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팬 입장에서 팬덤 플랫폼을 만들도록 돕고 있어요"...비마이프렌즈의 CS팀 이야기
[IT동아 정연호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ㅇㅇ가 밥 먹여주진 않는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들어봤을 말입니다. 연예인의 팬이라는 이유로 뜬금없이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와 같은 충고를 듣는 경우도 많았죠. ‘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오랫동안 밑도 끝도 없이 부정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직 부정적인 기색을 모두 덜어냈다고 하긴 힘들지만, 이제 ‘팬’은 옛날만큼 입에 담는데 망설여지는 단어는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혹은 누군가의 팬이다”라는 말도 간혹 들려옵니다. 팬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팬덤 이코노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예인, 스포츠선수, 화제의 인물, 작가, 강사, 기업인, 기업이나 조직의 마스코트 등 그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죠.
팬덤 이코노미에 있어서 중요한 건 뭘까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이번 ‘스타트업人’은 비스포크 플랫폼 빌더 ‘비스테이지(b.stage)’를 개발한 비마이프렌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비스테이지를 통해서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팬덤 플랫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플랫폼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뺄 수도 있죠. 비마이프렌즈의 CS팀 김보혜 팀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IT동아: 안녕하세요. 비마이프렌즈 CS팀의 팀장을 맡고 계십니다. 보통 CS팀을 고객관리팀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마이프렌즈의 CS팀은 커스터머석세스(Customer success)팀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김보혜 팀장: 비마이프렌즈의 비스테이지가 어떤 솔루션인지를 먼저 들으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비스테이지는 비스포크 플랫폼 빌더라고해서, 크리에이터가 팬덤 플랫폼을 만들 때 사용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이에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플랫폼을 커스터마이징 해서 만들 수 있어요. SNS 플랫폼은 운영기업이 플랫폼 인터페이스를 정하잖아요. 비스테이지를 통하면 인터페이스를 크리에이터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요. 그래서, 플랫폼 빌더인거죠.
CS팀은 고객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팀이에요. 고객관리와 함께 비마이프렌즈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VOC(고객의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우선, 크리에이터에게 플랫폼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면 좋을지를 조언하는 일을 해요. 팬덤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을 듣고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도 확인하고 있어요.
저희 시스템에 VOC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정기 미팅을 진행해요. 그때 피드백과 함께 어떤 식으로 변화가 있으면 좋을지 해결책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고객의 성공이 곧 저희의 성공’이라는 모토예요. 고객의 성공이 비마이프렌즈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고객 성공에 필요한 일들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IT동아: 팬덤 플랫폼이 생소한 사람도 있을 거 같아요. 과거엔 다음 카페나 네이버 카페에서 팬카페를 운영하곤 했잖아요. 팬덤 플랫폼은 이런 팬카페랑 어떻게 다른 거예요?
김보혜 팀장: 다음, 네이버의 카페는 운영 정책이 별도로 있어요. 팬카페도 운영 규칙을 따라야 하니, 기업이나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멤버십 제도를 시작하기가 힘들었어요. 이외에도 금칙어를 정하거나, 콘텐츠 외부 유출을 막거나 하는 등의 시스템을 만들 수 없었죠. 이렇게 되면 크리에이터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하게 돼요. 외부로 유출되면 솔직한 얘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크리에이터들이 있거든요. 팬덤 플랫폼은 운영 규칙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기존 팬덤 비즈니스는 플랫폼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서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어요. 해외 팬들은 굿즈를 살 때 공식 채널이 아닌 곳에서 사서 더 비싸게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어요. 해외 팬들은 공식 채널을 모를 수도 있거든요. 비스테이지는 콘텐츠, 이커머스, 커뮤니티 등 팬덤 비즈니스에 필요한 서비스를 올인원으로 제공해요. 필요에 따라서 기능을 붙여서 쓸 수 있어요. 비스테이지로 플랫폼을 만들면 각종 SNS에서 흩어져 있던 콘텐츠를 쉽게 삽입(임베드)할 수도 있어요.
비스테이지는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만든 솔루션이라서, 다국어 지원을 하고 해외 팬들이 편하게 물건을 사도록 결제 시스템도 별도로 구축했어요. 또,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비스테이지 플랫폼으로 팬덤에 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계속 개선할 수 있거든요. 기존엔 SNS 플랫폼이 이런 데이터를 관리했어요.
IT동아: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이 흥미롭게 들리네요. 컨설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해요.
김보혜 팀장: 플랫폼 운영 정책을 어떻게 할지를 함께 이야기 나눠요. 팬이 유입될 수 있도록 비하인드 콘텐츠를 어떻게 올리면 좋을지, 멤버십 한정으로 굿즈를 판매할 때 이커머스 기능을 언제쯤 추가하면 좋을지 등을 조언하고 있어요. e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글로벌 팬덤을 가진 e스포츠 전문 기업 T1 Entertainment & Sports(이하 T1)과의 컨설팅이 대표적 사례예요. T1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팬들에게 보답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었고요.
그전엔 T1 팬들이 한곳에 모여서 소통하거나, T1이 팬들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기는 어려웠다고 해요. 저희 비스테이지로 T1이 원하는 멤버십 회원 전용 자체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에서 CS팀이 T1을 컨설팅했어요. 멤버십을 어떻게 론칭하고, 전략적으로 운영할지 처음부터 함께 저희와 논의를 한 거죠.
멤버십 팬에게만 한정적으로 공개하는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해 T1 플랫폼으로 팬이 모이게 하는 ‘팬덤 강화 메커니즘’을 함께 만들기도 했고요. 이후로, 멤버십 한정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샵 기능을 제안하면서 커머스로도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게 도왔어요. 최근엔 T1에서 굿즈를 판매할 때 MOQ(최소발주수량)를 맞추는 게 어려우니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저희가 컨설팅을 했어요.
IT동아: 각각의 크리에이터가 구축한 비스테이지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걸 기반으로 컨설팅을 한다는 건가요?
김보혜 팀장: 서버 관리 지표는 저희가 보관하지만 팬덤 데이터를 소유하진 않아요. 이건 개인정보라서 비마이프렌즈가 수집하진 않아요. 팬덤 비즈니스를 계속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니까 이를 기반으로 컨설팅하는 거예요. 크리에이터 측에서 팬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팬이 이런 걸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라면서 저희에게 의견을 전달해줄 때도 많아요.
IT동아: CS팀은 피드백이 실제로 제품에 반영되도록 하는 일도 맡고 있잖아요. 고객 의견이 서비스에 반영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보혜 팀장: 관련 부서에 수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어요. 메신저로 회의록을 공유하고, 대면 미팅으로 VOC를 전달해요. 단순히 VOC를 전달하는 것보단, 이러한 상황은 A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면 좋을 거 같다는 의견도 전하고 있어요. 저는 비마이프렌즈의 직원들은 팬덤 비즈니스에 있어서 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팬덤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전문성을 기반으로 서로 의견을 교류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CS팀은 고객과의 최접점이니, 전달되는 피드백을 각각의 부서에서도 깊게 고민을 해요.
IT동아: 모두가 팬덤 문화의 전문가라면 각자 주장이 너무 강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견을 조율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김보혜 팀장: 저희끼리도 많은 고민과 조사를 하니까 너무 예외적인 케이스까지 생각하긴 해요. 그렇지만, 다들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 계속 토론하고 있어요. 서비스를 기획할 때 기획팀과 개발팀 외에도 CS팀도 꼭 참여를 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어요.
IT동아: 팬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잖아요. 새롭게 만드는 기능이 팬들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수 있잖아요. 어떤 새로운 기능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이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김보혜 팀장: 저희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어요. 팬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객들과도 많이 이야기해요. 팬들도 새로운 기능을 공개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워해요. 또, 저희는 IT기업이다 보니 현장의 VOC를 기술적으로 푸는 것을 많이 검토해요. 부정적인 코멘트여도 그게 서비스를 개선하는 VOC라고 보고 있어요. 저희에겐 중요한 목소리라 항상 모니터링하고 이를 반영하려고 해요.
IT동아: 이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뭔가요?
김보혜 팀장: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건 우리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인데, 그 포인트가 솔루션에 담겨있다”, “정말 연구를 많이 한 게 느껴진다”라는 반응이 나오면 보람을 느끼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니”, “내가 이 가수를 응원하는 게 자랑스럽다. 팬과 가수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이런 팬들의 피드백도 힘이 돼요.
IT동아: 팬덤 비즈니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김보혜 팀장: 그전엔 BeNX(현 위버스컴퍼니)에서 일본 커머스사업실 팀장으로 있었어요. BeNX는 빅히트(현 하이브)의 자회사로, 저는 BTS의 재팬 오피셜 샵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담당했어요.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글로벌 팬덤이 얼마나 큰지를 체감했어요. 이 분야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K콘텐츠의 위력도 느끼게 됐어요.
어릴 적엔 한국 콘텐츠는 왜 한국에서만 뜨고, 미국 같은 글로벌 무대에선 유명하지 않은지 궁금했어요. 생태계가 조금씩 변하고,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생기면서 과거에는 한국 콘텐츠가 유명해질 기회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죠. K콘텐츠의 무대가 글로벌로 바뀌는 걸 보면서 팬덤 비즈니스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IT동아: BeNX에서 비마이프렌즈 오게 된 계기는 뭔가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들어오게 됐는데,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불안은 없었나요?
김보혜 팀장: 그전엔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했다면, SaaS 방식으로 플랫폼 빌더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SaaS와 함께 저희가 쌓은 운영 노하우로 고객들에게 팬덤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거잖아요. 또한, KPOP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더 넓은 팬덤 비즈니스를 다루는 걸 보면서 이 사업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창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불안하긴 했지만, 비마이프렌즈가 일을 하는 문화를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 저희가 가설을 세우고 그걸 검증하는 것들, ‘이렇게 하면 팬과 크리에이터가 좋아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실제로 제가 많은 고민을 했던 것들이었어요. 현장의 고민이 담긴 만큼 수요가 클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어요.
또, 저는 회사에 들어갈 때 거기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구성원이 정말 중요해요. 비마이프렌즈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제가 성장하게 하고, 열심히 일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IT동아: 비마이프렌즈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김보혜 팀장: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을 따라가다 보니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광고 수익 때문에 알고리즘 기준에 맞춰 노출이 잘 되는 콘텐츠 위주로 만드는 것처럼요. 크리에이터 본인이 좋아하고 가장 잘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요. 크리에이터의 자생적인 수익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IT동아: 팬덤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김보혜 팀장: 누군가의 팬이 되는 것처럼, 팬덤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들에게 어떻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지는 팬의 입장에서 항상 고민해야 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해요. 이제 팬은 과거처럼 ‘아이돌 팬’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팬이라는 단어가 점점 확장되고 있거든요. 기업에서도 ‘브랜드의 팬’이라고 하잖아요. 팬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요.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