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노바텍 김양희 대표 "대체육을 넘어 종합 대체 식품 기업으로"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전 세계적으로 채식 문화가 확산하면서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도 관심도 커졌다. 중소기업, 대기업 너나 할 것없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품 가짓수도 다양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식물성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로 고기 맛과 형태를 재현한다. 식물로 고기 맛을 낸다는 얼핏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을 실현해야 하는 셈이니, 그만큼 많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식품 공학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현재 대체육 구현의 핵심이 되는 두 축은 식감과 향미다. 식감은 압출성형 등 가공법이 빠르게 발전해 상향평준화가 이뤄졌지만, 그만큼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진짜 고기와 같은 맛을 내도록 돕는 향미 소재 분야는 블루오션에 가깝다. 기술 구현이 쉽지 않은 만큼, 향미 소재 자체에 집중하는 기업 자체가 흔치 않다. 하지만 두각만 드러낸다면 그만큼 주목을 독차지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가 유독 주목받은 데에는 힘(Heme)이라는 핵심 향미 소재의 역할이 컸다.

HN노바텍 김양희 대표
HN노바텍 김양희 대표

이렇듯 흔치 않은 분야인 대체육 소재에 도전하고 있는 업체가 국내에도 있다. 바로 대체육 소재 전문 기업 HN노바텍이다. HN노바텍 안양 본사에서 만난 김양희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체 식품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뿌리에서 추출한 힘 분자를 유전자 변형 효모를 배양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HN노바텍은 바다에서 답을 찾았다. 미역, 다시마 등에서 고기 맛을 내는 핵심 성분을 추출한 것이 바로 HN노바텍이 ‘아미노산 복합체’라고 부르는 유사 힘 분자다.

해조류를 재료로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이점이 있다. HN노바텍은 원물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기에 원재료 상품성이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거나, 가공 후 남는 자투리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원료 1톤에서 생산할 수 있는 아미노산 복합체는 20% 정도인데, 나머지 80%가 부산물로 남는다. 이를 활용한 육포도 개발해 제품화를 추진 중이다.

HN노바텍의 다양한 제품들. 출처=HN노바텍
HN노바텍의 다양한 제품들. 출처=HN노바텍

HN노바텍은 경상북도 포항 창바우 마을과 협약을 맺고 여기서 나는 돌미역을 미역 육포, 즉 곽포(脯藿)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채취되는 돌미역은 꼬들꼬들한 식감을 지녔다. 충분히 품질도 뛰어나고 매력적이지만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시장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외면받는 문제가 있었다. 김 대표는 “안 팔린 미역이 없어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해녀들 생업도 없어지는 거다. 해녀들의 어장 관리 덕분에 생태계가 유지되는 효과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조류 소비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해양수산부가 HN노바텍에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창기부터 꾸준히 HN노바텍을 지원하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HN노바텍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 중 하나다. 지난 3월에는 해양수산부, 고흥미역다시마생산자연합회, HN노바텍이 해조류 계약재배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3자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의 ‘예비 오션스타기업’ 10 곳 중 하나로 HN노바텍이 선정되기도 했다. 예비 오션스타는 해양수산 분야 기업 중 연매출 1천억 원 달성이 기대되는 유망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해양수산부가 HN노바텍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인터뷰에 응하는 HN노바텍 김양희 대표
인터뷰에 응하는 HN노바텍 김양희 대표

HN노바텍은 다른 대체육 기업과 달리 엄격한 ‘비건’ 제품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시제품 중에는 어육을 활용한 제품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김 대표는 “대체육하면 보통 비건이 많이 먹는 거라 생각하지만, 환경 변화나 동물 복지 문제, 건강을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간헐적으로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런 가치 소비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 식량 위기를 대비하는 차원이나 식량 안보를 위해서도 대체 식품 기술은 꼭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HN노바텍은 현재는 대체육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체 우유, 대체 생선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 식품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해조류에서 추출한 기름 성분을 활용해 만든 대체 우유는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김 대표는 “시식회에서 반응이 좋았다. 맛이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체 생선 분야에서도 대체 고등어의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원료 발굴도 HN노바텍의 과제다. 해조류 외에도 고기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재료 중 하나는 눈개승마다. 고기와 같은 맛과 식감이 난다고 하여 ‘고기나물’이란 별명으로도 불릴 정도다.

HN노바텍의 도약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바로 생산량 증설이다. 아직은 연구실에서 시제품 생산하는 수준이라 사업 확장을 위해선 대량 생산을 위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하루 1톤의 아미노산 복합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 중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공장 완공을 마치면 HN노바텍은 본격적인 소재 납품과 해외 수출 등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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