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 “온라인으로 공연예술의 무대를 넓히는 게 목표”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에 기반을 둔 산업은 오히려 폭발적 성장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대면 중심의 산업은 유례가 없는 위기를 겪었다. 공연예술계도 그중 하나다. 공연이 모두 중단되면서 종사자들 대부분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종사자들이 무대를 떠나 다른 일을 하며 연명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경기아트센터는 이러한 공연예술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0월 뉴미디어팀을 신설했다. 관객과 만날 길이 없어진 공연예술 단체들을 위해 공연을 영상화해 비대면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2년간 무려 700여 편의 영상을 제작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예술 단체 지원을 위해 쉼 없이 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지금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이 새롭게 설정한 목표와 비전은 무엇일까.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 윤준오 팀장을 만나 지난 2년간의 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뉴미디어팀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공연사업팀에서 공연 기획을 주로 했었다. 예술 단체들과 소통하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바, 바라는바, 어려움을 밀접하게 알고 있는 사이였다. 2019년 말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단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공연예술 단체들은 공연을 해야 급여가 나오고 생활을 할 수 있다. 근데 갑자기 그게 끊긴 거다.
본의 아니게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분들도 많이 계셨다. 특히나 연극배우들 같은 경우는 공연을 못 하니깐 배송 업무나 음식점 서빙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았다. 다들 언젠가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버티셨는데 그 기간이 1~2년이 되어버리니 많이들 힘들어 하셨다.
경기도에서 뭔가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하다 비대면 영상 제작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관람객이 없더라도 객석을 비워두면 공연을 할 수는 있으니, 이걸 영상으로 촬영해서 온라인으로 배포하자는 거다. 관객들도 온라인으로나마 공연예술을 감사할 수 있고, 공연예술 단체들은 공연료를 받으면서 공연을 할 수 있으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실 공연을 영상화한다는 시도 자체는 새로운 건 아니다. 일본의 ‘게키x시네’처럼 연극을 영상화해서 영화관에 개봉하는 해외 사례도 있다
그렇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도 디지털 콘서트홀 같은 사례도 있다. 국내에도 예술의 전당의 ‘SAC on Screen’이란 게 있다. 자체 기획 공연이나 완성도 높은 공연을 영상화해서 전국 공연장 네트워크에 공유하는 연간 사업이다. 공연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예전에 우리도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공연이나 홍보 활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긴 했지만 진행이 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가 변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 셈이다.
―공연예술에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도 분명히 있다. 뉴미디어에 이를 상쇄할만한 장점이 있나
공연장에서 공연을 직접 보는 것만큼의 감동을 영상만으로 주는 건 물론 힘들다. 영화도 영화관에 가서 봐야 더 재미있지 않나. 대신 온라인, 비대면이 제공하는 장점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공연을 볼 때 대극장 3층 정도면 배우 얼굴도 안 보이고 대사도 잘 안 들리기도 한다.
반면 온라인 영상은 주인공 얼굴을 바스트 샷이나 클로즈업으로 보여줄 수 있다. 배우가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선명하고 깨끗하게 전달할 수 있다. 또 고정된 시야가 아니라, 카메라 위치에 따라 바꾸면서 다양한 시야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런 공연에서 보여줄 수 없는 묘미가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고, 그렇게 흥미가 생긴 관객이 공연장으로 와서 예술가들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언제든지 원하는 때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대면 공연이 다시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으로서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예술인에 대한 지원, 상생도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연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려는 목적도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예술 단체 지원과 상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접근성 차원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별 매체가 널리 활성화됐고, 인터넷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이를 활용해 일반 관객들이 공연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OTT 배급이다. 왓챠에 공연 영상을 5~6개 배급했고. 올해에는 웨이브에도 영상을 배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자체 동영상 유통 플랫폼 사업을 제안했는데,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주관한 블록체인 선도 시범사범에 선정됐다. ‘경기 아트ON’ 이란 플랫폼이다. 예술 단체를 위한 넷플릭스 같은 거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상 콘텐츠가 700편이나 된다.
―접근성 측면에선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플랫폼에 영상을 배급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꼭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가
우리의 목표 중 하나가 NFT 기술을 적용해보는 거였다. 영상 하나하나마다 토큰을 발행해서 영상의 원본, 소유권에 대한 인증을 해당 예술 단체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다른 하나는 우리 플랫폼이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길 원했다. 경기도에 있는 예술 단체의 아카이브 말이다.
예를 들어 요즘 학교에서 ‘찾아가는 공연’ 활동 같은 걸 많이 진행한다. 학교 측이 클래식 공연을 개최하고 싶다고 했을 때, 조건에 맞는 팀을 찾기 위해 주변에 물어서 단체를 섭외하곤 한다. 이럴 때 우리 아카이브에서 공연 영상이나 단체 프로그램, 근거지, 연락처, 자기소개 같은 걸 확인 후 연락해서 섭외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관련 기능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이미 1차로 사이트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3월 1일부터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2024년까지 2년 동안 실증 테스트를 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 한국보육진흥원 같은 단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계정을 제공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 있는 미디어 장비로 교육 목적으로 클래식이나 공연을 트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유튜브 같은 데서 이런 걸 찾았다면, 앞으로는 저희 플랫폼에서 경기도 지역 예술 단체들의 공연 영상을 찾아봐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저희 제안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증에 흔쾌히 참여했다. 이런 수요기관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있다. 그러면 그걸 반영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했거나 앞으로 계획 중인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우리 목표는 결국 공연예술 무대를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펼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추진해보려 한다. 과거 지원 사업은 아무래도 공연장이란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도 상당히 많더라. 이런 분들을 보다 보니 지금 우리 아트센터가 하고 있는 사업도 옛날 방식처럼 느껴졌다. 본인들의 예술 활동을 직접 본인들 채널에 올리는 걸 보면서 ‘우리가 찍어줄 필요도 없겠다. 우리보다 더 잘 찍으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분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관련 내용을 도에 제안한 상태다.
최근 예술가 외에도 일반 도민을 상대로 영상 편지를 제작해주는 공모 사업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시기를 겪었을 텐데 직접 메시지를 전하기 숙스러워 하시는 분들에게 영상 편지를 찍어주는 사업이다. 저희가 지닌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서 많은 분께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