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ESG와 채권 (2) ESG는 채권 가치에 영향을 미칠까?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 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홍기훈의 ESG 금융] ESG와 채권 (2) ESG는 채권 가치에 영향을 미칠까?
채권에 ESG 요인들을 반영하려면, ‘도대체 왜 채권의 가치에 ESG가 중요한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ESG를 못 하는 회사는 나쁜 회사’라는 1차원적 이유로 고객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채권의 경우, ESG가 왜 중요한지 직접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채권의 이표와 신용등급, 금리입니다. 당연히 금리는 외부 요인이므로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져 채권 가치가 떨어지거나, 회사가 파산하면 채권 가치 역시 하락합니다. 또 이표가 낮을수록 채권 가치도 낮습니다.
ESG 요인이 채권 가치에 영향을 미치려면,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이표에 영향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ESG 요인이 이표에 직접 영향을 줄 요인은 많지 않습니다. 신용등급 또한 마찬가지기는 하나, 이표보다는 그래도 상관있어 보입니다.
왜냐면 이전 칼럼에서 언급하였듯, ESG 요인은 위험요인입니다. ES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이 파산위험이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다면, ESG 요인은 채권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실증적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ESG 요인이 채권의 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채권투자에 ESG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ESG 요인이 채권의 가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ESG는 채권투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채권은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ESG 금융은 투자자들에게 ESG 요인을 고려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ES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이 채권을 발행했을 때, ESG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아 발행하는 채권의 수요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의 ESG 활용이 위축됐을 때, 그 기업이 이미 발행한 채권의 수요가 감소해 시장에서 거래가 힘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채권은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어필할 매력이 줄어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즉 ESG 요인은 채권의 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영향은 채권의 가치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채권투자에 있어 ESG 요인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몇 개의 컬럼에서 채권투자와 ESG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합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