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적화 넘어 '혁신적 향상' 이뤘다, 13세대 인텔 코어 i9-13900K
[IT동아 남시현 기자] 리프레시(Refresh)라는 단어는 컴퓨터 업계에서 ‘새로고침’을 뜻하며, CPU에 국한하면 기존에 출시된 프로세서를 개선해서 내놓는 경우를 뜻한다. 8세대인 커피레이크와 9세대인 커피레이크-R이나 10세대인 코멧레이크와 이후 출시된 코멧레이크-R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제품을 최적화해서 내놓는 수준이라서 리프레시는 ‘큰 성능 차이없이 약간의 개선을 거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 코드명 ‘엘더레이크’를 최적화한 13세대 ‘랩터레이크’도 비슷한 게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7 공정 기반으로 제조됐으며, 13세대는 이를 최적화(Optimization)한 개선판이라 세간의 우려가 틀린 건 아니다. 게다가 경쟁사인 AMD의 5세대 데스크톱 제품인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와 한 달 차이로 공개된 제품이라서 견제구로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텔이 단일 코어 기준 15%의 성능 향상과 다중 코어 기준 최대 41%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를 재단장한 게 아닌, 재해석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분분했다.
한국 시간으로 10월 20일 오후 10시를 기해 성능에 대한 보도 유예가 해제됨에 따라, 인텔 코어 i9-13900K 및 13600K의 구체적인 성능을 공개한다.
효율 코어 2배로 더욱 강해진 13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
이번에 출시되는 13세대 코어 시리즈는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공개된 인텔 코어 i9-13900K 및 KF, i7-13700K 및 KF, i5-13600K 및 KF다. 세 시리즈 모두 오버클록을 지원하며, KF 버전은 내장 그래픽이 제외된 사양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의 강화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12세대 인텔 CPU에 처음 적용된 기술로, 게이밍 및 랜더링 등 강력한 성능이 필요할 때는 성능 코어가 동작하고, 문서 작업이나 웹서핑 등 저전력 상황에서는 효율 코어 중심으로 동작하는 기능이다. 12세대 i9-12900K의 경우 8개의 성능 코어와 8개의 효율 코어로 총 24개 스레드를 갖췄는데, 13세대 i9-12300K는 8개의 성능 코어에 16개의 효율 코어가 조합돼 총 32스레드 구성이다.
게다가 동작 속도인 주파수도 업그레이드됐다. i9-12900K의 성능 코어 터보 주파수는 최대 5.2GHz, 효율 코어의 터보 주파수는 3.9GHz인데, 각각 5.8GHz와 4.3GHz로 향상됐다. 이는 성능 코어의 성능이 오른 건 물론, 효율 코어의 성능이 두배 이상 늘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인텔은 내년에 최대 6GHz로 동작하는 한정판 CPU를 내놓겠다고도 공언한 바 있는데, i9-13900K의 수율 및 성능 유지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프로세서 소켓은 12세대 코어 시리즈와 동일한 LGA 1700 소켓을 활용하며, 전력 효율을 최적화한 인텔 Z790 칩셋 메인보드도 함께 공개됐다. 12세대와 함께 출시된 Z690과 B660, H610 칩셋 메인보드도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거치면 그대로 쓸 수 있다. 다만 K 및 KF 시리즈는 일반 제품보다 소비전력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Z690 및 Z790 칩셋 메인보드를 권장한다. 기가바이트 어로스 Z690 칩셋 메인보드와 32GB GDDR5 메모리, 엔비디아 RTX 3070을 조합하고, 윈도우 11H2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성능 시험에 나섰다.
가장 먼저 게이밍 PC 용도로 활용했을 때의 성능을 측정했다. 테스트는 게이밍 성능을 일관적인 수치로 도출하는 3D 마크의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활용해 i9-13900K와 i5-13600K의 점수를 각각 확인해봤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결과 중 CPU 점수에 해당하는 물리 점수는 i9-13900K가 5만 3529점, 인텔 코어 i5-13600K가 3만 4846점으로 확인된다. 11세대 인텔 코어 i9-11900K의 물리 점수가 평균 2만 7220점, i9-12900K가 4만 868점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인텔 코어 i9-13900K를 작업용 컴퓨터로 활용할 때의 효율은 어떨까? 정해진 3D 렌더링 과정을 순차적으로 처리했을 때 분당 처리한 프레임 숫자를 토대로 CPU 성능을 판단하는 블랜더 3.3 테스트를 먼저 진행했다. 해당 결과에서 인텔 코어 i9-13900K가 처리한 프레임은 몬스터 286.5프레임, 정크숍 166.2프레임, 클래스룸 129.9프레임으로 총합 582.6프레임이다. 과거 진행한 인텔 코어i9-12900KS가 몬스터 기준 187.9프레임, 정크숍 104.9프레임, 클래스룸 87.1프레임으로 총합 379.9점이니 53%나 향상되었다. AMD 라이젠 9 7950X가 동일 테스트에서 총합 615.12초가 나왔는데, 렌더링 부분에서의 격차를 크게 따라잡았다.
CPU의 영상 처리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를 활용해 2분 13초, 1.8GB 용량의 4K 영상을 H.264 코덱에서 1080p 30프레임으로 변환했다. 전작의 경우 동일한 테스트에서 약 1분 32초가 소요되었는데, 인텔 코어 i9-13900K는 1분 20초가 소요됐다. 렌더링 속도는 12% 정도 상승했는데, 세대가 교체되며 예상했던 성능 향상 수준이다.
표준 시스템 및 부품의 성능을 비교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PC마크 10, 각종 생산성 점수를 수치로 확인하는 밥코의 크로스마크를 활용해 시스템 성능 및 생산성 점수를 측정해봤다. PC마크 10 테스트에는 앱 실행 속도나 화상 회의, 웹 브라우저의 실행 속도를 확인하는 에센셜과 엑셀, 워드 등 문서 속도를 측정하는 생산성, 사진 및 렌더링 속도, 영상 처리 성능을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으로 나뉜다. 해당 테스트에서 i9-13900K가 획득한 점수는 9천 368점으로, AMD 라이젠 9 7950X과 RTX 3070을 장착한 시스템 평균인 9천 404점과 거의 비슷했다.
크로스마크는 총합 2천422점으로, i9-12900K의 평균인 2천160점보다 13% 높다. 앞서 핸드브레이크 결과로 향상된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동일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9 7950X의 평균 점수는 2천261점, i5-13600K의 평균 점수는 2천186점이다. 11세대 코어 i9-11900K의 점수가 1천732점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발전된 수치다. 문서 작업이나 편집 등의 생산성과 애플리케이션 실행 및 개발 속도 등을 놓고 보자면 인텔이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고사양인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파크라이 6의 내장 벤치마크를 활용해 게임 성능을 확인했다. 게임 테스트는 인텔 코어 i9-13900K는 물론 수요가 높은 인텔 코어 i5-13600K에 엔비디아 RTX 3070을 장착해 진행했다. 인텔 코어 i9-13900K는 레드 데드 리뎀션 2 1080p 매우 높음 설정에서 평균 144.1프레임, i5-13600K도 144.1프레임을 획득했다. 파크라이 6 울트라 옵션 1080p 테스트에서는 인텔 코어 i9-13900K가 평균 141프레임, i5-13600K가 139프레임으로 확인됐다.
CPU 성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임이라면 i9-13900K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겠으나, i5-13600K 역시 우수한 편이다.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한다면 i5-13600K을 선택하고 그래픽 카드의 급을 올리는 걸 추천한다.
최적화를 넘어서 한 차원 더 높은 성능 이뤄
그간 인텔 코어 시리즈의 주요 발전은 아키텍처가 완전히 바뀌거나, 나노 공정이 심화되었을 때 이뤄졌다. 13세대 인텔 코어 역시 12세대의 골든 코브 아키텍처와 궤를 같이하는 랩터 코브 아키텍처 기반이라 성능 향상폭이 크지 않을 거란 의견이 우세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골든 코브에서 랩터 코브로 넘어가면서 동작 속도 강화와 효율 코어 2배 증설 및 L2 캐시 추가, 최적화가 적용됐는데, 그 향상 폭이 기대 이상이다.
전반적인 테스트에서 인텔 코어 i9-13900K는 전작인 i9-12900K 대비 최소 12% 이상 성능이 향상됐고, 특히 3D 랜더링이나 고연산 작업 효율은 최대 40~50%나 올랐다. 게이밍에서는 인텔 코어 i5-13600K가 이전 세대 최상급 프로세서인 i9-11900K를 넘어설 정도다. 그러면서도 전력 효율성은 30%정도 개선됐다는 점은 놀랍다.
가격도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전작인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i5-12600K가 264달러(한화 약 37만 원대), i9-12900K가 589달러(약 84만 원대)로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13세대 역시 i5-13600KF가 294달러(한화 약 42만 대), i9-13900K가 최대 589달러로 유지됐다. 인텔 4 공정 기반의 14세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번 13세대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