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영상, 짧기만 해선 안 된다"... 숏폼 잘 만드는 방법은?
[IT동아 정연호 기자]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신곡을 내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일 중 하나가 ‘챌린지 영상 찍기’라고 한다. 챌린지란 사회에서 유행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영상을 만들고 이를 SNS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로 고생한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덕분에챌린지’가 대표적인 챌린지 사례다.
특히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서 노래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가수들은 신곡을 내면 동료 가수와 본인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숏폼 콘텐츠를 틱톡에 올린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챌린지가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
숏폼 콘텐츠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틱톡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대 20 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틱톡 이용자는 월평균 23.6시간을 틱톡에서 보냈지만, 페이스북의 월평균 이용 시간은 19.4시간이었다. 숏폼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대형 플랫폼들도 숏폼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숏폼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무조건 짧게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존 롱폼 콘텐츠를 단순히 짧게 편집하는 것도 좋은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하긴 어렵다.
플랫폼마다 먹히는 콘텐츠가 다르다
디지털마케팅 솔루션 기업 매조미디어는 숏폼 콘텐츠 제작을 위한 두 가지 제작 팁을 공개했다. 첫째, 플랫폼별 특성을 고려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땐 플랫폼마다 섬네일을 다르게 활용하거나, 연출과 편집에 차이를 두는 경우가 많다.
영어회화 전문 교육기업 야나두가 틱톡에 올린 콘텐츠는 1인 상황극 형식으로 영어를 가르쳐주지만, 유튜브에 업로드된 콘텐츠는 크리에이터가 영어 표현을 바로 가르친다. 재미 요소를 중시하는 젊은 이용자가 많은 틱톡에선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고, 정보 검색 목적이 강한 유튜브에선 강의식 콘텐츠를 올린 것이다.
이외에도, 인스타그램에선 깔끔하고 감성적인 섬네일을 사용하지만, 틱톡에선 상품과 주제를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섬네일에 상품명을 텍스트로 넣는 경우도 있다.
진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해외 언론사들이 10대와 20대 젊은 층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는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하고, 뉴스를 볼 때는 뉴스보다 인물에 관심을 보인다는 특성이 있다. 해외 언론사들은 기존 뉴스 문법을 숏폼 콘텐츠에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숏폼 플랫폼과 이용자들의 특성을 분석해 이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프로듀서 데이브 조겐슨을 통해서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며 틱톡에서 인기를 끌었다. 재미를 위해서 과한 모습을 연출해도 팔로워들은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에, 조겐슨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아재 개그’를 쏟아내며 망가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덕분에 워싱턴포스트는 틱톡 팔로워가 1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도 틱톡 영상에 등장하며, 일하는 모습과 더불어 우스꽝스러운 영상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때 시작 부분과 섬네일에 얼굴을 넣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렇게 해야 이용자의 콘텐츠 클릭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농담을 했을 때는 영상에 텍스트로 설명을 해주며, 대댓글을 달 땐 영상 속 캐릭터의 컨셉을 유지하며 다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
숏폼 콘텐츠, 인기 끄는 문법이 있다
매조미디어의 두 번째 팁은 콘텐츠 문법을 익히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인기를 끄는 숏폼 콘텐츠 포맷은 스토리텔링 콘텐츠, 크리에이터 콘텐츠, 정보성 콘텐츠 등이 있다.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드라마, 썰, 시트콤 등 한 편의 완성도 있는 이야기가 들어간 숏폼 콘텐츠다. CU는 CU아르바이트생이 겪을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1분 이하의 숏폼으로 제작하고 있다. CU의 ‘편의점고인물’은 방연한 지 39일 만에 전체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억 회를 돌파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시리즈물로 제작할 수 있어 고정팬을 확보하기에 좋고, 채널 구독률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하는 콘텐츠도 대표적인 숏폼 콘텐츠 유형 중 하나다. 다양한 알바 경험을 상황극으로 풀어내며 화제가 된 사내뷰공업과 협업한 서브웨이가 그렇다. 이 영상은 크리에이터가 오픈타임, 미드타임, 마감타임 알바생일 때의 상황극을 보여준다. “어제 마감 애들 재료 좀 채워 넣지”와 같은 대사처럼 사내뷰공업이 인기를 끌었던 ‘알바생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이란 포인트가 잘 드러나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업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의 콘셉트와 캐릭터를 최대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용한 정보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콘텐츠도 인기다. 핵심 내용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숏폼 콘텐츠는 대부분 단순하고 즉각적 흥미를 유발하며, 영상 길이가 짧아 논리적 설명이 어렵다. 정보 전달 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시간 제한을 두어 영상의 집중도를 높이거나, 이해를 돕는 자료화면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KB금융그룹은 ‘전세보증보험 반환보증이 무엇인지’, ‘국민연금 해지가 가능한지’처럼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숏폼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 제작한 30초 이내의 짧은 영상 ‘허위 혹은 진실’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퀴즈 형식으로 해당 영상의 진위 여부를 선택하게 한다. 이후 담당 기자가 배경 설명과 함께 영상의 진위 여부를 알려준다.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제작된 시리즈다.
가디언의 ‘허위 혹은 진실’ 시리즈는 책임 있는 기관이나 개인이 직접 해명한 내용을 그대로 올려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진위공방을 가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허위 혹은 진실’ 영상이 깊이 있는 분석 기사에 비해 내용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순 있다. 인스타그램 주 이용자가 20대 젊은 독자이다. 이들에겐 깊이감 있는 기사나 긴 영상 대신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숏폼 콘텐츠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전략을 개선해온 해외 언론사들의 실용적인 제작팁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는 SNS에서 숏폼 콘텐츠로 성공한 아랍권 매체 AJ+와 글로벌 복합 미디어 그룹인 그룹나인미디어의 전략을 소개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끈 AJ+는 숏폼 콘텐츠를 만들 때 ‘5초 이내에 승부한다’, ‘영상 길이는 가급적 90초를 넘기지 않는다’, ‘소리를 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 설명을 달아준다’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영상을 누르기 전까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영상을 클릭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이용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소리 없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게끔 장치를 달아둔 것이다.
그룹나인 미디어는 처음 3초 동안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정적인 이미지나 장면으로 영상을 시작하지 않도록 했으며, 영상 3~5초에 가장 시선을 끄는 장면을 배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다만, 언론사들이 숏폼 콘텐츠라고 해서 무조건 짧고 자극적으로만 영상을 만든 것은 아니다. 가디언은 중요한 쟁점과 현안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담는 것을 숏폼 콘텐츠 제작 원칙으로 삼으면서, 3분 정도 길이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을 끌어내려면 ‘참여’가 중요하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면 “콘텐츠가 초반부터 강력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아드리엘의 전우주 컨설턴트는 “틱톡 이용자는 초반 2초 동안 영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 시간안에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핵심적인 소재는 초반에 다 나와야 관심을 끌 수 있고, 처음에 음악 같은 소리가 삽입될 때 더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숏폼 콘텐츠에선 참여를 유도하는 CTA(Call To Action)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CTA는 ‘같이 참여하기’, ‘지금 구매하기’와 같이 이용자의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를 말한다. 덕분에챌린지처럼 선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기업이 제품 콘텐츠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땐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장치를 설정하라는 것이다.
스프라이트는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라는 컨셉으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옆에 스프라이트를 놓는 광고로 호평을 받았다. 중독성 있는 음악과 함께 강렬한 시각적인 연출로 맛있는 걸 먹을 땐 속을 뚫어주는 탄산 스프라이트가 있어야 한다는 인상을 심은 것이다. 이러한 TV광고는 숏폼으로 제작돼 SNS에 업로드되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어, 인스타그램에선 맛있는 음식 옆에 있는 스프라이트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해시태그 이벤트도 진행했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란 해시태그가 SNS에서 전파되면서 이 카피를 스프라이트와 함께 접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광고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신대학교 IT영상콘텐츠학과 허태윤 교수는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결국 문제 해결의 방식이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숏폼 콘텐츠를 만들 땐 소비자가 갖고 있는 문제, 그리고 그들이 줄 수 있는 혜택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먹는 음식이 느끼하다는 ‘소비자의 문제’를 탄산으로 속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