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론의 시점에서 손 짓으로 비행하다, DJI 아바타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야와 조종, 두 가지는 드론 조종의 난이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드론 비행은 원칙적으로 기체가 조종사의 시야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활용해야 하는데, 조종의 편의성과 시각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시야를 보조한다. 조종의 경우 전진과 후진, 좌향과 우향으로 조종되는 스틱과 상승과 하강, 좌회전과 우회전으로 이동하는 두 개의 스틱을 조합해 조종한다. 드론의 성능을 결정짓는 카메라나 짐벌, 각종 안전장치, 비행성능은 모두 시야와 조종의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등장한 기술들이다

DJI 아바타와 DJI 고글 2, 고글을 쓰고 모션 컨트롤러를 활용해 드론의 시야에서 기체를 조종한다. 출처=IT동아
DJI 아바타와 DJI 고글 2, 고글을 쓰고 모션 컨트롤러를 활용해 드론의 시야에서 기체를 조종한다. 출처=IT동아

그리고 지난 8월 25일, 드론 전문 제조사 DJI가 시야와 조종 두 가지 문제를 모두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드론인 ‘DJI 아바타(Avata)’를 공개했다. DJI 아바타는 컨트롤러와 스마트폰 혹은 별도 디스플레이를 연결해서 쓰는 기종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DJI 고글2를 쓰고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보면서 비행한다. 또한 DJI 모션 컨트롤러라는 새로운 조종기를 도입해 사용자가 익숙한 손동작으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 편리하고 안전한 비행을 위한 DJI의 노력이 어떤 형태로 구현됐는지 직접 날아보았다.

강화된 비행 안정성, 편의성도 대폭 향상돼

DJI 아바타는 DJI FPV와 마찬가지로 비행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드론이다. FPV가 1인칭 시점의 고속 레이싱 드론이라면, DJI 아바타는 손쉬운 비행과 안정성, 그리고 고글을 통해 내가 직접 드론에 타서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위한 제품이다. FPV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DJI 드론은 모두 두 개의 조종 스틱을 활용해 조종하지만, DJI 아바타는 컨트롤러가 동작을 인식해 조종한다. 컨트롤러를 앞으로 밀면 드론이 나아가고, 옆으로 꺾으면 옆으로 간다. 게임에서 헬리콥터나 항공기를 조종할 때와 비슷한 조종 방식이다.

제품은 프로펠러 가드가 기본 장착돼있고, 몸체도 보호 성능에 집중한 형태로 돼있다. 출처=IT동아
제품은 프로펠러 가드가 기본 장착돼있고, 몸체도 보호 성능에 집중한 형태로 돼있다. 출처=IT동아

제품 크기는 가로 및 세로 180mm에 두께 80mm며, 무게는 약 410g이다. 4개의 프로펠러 전체에 공기역학적 프로펠러 가드를 장착하고, 상단과 하단 모두 충격 방지용 구조를 갖췄음에도 가벼운 편이다. 배터리는 전용 규격을 사용하며, 본체에 연결한 상태에서 USB-C형 단자를 연결해서 충전하거나 분리한 뒤 충전기를 활용해도 된다. 인터페이스는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USB-C형 단자와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이 있고, 충전 시 측면에 별도로 LED가 점등된다. 동작 상황은 상단의 DJI 로고 옆 테두리의 LED로 알 수 있다.

감지 센서는 전방 및 후방 없이 하향 센서만 있다. 제품 자체가 튼튼하지만 충돌 방지 기능은 없으니 조심해서 비행해야 한다. 출처=IT동아
감지 센서는 전방 및 후방 없이 하향 센서만 있다. 제품 자체가 튼튼하지만 충돌 방지 기능은 없으니 조심해서 비행해야 한다. 출처=IT동아

감지 센서는 하향 비전 시스템만 갖춰져 있다. 하향 감지를 위한 적외선 위치 센서의 유효 측정 높이는 10미터며, 정지 비행(이하 호버링)은 0.5~10m 이내에서 이뤄진다. 일반 및 스포츠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호버링하며, 스마트 리턴 투 홈 기능이 있어서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이나 신호가 끊긴 경우에는 자동으로 이륙 위치로 회귀한다. 설정을 통해 최고 비행 고도를 20~500미터, 최대 비행 거리를 20~8천 미터로 지정할 수 있고, 리턴 투 홈 고도를 20~80미터 사이로 설정해 안전한 비행을 돕는다.

DJI 고글 2는 별도의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서 구동하며, DJI 모션 컨트롤러는 자체 내장 배터리로 구동된다. 출처=IT동아
DJI 고글 2는 별도의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서 구동하며, DJI 모션 컨트롤러는 자체 내장 배터리로 구동된다. 출처=IT동아

함께 사용되는 DJI 고글 2는 헤드밴드를 포함하고 290g이며, 내부에 0.49인치 스크린과 메뉴 조작을 위한 터치 인터페이스가 측면에 배치돼있다. 배터리는 내장이 아닌 외장 배터리가 따로 있고, 배터리와 전용 케이블을 연결해야 전원이 들어온다. 고글은 안경을 벗고 자체 제공되는 +2.0~-8.0디옵터의 시력 교정과 미간 조정 기능을 활용해 안면에 맞춰 착용한다. 어지간히 눈이 나쁘지 않다면 안경을 쓰지 않고도 화상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상으로 시력이 나쁘다면 콘택트 렌즈를 쓰거나 기본 동봉된 필터를 안경점에 가져가 도수를 넣고 내부에 장착해서 쓰는 방법이 있다.

DJI 아바타의 카메라는 다른 기종과 다르게 초광각이며, 짐벌은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출처=IT동아
DJI 아바타의 카메라는 다른 기종과 다르게 초광각이며, 짐벌은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출처=IT동아

카메라는 4800만 화소 1/1.7인치 센서가 탑재되며, 일반 드론보다 훨씬 넓은 12.7mm f/2.8의 초광각 렌즈가 탑재된다. 흔들림 방지를 위한 짐벌은 위아래로만 움직이는데, 머리 동작을 인식하거나 컨트롤러로 향하는 방향에 맞춰 조정된다. 일반 드론보다 자유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 촬영보다는 비행에 초점을 맞춘 기종에 따른 특성이다. 또한 영상은 최대 4K60p 혹은 2.8K100p 촬영을 지원하며, 시야각도 초광각과 광각, 표준을 설정할 수 있다. 내부에 20GB 저장 공간이 있어서 사용자가 SD카드를 삽입하지 않았더라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비행에 앞서 준비해야할 요소가 많다. 첫 비행이라면 제품 연동과 업데이트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출처=IT동아
비행에 앞서 준비해야할 요소가 많다. 첫 비행이라면 제품 연동과 업데이트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출처=IT동아

비행에 앞서 준비해야 할 과정이 많다. 우선 스마트폰에 ‘DJI Fly’앱을 설치한 다음, 고글을 켠다. 고글을 켠 상태에서 USB-C형 케이블로 스마트폰과 연결하고 앱 설명을 따른다. 참고로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할 시 고글에 연결된 배터리를 끌어다 충전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최대한 충전해서 연결한다. 그다음 앱의 설명에 따라 컨트롤러와 드론을 각각 연결한다. 고글에 배터리와 스마트폰이 연결된 상태에서 비행하므로 길이가 넉넉한 케이블에 연결한 다음 주머니에 넣는다. 이후부터는 고글의 터치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를 활용해 드론을 조작한다.

제자리 비행(호버링) 중인 DJI 아바타. 출처=IT동아
제자리 비행(호버링) 중인 DJI 아바타. 출처=IT동아

DJI 아바타의 조작 방법은 앞서 그 어떤 드론보다 단순하다. 컨트롤러를 앞으로 밀면 전진하고, 뒤로 끌면 후진한다. 옆으로 꺾으면 꺾는 방향대로 이동한다. 방향 전환과 함께 트리거 형태의 ‘엑셀’을 누르면 강도에 따라 속도를 낸다. 최대 상승 및 하강 속도는 일반 및 스포츠 모드에서 초당 6미터며, 최대 속도는 일반에서 초당 8미터, 스포츠 14미터, 수동에서 27미터다. 최대 호버링 시간은 약 18분이며, 초당 10.7미터의 바람에도 호버링을 유지한다.

조작을 마치고 실제로 비행해봤다. 비행 가능 지역은 스마트폰 어플 ‘Ready to fly’ 혹은 드론원스탑을 방문해 비행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자는 드론을 활용해봤지만 익숙한 수준은 아니며, 스틱 두 개를 동시에 활용하지 않고 천천히 번갈아가며 조작할 정도의 초보자다. 하지만 DJI 아바타는 훨씬 직관적인 조종 방식 덕분에 매우 빠르게 방향 전환과 높낮이 조절이 가능했다. 일반 드론으로 높이와 방향을 동시에 조절하거나 지그재그로 비행해본 적은 없었지만 간단히 성공했다.

DJI 고글 2에 탑재된 머리 동작 인식 기술 덕분에 내가 시선을 움직이며 비행하는 듯한 몰입감도 느낄 수 있었다. 조이스틱의 활용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 드론보다는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다.

DJI 아바타의 가장 큰 장점은 고글이다. 기존의 컨트롤러는 디스플레이로 카메라를 연동해서 봐야하다 보니 비행 장소가 너무 밝거나 반사되면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글은 주변 밝기와 무관하므로 정확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단, 기기 자체를 직접 보는 게 아니라서 주변의 장애물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은 있는데 고글의 시야에 익숙해져서 피하는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비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는 바로 DJI 버추얼 플라이트다. 드론 비행이 어려운 이유는 비행 자체가 어렵기보다는 조작 미숙으로 인해 물적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글을 활용하는 DJI FPV와 DJI 아바타는 실제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 게임처럼 드론을 조종하는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기자 역시 실제 비행에 앞서 DJI 버추얼 플라이트를 활용해 컨트롤러와 조종 방법 등에 대한 튜토리얼을 숙지했고, 그 덕분에 실제 비행에서도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기체를 조작할 수 있었다. DJI 버추얼 플라이트는 여러 미션과 자유 비행 등이 제공되므로 조종 실력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

촬영 성능은 부족, 비행의 재미에 집중

DJI 아바타는 현재 출시된 어떤 드론보다 쉽고 간단히 조종할 수 있다. 반대로 DJI 아바타에 익숙해지더라도 다른 드론은 여전히 어렵다는 게 한계다. 출처=IT동아
DJI 아바타는 현재 출시된 어떤 드론보다 쉽고 간단히 조종할 수 있다. 반대로 DJI 아바타에 익숙해지더라도 다른 드론은 여전히 어렵다는 게 한계다. 출처=IT동아

DJI 아바타는 누구나 쉽게 드론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고글을 활용해 마치 실제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제품이다. 기존 드론보다 훨씬 쉽고 직관적인 조종 방법 덕분에 드론은 어렵다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고, DJI 버추얼 플라이트 등을 활용해 실력도 기를 수 있다. 말 그대로 손쉽게 비행의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딱 맞는 제품이다.

다만 짐벌 자체가 일반 영상 촬영용 제품과 다르게 위아래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원하는 사진이나 영상 구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동체 추적이나 하이퍼랩스, 파노라마 등의 촬영 기능도 포함되어있지 않다. 또한 조종 방식은 직관적이지만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정밀도가 떨어지고, 이 방식에 익숙해지더라도 다른 드론은 조종하기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가격은 DJI 고글 2가 포함된 프로 뷰 콤보가 169만 원대, 이전 세대인 DJI FPV 고글 V2가 포함된 플라이 스마트 콤보가 139만 원대다. 두 개의 배터리를 추가하는 플라이 모어 키트까지 포함하면 200만 원대다. 취미로는 지출이 크긴 하나, 진입 장벽이 기존 드론보다 확연히 낮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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