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nm 데스크톱 프로세서의 시작점, AMD 라이젠 9 7950X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8월 29일(현지 시각), AMD는 젠 4(Zen 4) 아키텍처 기반의 5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처음으로 5nm 기반의 4세대 핀펫(PinFET) 공정이 적용됐으며, 이전 세대 대비 약 13% 향상된 사이클당 명령어를 제공한다. 다만 제품 자체는 전 세계 동시 판매를 위해 9월 27일에 정식 판매를 시작하며, 공개 이후 약 한 달간 제품의 상세 정보 공개가 유예돼왔다. 제품의 실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보도 유예가 9월 26일 오후 10시를 기해 해제됨에 따라 핵심 제품을 토대로 정보를 공개한다.
최초의 5nm CPU,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이번에 정식 출시되는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는 고성능 라인업인 X 시리즈 네 종이다. 프로세서는 6코어 12스레드 기반의 7600X와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7700X, 12코어 24스레드 기반의 7900X와 16코어 32스레드 기반의 7950X다. 이중 최상급인 7950X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시네벤치 R23 및 R20, R15, 7-Zip 벤치마크에서 5.35~5.5GHz 대역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또한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부터는 1세대 라이젠부터 활용해온 AM4 소켓 대신 새로운 AM5 소켓이 사용되며, CPU 기판 하단의 핀 방식(PGA)이 핀이 없는 LGA 방식으로 변경된다.
AM5 소켓으로 변경하면서 히트 스프레더의 외형과 장착 방식 등도 크게 바뀌었다. AM4 소켓에서 소비자가 쿨러를 제거할 때 CPU가 같이 뽑혀나오는 소위 ‘무 뽑기’ 현상은 사라졌고, 그러면서도 AM4 소켓의 쿨러는 그대로 AM5 소켓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소켓은 열 설계 전력을 최대 170W까지 끌어올렸고, 고성능 버전인 X670E와 X670 및 메인스트림 급인 B650E와 B650 칩셋에 따라 네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또한 새롭게 DDR5 메모리를 지원하면서 메모리 오버클록 설정을 자동으로 불러오는 X.M.P 기능을 대체하는 새로운 ‘AMD 엑스포(EXPO)’ 기능도 추가됐다.
이번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의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히트 스프레더의 외형이다. 기존의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단순한 사각형 히트 스프레더를 장착했으나, 새 프로세서는 여덟 곳에 열을 나눠서 분산하는 히트 포인트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외신을 통해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새로운 히트스프레더는 내부에 열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도금 처리가 되어있으며, 액체 금속 기반의 열 전도 물질(Thermal Paste mertirial, TIM)이 도포되어 있다. 최대 안전 동작 온도인 TJ맥스는 95도로, 프로세서의 성능 저하 없이 최대 95도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다만 히트스프레더에 도포한 열전도 물질(서멀 구리스)이 히트 포인트 사이에 넘쳐흘렀을 때 청소가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열전도 물질이 사이에 끼여도 CPU가 고장나진 않지만 소켓 내부나 핀으로 들어가면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히트스프레더 중앙에 극소량의 서멀 페이스트만 도포하는 것을 권장한다.
신기술로 무장한 최신예 제품··· 전반적인 성능은?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AMD 라이젠 9 7950X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에 AM5 소켓 기반의 기가바이트 X670E 어로스 마스터 메인보드, 최대 6천 MHz를 지원하는 DDR5 지스킬 트라이던트 Z5 네오를 조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운영체제는 윈도 11 22H2 버전과 메인보드 바이오스 813b 버전이 사용됐고, 지스킬 엑스포 프로필 1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쿨러는 최소 권장 수준인 240mm 2열 쿨러를 사용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테스트는 10분 간 정해진 렌더링을 반복한 사이클을 토대로 성능을 확인하는 시네벤치 R23 테스트, 3D 렌더링 및 모션 그래픽 성능을 확인하는 블렌더 3.2을 각각 진행했다. AMD 라이젠 9 7950X가 시네벤치 R23에서 획득한 점수는 단일 코어 2천 15점, 다중 코어 3만 7466점으로 확인됐다. 21년 2월 진행한 라이젠 9 5950X에서는 단일 코어 1천608점, 다중 코어 2만 4587점과 비교하면 34%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또한 블렌더 3.1 테스트에서는 전체 테스트 총합이 615.12초로 24코어 48스레드인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5965WX보다 소폭 낮고, 스레드리퍼 3960X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하이엔드 데스크톱이 아닌 일반 사용자용 CPU로는 최고 수준의 결과다.
이어서 전작인 라이젠 9 5950X와의 1:1 비교를 위해 게이밍 성능 및 사무용 작업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PC마크 10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라이젠 9 5950X의 경우 파이어 스크라이크의 물리 점수가 3만 5754점을 획득했는데, 라이젠 9 7950X는 4만 6522점을 획득했다. 전작과 비교하면 대단히 큰 차이고, 인텔 코어 i9-12900KS와 비교해도 상당히 차이 나는 수치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CPU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에서의 효율은 상승하고, 그래픽 카드 병목 현상은 감소한다.
PC마크 10은 표준 시스템 및 부품의 성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한 목적의 프로그램으로, 컴퓨터의 성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비교에 포함되는 내용은 앱 실행 속도나 화상 회의, 웹 브라우징 성능을 확인하는 에센셜과 엑셀 및 워드 속도를 확인하는 생산성, 사진 및 렌더링 속도, 영상 편집 성능을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으로 나뉜다. 해당 테스트에서의 점수는 9천 580점으로, 이전에 7449점을 획득한 라이젠 9 5950X와 비교해도 2천 점 가량 높은 값이다. 이 테스트는 그래픽 카드의 성능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프로세서의 우수성만으로 볼 경우는 아니지만, 엔비디아 RTX 3070만 장착해도 현존 최고 수준의 작업용 PC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게임 성능을 추가로 확인해봤다. 게임은 비교적 고사양에 속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파크라이 6를 각각 실행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1080p 매우 높음 옵션으로 설정해 진행하였으며, 평균 112프레임에 최대 204프레임을 기록했다. 게이밍 데스크톱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파크라이 6 역시 1080p 울트라 옵션을 기준으로 평균 122, 최대 130프레임의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게임에서 CPU 성능은 고해상도보다는 저해상도에서 무수한 프레임을 처리할 때 병목이 생기는 것을 막는데 더 영향력을 많이 미치는데, AMD 라이젠 9 7950X면 어떤 조합을 활용하건 병목 현상으로 인한 걱정은 없는 수준이다.
연산 처리에서 괄목할만한 성장, 게임은 아쉬워
AMD 라이젠 9 7950X는 AMD 라이젠 시리즈가 등장한 지 5년 만에 이른바 ‘풀체인지’된 제품이다. 외형과 소켓 지원이 바뀌면서 소비전력이나 대역폭, 메모리 효율 등에서 변화가 있었고, 5nm 공정을 사용해 절전 모드부터 고성능 모드까지 활용도를 높였다. 덕분에 사진이나 영상 편집, 3D 렌더링 등 연산 성능이 중요한 작업에서는 확연히 높아진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게이밍 성능은 워낙 상향 평준화돼있어서 연산 성능만큼 발전했다고 체감하기가 어렵다. 전작인 AMD 라이젠 9 5950X와 비교해도 단순 처리 성능은 크게 향상됐지만 게이밍 성능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10~20% 정도만 차이 난다.
또한 소켓 변경으로 인해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고급형 칩셋 보드만 출시돼 가격대가 꽤 높다. 리뷰에 사용된 X670E 어로스 마스터의 대략적인 출시가는 300달러(한화 약 43만 원) 내외고, 여타의 고성능 보드는 600~1400달러(86만 원~200만 원)를 오르내린다는 소식이 있다. AMD 라이젠 9 7950X의 가격이 699달러(100만 원대), 7600X도 299달러인 점을 고려하고 반드시 교체해야 할 DDR5 메모리 가격을 포함하면 최소 100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는 현존하는 최고의 게이밍 데스크톱을 만들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인 제품이다. 소켓이 변경되면서 이전 세대보다 더 높은 한계를 발휘하고, PCIe 5.0과 DDR5 등 최신 기술도 원활하게 지원한다. 예상만큼 게이밍 성능이 압도적으로 향상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성능은 납득할 수준만큼 향상됐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앞으로 보여줄 가능성과 확장성에 달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