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능의 핵심 ‘반도체’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까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으로 차량의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간단한 기능부터 사각지대 경보와 차로 유지 보조, 360도 카메라 등 최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구동까지. 자동차의 핵심 기능을 반도체가 담당한다.

더 많은, 고급 기능을 가진 자율주행 차량에는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들 자동차 반도체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자동차 반도체의 불량 유무는 물론, 가혹한 환경에서 정상 동작하는지를 검증하는 ‘신뢰성 평가’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평가 항목 충족해야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평가는 주로 차량용 전자 부품 협회(Automotive Electronics Council, 이하 AEC)가 제시한 AEC-Q 시리즈로 진행한다. AEC는 제너럴모터스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 자동차 제조사가 신뢰할 수 있는 전자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표준화 기구다. AEC-Q 가운데 AEC-Q100이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 표준이다. 그 밖에 파워 소자(AEC-Q101), 광학 소자(AEC-Q102), MEMS 센서 반도체(AEC-Q103), 멀티 칩 모듈(AEC-Q104) 등의 표준 인증이 있다.

자동차 전자부품별 시험검사 규격. 출처=큐알티
자동차 전자부품별 시험검사 규격. 출처=큐알티

일반 산업용 반도체보다 더 엄격한 테스트 통과해야 표준 획득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표준인 AEC-Q100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약 50개의 테스트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반도체 전자파 적합성 시험(Component Level EMC) ▲무연솔더 신뢰성 평가(Lead Pb Free) ▲등가속도 시험(Contant Accelation) ▲단락특성 평가(Short Circuit Characterization) 등이다.

반도체 전자파 적합성 시험은 차량용 반도체가 전자기 방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전자파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신뢰성 평가다. 템셀(TEMcell)이라고 불리는 상자에 제품을 넣고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 전체에서 발생하는 주파수별 방사성 노이즈 레벨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전자제품을 설계할 때 전자 장해 또는 전자 방해 잡음(EMI, Electro Magnetic Interference)을 줄이지 않으면, EMI가 반도체 후반 설계 과정을 방해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반도체가 다양한 기능을 맡으면서 설계가 복잡해졌기에 전자파 평가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AEC가 자동차 반도체 필수 테스트 항목으로 전자파 적합성 시험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연솔더 신뢰성 평가는 친환경 규제에 따라 추가된 검증 항목이다. 유럽연합(EU)이 2006년 7월부터 모든 전자기기에 대해 유해 물질 사용을 금지하면서 완성차 업계도 규제에 맞춰 무연솔더(Pbfree Solder)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연솔더는 전자 부품이나 제품을 만들 때 연결용으로 쓰던 납 대신 친환경 무연납(Pb-Free)을 쓰는 기법을 말한다. 기존에는 주석-납(Sn-Pb)의 합금재료를 썼으나, 제품 폐기 시 솔더에 함유된 납 성분 유출으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인체에 흡수될 경우 해를 끼쳐 환경오염 물질로 규정됐다. 무연솔더 신뢰성 평가는 새로 적용한 무연납이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품에 안전하게 쓰일지 확인하는 절차다. 고온에서 무연 솔더제품을 넣어 정상 동작하는지 확인하거나, 납조에 넣은 샘플을 꺼내 제대로 납이 도포되는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높은 온도와 습도를 갖춘 환경 속에 일주일간 제품을 방치한 후 고온 납땜 공정을 진행하는 과정도 있다.

등가속도 시험은 반도체가 받는 물리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 항목이다. 충격이나 진동 시험에서 나타나지 않는 구조, 기계적 취약점을 발견하기 위해 설계한 가속 평가 시험으로, 약 10,000G의 중력 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한다. 참고로 우주비행사가 받는 중력이 약 8G 수준이다. 이미지센서를 포함한 차량에 필수 적용해야 하는 시험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의 활용처.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의 활용처. 출처=삼성전자

단락특성 평가는 외부와 전원을 주고받는 스마트 파워 디바이스에 필수 적용하는 시험이다. 합선으로 인한 고장이 발생했을 때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특정 시간 동안 고온에 노출된 자동차 반도체의 수명과 기계충격, 낙하, 진동, 구부림, 비틀림 등의 물리 시험도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다

반도체 소자, 부품 불량 사례. 출처=큐알티
반도체 소자, 부품 불량 사례. 출처=큐알티

AEC-Q100 테스트와 함께 반도체 종합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주목받는다. 반도체 종합분석 서비스는 양산 제품이나 시제품에서 발생하는 알 수 없는 동작 오류 또는 불량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X-레이, 초음파 등을 이용한 비파괴 검사와 제품을 절단, 분해해서 검사하는 파괴검사로 나뉜다.

반도체 종합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큐알티의 이윤근 신뢰성 사업부문장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 활용이 늘면서, 각 기능을 구현하는 자동차 반도체 신뢰성 테스트를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로 근접할수록 반도체 탑재량이 늘어나고 기능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가 필수”라고 전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는 10년 이상, 길게는 20년까지 사용하며 사람과 차량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제품 결함은 자동차 제조사 이미지와 사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의 신뢰성을 테스트하는 솔루션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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