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X제조창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제조 창업 세미나’에서 말하는 제조업 창업가의 사업 성공 전략
[IT동아 정연호 기자] 제조업의 중요성이 코로나19 이후로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코로나19 초기 이후로 마스크와 진단키트는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마스크와 진단키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제조업 기반이 강한 나라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 탄력성’, 민생에 기여하는 ‘좋은 일자리’ 이 두 가지 키워드만 보더라도 제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사명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9월 23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제조 창업자, 예비창업자를 위한 제조 스타트업 정기 세미나를 진행했다. 서울과기대의 제조 스타트업 정기 오프라인 세미나는 3개월에 걸쳐 총 3회로 구성되며, 제조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7년 미만 기창업자라면 누구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홈페이지나 K-Startup 홈페이지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제조 창업을 위한 교육과 전문가와 멘토를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세미나다.
제품제조 분야의 기 창업자와 예비창업자라면 필요한 실무 지식들을 배울 수 있고, 제조 스타트업 창업가를 실제로 만나 성장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10월 18일과 11월 말에 개최되는 2회차, 3회차에서도 첫 세미나와 마찬가지로 창업가들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전한다. 세미나 참여 시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창업지원 프로그램 우대 선발, 차년도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우대 선발의 혜택도 제공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우리 정부가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전국 각지에 구축한 공간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시제품 제작 및 양산하고, 창업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메이커 공간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소규모 스타트업의 3D 프린팅 및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연면적 100㎡의 ‘일반랩’과 고가의 장비와 기업 수준의 설비로 전문 제품 제작은 물론 양산도 가능한 연면적 1,000㎡ 이상의 전문랩으로 구분된다.
총 20개의 전문랩 중 한 곳이 서울과기대에 있다. 서울과기대는 올해 4월 전문랩으로 선정되기 전에도 캠퍼스 내 건물 세 곳에 메이커스페이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했을 만큼 제조업 스타트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 다른 전문랩과는 달리, 인프라 교육과 사업화에서 나아가 양산 과정까지 지원하는 게 강점이다.
이는 서울과기대가 전문 제조 기업을 중개하는 스타트업 볼트앤너트와 손을 잡고 양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전문랩도 양산 시설이 있지만 가능한 분야가 제한되나, 서울과기대는 전문기업과 협력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메이커스페이스 사업 선정 이전부터 전문랩 수준의 인프라를 사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단계부터 인프라를 고도화하며 더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세미나에선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와 컨비니언스의 박재성 팀장이 연사로서 성공적인 창업 경험과 사업을 확장하는데 유용한 팁들을 공유했다.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라
탈모 두피 스캐너를 개발하는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는 리더십을 설명하는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이 창업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운영하는 컨비니언스의 공동창업가로 일한 경험도 있다. 골든 서클 모델은 혁신적인 리더는 ‘이 일을 왜 하는가(Why)’, ‘어떻게 할 것인가(How)’, ‘무엇을 할 것인가(What)’순으로 문제에 접근한다고 설명한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목적)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탈모를 고민해오면서, 탈모 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 중 탈모에 대응하는지 방법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 문제가 왜 발생하는 건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창업 스토리를 전했다. 그가 생각해낸 문제의 원인은 사람들이 탈모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콘스탄트는 개인화된 탈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정근식 대표는 ‘현재 제품 판매를 단일 채널에서 하는 게 전략인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데이터를 모을 때 채널을 여러 곳으로 하면 쉽지 않다. 단일 채널을 통하면 재구매율 같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서, 이 사람이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컨비니언스의 박재성 팀장이 창업가를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박재성 팀장은 컨비니언스에 입사하기 전 아로마 테라피 커머스 무니스튜디오 대표로 있었다. 그는 창업가의 ‘가정’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니스튜디오는 독특한 향의 파스를 판매하다 아로마 테라피 사업으로 피봇(사업모델 전환)을 했다. 박 팀장은 “파스의 구매 데이터를 뜯어보니, 주 고객이 20대 여성이었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니, 고객들이 요가 용품으로 이를 구매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피봇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팀장은 “정부에서 대기업에게 요청하는 게 일정 비율 이상으로 스타트업에 소싱하라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기업을 찾을 때 판판대로에서 스타트업을 찾는다”면서 정부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유통센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판판대로에서 이용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우수상품을 유통 관계자에게 제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게 박람회에 참여한 것이다. 바이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수출을 위해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도 배울 수 있었다. 제품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제품을 제작해달라고 주문하는 바이어가 꽤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기업이 성장하도록 돕는 생태계 필요해”
산업 구조의 30%가 제조업인 한국은 제조업을 더욱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이를 제조업으로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시장에서 벗어나 제조창업을 통한 새로운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조기업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의 사업 성공을 지원하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메이커스페이스 같은 지원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세미나는 창업 스토리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석자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 주를 이뤘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는 방법부터 초기 스타트업의 지분 정리, 마케팅을 할 때 대상이 중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실용적인 팁들까지 내용이 다뤄졌다.
연사들의 강연을 끝으로, 세미나 참석자들은 제조업 창업가로서 겪는 고충과 함께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고객들에게 제품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제품은 고객 반응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온라인 마케팅을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은지’, ‘고객 데이터는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처럼 창업가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애로사항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녹아 있었다. 강연마다 30분 정도의 Q&A 시간이 마련됐는데도 시간이 부족해 강연 시간 이후로 연사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설문조사에선 “실무자의 경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경험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였다”, “소비재 산업에서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를 배웠다”, “판로를 개척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처럼 창업과 관련된 실용적인 팁에 대해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홍정근(37살) 씨는 “현재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참석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연사분들의 경험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김종선 단장은 “앞으로 진행될 제조 스타트업 정기 세미나가 제조 창업자들을 조기 발굴하고 제조 창업 활성화가 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할 것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