한 갈피를 잡기 위해, 고영혁 대표에게 빅데이터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데이터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다. 해결하려는 문제는 고객을 더 잘 이해해서 고객 지원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제품을 좋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고객 지원의 경우엔 고객이 어떤 지원을 더 선호하는지 분석해 이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로 고객을 이해하려는 것”

얼핏 들어보면,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필요한 일로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는 잘 안됐다는 것이다. 고영혁 대표는 “데이터는 연결될 때 더 큰 의미가 생긴다. 지금처럼 데이터 사일로(데이터가 통합되지 않고 조직별로 분리된 현상)가 계속돼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실제로 의미있는 분석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학교 성적을 예로 들어보자. A라는 학생의 국어 성적은 70점, 수학 성적은 60점이다. 이 학생은 국어 영역의 특정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수학 성적이 낮았고,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각각의 성적을 따로 보면 이러한 해법을 끌어낼 수 없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현황은 국어 성적과 영어 성적을 따로 보는 환경과 닮았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서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고, 유의미한 통찰도 얻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데이터를 고객 중심으로 구조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량 렌트나 공유 등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데이터가 차량 번호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고 하자. 플랫폼에 등록된 이용자가 여러 차를 소유한다면 이러한 특이사항이 눈에 띄지 않게 된다. 데이터는 구조화 방법에 따라 해석 방식이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 관점으로 데이터를 뽑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레저데이터의 CDP, 출처=트레저데이터 홈페이지
트레저데이터의 CDP, 출처=트레저데이터 홈페이지

고영혁 대표는 CDP를 통해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CDP 솔루션의 특징은 여러 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끌고 오는 커넥터다. 커넥터를 통해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소에 쌓인다. 고 대표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커넥터를 만들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가 한 곳에 있다고 해서 바로 통찰을 얻는 건 아니다.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모아 놓기만 하는 건 여러 개의 엑셀 파일을 폴더 하나에 넣어두기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데이터를 고객 단위로 묶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CDP는 이를 위한 ID통합 엔진을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향한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를 고객 단위로 묶고서 이를 분석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 다만, 고 대표는 데이터 분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 고장 관련으로 상담을 하는 CS센터 직원에게 ‘해당 고객은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고장 제품과 동일한 카테고리의 신형 모델을 살펴봤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해보자. 회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고치는 것과 고객에게 쿠폰을 제시해 신제품을 사게 하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은 이렇게 직관적으로도 진행된다.

“최근엔 기업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한다. CS, 마케팅, 재무 등의 전문가가 함께 모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을 얻는 것이다. CDP 측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툴을 제공한다.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는 분석을 위한 툴이 다르다. 스몰데이터에서 사용하는 분석툴을 그대로 빅데이터에 사용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 스바루는 고객의 전체 여정을 분석하기 위해 트레저데이터 CDP를 구축했다. 약 200개의 데이터 포인트와 800억 개의 데이터 기록을 통합했다. 스바루는 자동차 시승 신청을 한 고객 데이터를 딜러에게 전달해, 고객의 구매율을 높일 수 있었다. 어떤 고객이 차를 살 가능성이 높은지, 해당 고객은 어떤 차에 관심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얻은 딜러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응대를 할 수 있게 됐다.

스바루가 통합한 데이터, 출처=트레저데이터
스바루가 통합한 데이터, 출처=트레저데이터

또한, 여성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바루는 데이터를 통해서 이용자 성별을 예측하고 맞춤형 광고를 제시했다. 여성들에게는 ‘안전한 가족을 위한 차’라는 점을 강조해 광고 효과를 높였다. 스바루에 따르면, 광고 클릭률(CTR)은 기존 대비 350% 증가했다.

데이터 처리의 모든 과정, 고객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IDC는 올해 트레저데이터를 CDP 부문 리더로 선정했다. 고 대표는 트레저데이터가 CDP 시장 리더로 뽑힌 이유 중 하나가 빅데이터 분석툴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레저데이터의 분석툴은 데이터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유연성’이 있다”고 했다. 데이터 관리 방식이 변해도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저장소에 저장할 때 설계도에 맞춰서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 설계도를 따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거엔 데이터 관리 방식이 변해 설계도를 바꿀 때 저장소를 새로 만들고, 백업한 기존 저장소 데이터를 새 저장소에 옮겨야 했다. 트레저데이터 CDP를 이용하면 설계도가 바뀌어도 저장소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데이터를 백업을 할 필요가 없다. 데이터는 변경된 설계도에 따라 자동으로 바뀐 저장 위치에 쌓인다.

트레저데이터의 또 다른 강점은 ‘커넥터’와 ‘보안’이다. 트레저데이터는 현재 200여 가지의 커넥터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CDP는 커넥터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두기도 한다. A라는 플랫폼 구축 솔루션에 맞춘 커넥터를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솔루션을 사용한 플랫폼에선 해당 커넥터를 사용할 수 없다. 트레저데이터는 커넥터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커넥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인 GDPR로 인해서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기업들은 고객의 데이터를 모두 규정에 맞춰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 GDPR을 통해서 사람들은 기업이 모은 자신의 데이터를 모두 확인하며, 삭제를 요청할 권리를 갖게 됐다. 만약, 고객 데이터가 CDP에 모여 있으면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고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정보 보호를 더 강하게 하는 추세다. 트레저데이터는 오래전부터 이런 컴플라이언스를 따라왔다. CDP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보면, 트레저데이터는 매번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트레저데이터가 2016년 국내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 데이터를 왜 외부 저장소(클라우드)에 넣어야 하나요?”라는 반응을 자주 접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도 많아지면서 CDP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LG나 롯데렌탈을 비롯한 상위 5대 그룹사 중에서도 트레저데이터의 CDP를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외부 기업이 접근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을까?

“트레저데이터와 함께 CDP를 구축하면서 이에 만족하는 기업이 늘었고, 그만큼 고객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고객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트레저데이터는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막아 놨다. 우리는 그저 CDP라는 활용하기 좋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에게 “최근 CDP 업계의 화두는 개인정보 보호인가?”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개인정보 보호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화두였다. 최근 화두는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분야별로 CDP의 전문화와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었다.

선도 고객사들은 이제 CDP의 효과를 체감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마케팅을 위한 CDP, 세일즈를 위한 CDP, CS를 위한 CDP를 모두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 가지 CDP는 각각 이를 잘 사용하는 노하우가 다르다. 제품이나 서비스 설계,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CDP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전문화된 CDP를 모두 연결해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정보는 더 많이 연결될수록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CDP는 고객 정보만 모으는 저장소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엔 기업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용의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고 대표는 “요즘은 고객만이 아니라 기업의 다른 분야 정보들도 CDP에 넣는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기업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정보를 CDP에 넣는다고 하자. 그럼 고객이 해당 매장에서 뭘 샀고, 그 매장에 가기 전 어떤 매장에 몇 번을 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 매장에 어떤 제품이 주로 있고, 위치한 건물엔 어떤 가게들이 있고, 주변의 특징은 어떤지를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고객과 연결하면 더 뾰족한 통찰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점이 늘면서 정보는 더 많아졌다. 대면을 통한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고객을 분석하는 게 어려워지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CDP가 필요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많은 대기업들이 우리의 고객사다. 대부분 1단계 CDP를 넘어서 고도화된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고객사와 함께 더 강력한 CDP 활용 케이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글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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