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스스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자동차?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서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주인님, 술 마시면 시동 못 겁니다”
지난 추석은 약 2년 1개월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나서 공식적으로 맞이하는 첫 명절이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오랜만에 가족 및 친지들과 만나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듣기 좋은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아요. 서로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화제를 찾기 어려워서일까요?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기도 하지만, 대학진학 계획, 취직 계획, 결혼 계획, 자녀 계획 등 앞으로의 계획을 묻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가족 간의 대화를 유연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거기에 술까지 약간 곁들이면, 조금은 어색하고 딱딱했던 분위기가 편안해지기도 하죠. 이처럼 우리의 명절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입니다.
명절이 되면 집안 어른들과 함께 술도 한 잔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상황에 따라 적당한 음주는 어색한 분위기를 고양시키지만, 과한 음주는 언제나 문제를 일으킵니다. 특히, 추석 때의 과한 음주는 자칫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이 0.05%에서 0.03%로 강화됐습니다. 소주 한잔을 마셨을 때에도 나올 수 있는 수치인데요. 따라서 '하루 푹 잤으니 괜찮겠지', '음복이니까 한잔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할 경우, 음주단속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운전을 하는 분들이라면 추석 전날의 과음 또는 음복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지난 2017년 205,187건에서 2021년 115,882건으로 약 56.5% 감소했습니다. 또한, 2022년 추석 명절기간 동안의 일평균 교통사고는 334건으로 전년 대비 28.6%가 줄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교통사고 감소와는 반대로, 같은 기간 내 음주운전 단속 건수의 경우 전년 대비 27.1% 상승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술자리 또는 차례상 음복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사랑하는 가족 모두와 함께 이동하는 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추석 기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하며,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음주운전 근절은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인식변화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운전자 스스로 음주상태를 인지하고, 시동을 걸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맞습니다. 음주운전 발생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잔이라도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술을 마셔야 할 상황이라면 자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대리운전을 호출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술을 한 잔만 마시더라도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되지만, 아마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스스로 주관적인 판단 하에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도로위의 살인무기가 될 것이라고는 인지하지 못한 채로 말이죠.
만약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시동을 걸 때, 자동차 스스로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확인하고 작동을 멈춘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운전자가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더라도 음주운전 자체가 불가능할 겁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확인하고 작동을 통제한다고요?
네, 맞습니다. 전 세계에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특정 기기를 통해 운전자의 음주여부를 판단하여, 시동을 통제하는 기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음주운전 방지장치(음주시동잠금장치)'예요.
이 장치는 차량에 부착된 별도의 음주측정 센서로서, 장치에 운전자의 숨을 불어넣어 알코올 농도 수치를 확인 후 이상이 없어야만 시동이 걸리는 구조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련 기술을 활용하여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최초로 음주운전방지장치를 법제화했는데요. 현재 콜로라도주, 플로리다주, 일리노이주, 뉴멕시코주, 뉴욕주, 오클라호마주, 메릴랜드주 등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으며,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음주운전방지장치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는 64%, 일리노이주에서는 81%,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89%, 스웨덴에서는 95%의 재범률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음주운전방지장치 설치에 대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6월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OB맥주 화물차에 음주운전방지장치를 설치하고 9월 말까지 3개월동안 시범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OB맥주는 국내 기업 최초로 자사의 화물차에 음주운전방지장치를 설치한 회사가 되었으며, 향후 여러 기업에서 관련 캠페인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다양한 모빌리티 업계에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내부 운전잠금장치(Ignition Interlock Devices, IIDs) 등 음주 측정 기기 시장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세계 음주측정 센서 시장은 13.5%의 연평균성장률(CAGR)로 성장하여, 2027년에는 19억 8,000만 달러(한화 약 2조 7,572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음주운전방지장치가 등장한지는 꽤 지났군요? 혹시 혁신적인 기술이 접목된 음주운전방지장치 또는 관련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기존 차량에 설치된 음주운전방지장치의 경우 운전자가 직접 기기에 호흡을 불어넣어야 했지만, 자동차 내부에 탑재된 분석 센서로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인지하는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있습니다. 1989년 설립되어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Senseair'인데요. Senseair는 공기 및 가스 관련 감지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측정 솔루션을 기반으로 대기질, 음주, 가스 누출 등과 관련한 산업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음주운전방지장치들은 차량 내 별도로 탑재된 기기를 통해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는데요. Senseair의 센서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기만 하더라도, 차량 내부에 별도로 탑재된 음주 감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Senseair가 개발한 알코올 측정 솔루션은 운전자가 내쉬는 숨을 비분산형 적외선 기술 기반의 센서가 스스로 확인하고, 운전자의 호흡 중 알코올과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합니다. 그 다음 일반적인 호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알코올 농도의 희석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Senseair의 음주감지 센서는 자체 개발한 'A ONE'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하게 되는데요. A ONE은 고도로 희석된 호흡 검체를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할 수 있어서, 입으로 직접 불어야하는 마우스피스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한 별도의 장치가 외부에 부착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차량이 출시된 모델 그대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죠.
현재 Senseair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교통안전자동차연합(ACTS) 등이 협업하는 운전자안전 알코올 감지 시스템 ‘DADSS(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관련 센서 기술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실제 차량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음주운전방지장치 기술이 차량에 접목되면 더욱 안전한 교통 환경이 조성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 발전과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나요?
세계 여러 선진국에서는 상습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주운전방지장치 설치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죠. 이를 개정하기 위해 경찰청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해 면허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도 관련법안 5개가 계류 중에 있고, 여러 유관기관에서도 다방면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머지않아 관련 법제도 마련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음주운전방지장치와 관련하여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향후 관련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포함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작년 11월, 올해 5월에 이어 세 번째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과거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재범 사이에 시간적인 제한이 없고, 과거의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과일 필요도 없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 인데요.
헌재의 거듭된 위헌 결정으로 인해 결국 '윤창호법'의 효력은 완전히 상실됐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음주운전 재범에 대하여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음주운전방지장치 의무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명확한 기준 없이 음주운전방지장치 도입을 서두르기만 하면 기본권 침해 등 사회적 반발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적절한 조치 및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의 체계적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 연구하고 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전문 정보 사이트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