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 “70여년 전통 상권의 재생과 혁신 동시에 이룰 것”
[IT동아 김영우 기자] 디지털 기술의 최종적인 목적은 아날로그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한다. 이는 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의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오프라인 쇼핑 못지 않게 직관적인 제품의 체험 및 빠른 배달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리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발달한다 해도 주변 풍경과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도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의 매력은 여전하다. 특히 수십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상권이라면 이러한 매력이 훨씬 크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을 통한 쇼핑 및 음식 주문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특히 전통상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존치 가능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곳도 있을 정도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로 인해 전통적인 가치와 매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상권르네상스사업’을 2018년부터 본격화했다. 이는 전통시장이나 낙후된 상점가, 상업지역 등의 상권을 대상으로 환경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이미 대구, 진주, 군산, 공주 등의 전통 상권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20년 12월에는 강원도 춘천의 원도심이 선정되었다.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사업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20억원을 투입, 1,246개에 달하는 점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대형 사업이다. 취재진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사업단 김효화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춘천 원도심의 매력과 상권르네상스사업의 의의, 그리고 전통 상권의 재생을 통해 향후 기대되는 효과에 대해 알아봤다.
- 춘천 원도심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 춘천 원도심 상권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주둔하던 미군부대의 주변에서 이른바 ‘양키 물건’으로 불리던 군수품이나 군복 등을 파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이 시장이 현재의 중앙시장으로 발전했다. 이후 그 외에도 제일시장, 명동, 새명동, 지하도상가, 브라운5번가, 요선동 상권이 추가로 형성되면서 2000년대 전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금도 70여년의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노포와 명물 음식점들이 많다. 그리고 강원도 최고의 패션 쇼핑지이기도 하다.
다만 1990년대 후반에 노점상을 도심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전통 시장 특유의 생물 거래 풍경을 보기 어렵게 되는 등, 고유성이 다소 퇴색했다. 그리고 인구 28만명 수준의 도시 규모에 비해 대규모 상권인 점, 그리고 대형마트 등의 지속적인 입점 및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은 원도심의 활기를 축소시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2년여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춘천 원도심 상권은 큰 타격을 입혔다.
- 그렇다고 해도 춘천 원도심을 비롯한 전통 상권만의 차별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
: 가장 먼저 현대적 공간과 전통적 공간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특히 여기엔 60년대, 70년대 건물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고 1950년대부터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점포도 있을 정도다. 이 곳에서만 보고 살 수 있는 독특한 수제 상품도 있다. 게다가 춘천은 수도권과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한데다 도시 외곽에 아름다운 공간도 많아서 외부 관광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그리고 전통시장은 소통과 교류의 장이기도 했는데, 춘천 원도심은 지역민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도 함께 하는 전국민의 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그렇다면 이번 상권르네상스사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춘천 원도심을 되살릴 수 있을까?
: 상권르네상스는 단지 시설만 개선하는 재건축이나 재개발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의 옛 문화를 유지하고 다듬어서 계승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재생과 혁신의 의미를 두루 담고 있으며 단순한 물리적 변화 외에 내부적, 문화적 변화도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전통적인 매력을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스마트 상권 계획이 대표적인데,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브랜드 개발, 온라인 상점 오픈은 물론, 운영 및 홍보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것을 원하는 상점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금전적이나 시간적 여력이 없어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더불어 손님들이 상권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확인하고, 찾아와서 물건을 구경하고, 여러 제품을 구매해서 한꺼번에 배송하는 시스템도 마련될 것이다.
그 외에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매출 매입 간편 장부 등, 한층 체계적인 경영이 가능한 정보 시스템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상권르네상스사업단에서도 전반적인 매출규모나 고객 특성, 상권과 점포에 대한 세부 정보 등을 비롯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더 좋은 사업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 이번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2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정말로 다양한 상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이런 사업을 통해 전통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소통 및 교류의 기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 인큐베이팅이나 교육 및 컨설팅, 교육장 조성 등을 통해 상인 역량 강화에 나서는 동시에 상인들이 한데 모여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만의 힐링정원 만들기나 함께 만드는 저녁 한끼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특히 저녁 한끼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가로부터 새로운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메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데다 다 함께 모여 요리를 즐기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특색과 맛을 품은 스타 점포를 선정하는 ‘핵점포’ 선정 및 육성 사업 등, 상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 먹을 거리나 살 거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의 즐길 거리가 없다면 상권 활성화는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도 사업에 포함되어 있는가?
: 물론이다.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사업은 앞서 말한 대로 문화와 예술, 인문학적인 소통 및 교류의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도 품었다. 특히 상인회나 상인 모임에서 직접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공모 사업도 있다. 외부 전문가 심사를 통해 총 5군데를 선정, 각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지원했다.
춘천 원도심 상권에선 지하도상가 축제인 ‘춘천 다운타운 페스티벌’을 지난 9월 초 진행했고, 시장에서 윳놀이를 비롯한 가을 맞이 축제를 벌이는 ‘제일시장 고고70’, 젊은이들을 겨냥한 ‘브라운 5번가 커플 스트리트’, 길거리 미술관이나 플리마켓, 클래식 강의, 영화 상영 등이 이어지는 ‘요선 금요마켓’ 등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상인들의 참여율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업을 이끄는 김효화 단장 본인이 가진 춘천 원도심에 대한 애정도 상당한 것 같다. 추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이번 상권르네상스사업과 관련해 실제로 현장에서 뛰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2025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사업은 현재 2년차다. 그 동안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춘천 원도심에 방문하셔서 그 매력을 느껴주시길 바란다.
글 / IT동아 김영우 기자(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