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산 막아선 대외 불확실성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에 더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 쓰촨성 전력난까지. 전기차 업계에 예측하지 못한 대외 불확실성이 연이어 터졌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생산과 조달에 차질을 줬고, 배터리 가격 폭등과 품귀로 이어졌다. 전기차를 계약한 소비자가 출고까지 최대 1년 이상 대기하는 불편을 겪는 이유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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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잿값 폭등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핵심 원료는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이다. 핵심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배터리를 못 만들고 전기차 출고 역시 지연된다. 같은 논리로 핵심 원료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오르고,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값도 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당 평균 100위안(약 1만 9398원)선에서 거래된 리튬 가격이 지난 24일 기준, 475.5 위안(약 9만 2185원)으로 치솟았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지난해 t당 2만 8500 달러(약 3796만원)였던 코발트 가격도 지난 1분기 말, 8만 2700 달러(1억 1015만원)로 폭등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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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에는 니켈 가격이 250% 이상 치솟으며 한때 t당 거래 가격이 10만 달러(1억 3320만원)를 돌파했다. 최근 코발트는 t당 4만 9000달러(약 6592만원), 니켈은 t당 2만 1800달러(약 2932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갔지만, 평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 연이어…공급가 안정성 확보 어려워

배터리 원자잿값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원인은 연이어 터진 대외 불확실성이다. 니켈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자, 니켈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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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터진 악재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상하이를 전면 봉쇄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가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의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했다. 핵심 광물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수입액 17억4천829만 달러(약 2조 3300억원)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4억7천637만 달러(약 1조 9600억원)로 84.4%를 차지했다. 봉쇄 조치가 두 달간 이어지자 배터리 가격이 급등한 배경이다.

최근에는 중국 쓰촨성이 전력난 때문에 산업 시설의 정전을 단행했다. 쓰촨성은 중국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중국 전체 리튬염 생산량 27.9%(음극재는 11.8%, 양극재는 17%)를 차지한다. 쓰촨성 정전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리튬 가격이 또다시 상승세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현지에서 터지는 악재는 고스란히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전기차 업계·소비자 동시 ‘한숨’

상황이 이렇자, 전기차·배터리 업계와 소비자가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업계는 차를 만들지 못해서, 소비자는 차를 받지 못해서다.

올해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차량 출고가 지연돼 예산이 쓰이지 못해서다. 실제로 전기차를 계약한 소비자는 1년 이상 대기 중이다. 마이크로모빌리티 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를 계약한 소비자 300명 이상이 출고 지연으로 차량을 받지 못한다.

김종배 마이브 대표는 “배터리 교체형으로 설계한 초소형 전기차 차기작을 거의 완성하고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며 “개발 당시 배터리가 1.5kWh 기준, 약 65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만원을 줘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도 차량이 나오지 않아 출고 대기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 해소 예측 불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까지…정부 대응책 시급

해법은 요원한데 악재는 더해간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2022년 8월 7일 미국 상원을 통과했고,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바이든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바이든 트위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골자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거나 중국산 광물·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법안대로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매년 10만여대의 전기차 수출 차질 발생을 예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품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배터리 원자잿값까지 폭등하니 매우 난감하다. 이제 제품을 만들어도 수출까지 어려워지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전기차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에 안타까운 대외 불확실성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 정부의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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