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매일봄 “토종 건강식품 옹심이에 강원의 맛과 이야기 더해”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푸른 공기가 머무르는 산,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과 바다가 강원도에서 한 곳으로 모인다. 그 덕분에 이 지역에는 감자와 곤드레, 송이와 고로쇠, 곰취와 찰옥수수 등 먹거리 특산물이 풍성하다. 이들로 만든 음식도 매년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은다.
이 가운데 유명한 것이 ‘옹심이’다. ‘옹심이는 새알심’의 방언으로, 감자를 곱게 갈아 팥앙금을 포함한 여러 재료를 속에 넣고 새알 크기로 빚어 만든다. 감자 전분으로 만드는 덕분에 쫄깃한 식감과 고유의 고소한 맛을 내며, 국물 요리에 넣어도 영향을 주지 않기에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우러진다. 감자처럼 알칼리성 식품이며,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면서 씹기 편하고 소화도 잘 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는 옹심이를 그리 즐겨 먹지 않는다. 그 대신 빵과 떡, 탄수화물과 당분이 많은 음식을 즐긴다. 맛있고 다양한 요리에 넣어 먹기 쉬우며, 빵과 떡과 달리 다이어트를 돕는 옹심이가 홀대 받는 것을 본 최용기 대표는 직접 나서 이 음식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한다.
최용기 대표는 식품 부문에서 상품 기획과 생산, 영업을 20년 이상 맡아 온 전문가다. 강원도 특산물 감자와 감자 전분으로 감자떡을 만들어 학교와 기관에 납품하던 그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먹고 즐길 새 상품으로 옹심이를 낙점했다.
옹심이는 영양가는 높고 칼로리는 낮다.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치아가 약한 노년층 소비자나 입이 작은 영유아 소비자도 먹기 좋다. 떡볶이와 쫄볶이, 강정과 탕수육, 갈비찜과 소떡 등 떡을 넣어 만드는 요리에 옹심이를 넣으면 새로운 맛과 식감을 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최용기 대표는 옹심이 생산 기술부터 연구했다. 옹심이처럼 떡과 같은 식품을 만드는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급냉 기술’이다. 상품을 만들고 빠른 시간 안에 얼려야 고유의 맛과 식감을 유지한 채 전국 곳곳의 소비자를 찾아간다. 문제는, 지금까지 떡 급냉 기술은 있었어도 옹심이 급냉 기술은 없었다는 점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최용기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도움을 받아 옹심이 급냉 기술을 연구한다. 부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공업사에 급냉 기계 제작을 의뢰하고, 여러 차례 시험을 거쳐 성능을 높였다. 실패와 성공, 개량을 거쳐 내부 구조와 기계 특성을 고치기를 3년, 드디어 갓 만든 옹심이의 맛과 식감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옹심이 급냉 기계를 완성한다.
이어 최용기 대표는 먹는 즐거움에 이어 보는 즐거움을 옹심이에 녹여냈다. 검은깨와 메밀, 쌀 등 농산물을 넣어 맛도 색깔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갖고 먹도록 세 가지 색을 입힌 삼색 옹심이도 선보였다. 그리고 옹심이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입혀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매일봄은 옹심이 다섯 종에 각기 다른 캐릭터와 배경 이야기를 마련했다. 감자옹심이의 캐릭터는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는 시골 여자아이 ‘옹심이’다. 검은깨옹심이의 상징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순한 성격을 가진 남자아이 ‘깨복이’다.
정이 많고 성격이 따뜻한 ‘메밀 할머니’는 메밀옹심이를, 인자한 성품에 늘 미소를 짓는 ‘쌀 할아버지’는 쌀옹심이를 각각 반영한다. 삼색옹심이는 ‘세 쌍둥이’로, 이름(단박이, 금치, 비트)은 색을 낸 천연 재료에서 따 왔다.
최용기 대표는 이들 옹심이 캐릭터에 강원도의 푸근한 인심과 순진함,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내는 발랄함과 개성, 독특한 맛과 식감을 반영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고 밝혔다. 여기에 배경 이야기를 더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옹심이에 관심을 더 많이 갖도록, 개성을 더 잘 이해하도록 이끌려 했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그는 또 하나의 옹심이 상품을 개발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치즈를 품은 ‘치즈 옹심이’다. 옹심이와 잘 어울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 음식으로 떡볶이를 눈여겨본 최용기 대표는 옹심이로 만든 떡볶이 밀키트를 고안한다. 그러다 번뜩 떠올렸다. 치즈 떡과 비슷한 치즈 옹심이를 만들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배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즈 옹심이는 만들기 아주 어려웠다. 치즈를 많이 넣었더니 옹심이가 터졌다. 치즈를 적게 넣었더니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않았다. 최용기 대표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전수 받고, 6개월 동안 옹심이와 치즈의 배합 비율은 물론 생산 기술까지 연구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매일봄 ‘치즈 옹심이’와 이를 품은 떡볶이 ‘옹볶이’다. 옹심이 고유의 식감과 맛에 치즈의 영양을 더했다. 와플과 버터구이, 꼬치구이와 크림 스튜 등 서양 요리와 잘 어울리고, 에어프라이어로도 10분만에 조리 가능해 간편하게 즐긴다.
최용기 대표의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매일봄 옹볶이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주관하는 시상인 한국식품기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소비자들도 열띤 호응을 보냈다. 우리나라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판매량 목표를 2000% 이상 초과 달성했고, 구매자들로부터 좋아요를 98% 받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로 이끌 부단한 노력, 실행을 토대로 여러 난관을 극복한 최용기 대표지만, 최근에는 인력난 때문에 골머리를 썩힌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구직자는 음식업이나 제조업 취업을 꺼린다. 옹심이 신제품을 개발해도 정작 이를 생산할 인력이 없다. 자연스레 자금난도 겹친다.
최용기 대표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자동화 라인을 바라본다. 이번에도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려고 설비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2022년 안에 공부의 결실을 맺어 생산 라인은 물론, 포장 라인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기업 운영 환경 개선에 매진하면서도 최용기 대표는 여전히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이들 아이디어는 곧 매일봄의 다음 신제품이 될 것이다. 메일봄은 2023년께 강원도 춘천에서 난 못난이 감자,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를 활용할 전분 가공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버리던 못난이 감자를 알뜰하게 쓸, 농가와 상생할 새로운 방법이 생긴다. 이 상승 효과를 더욱 높일 계약 재배 방안도 고심 중이다.
나아가 최용기 대표와 매일봄은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등 강원도에서 나는 특산물을 활용한 옹심이를 기획한다. 옹심이는 전분 가루만 있으면 만든다. 다른 특산물과 농작물로 만든 가루에 전분 가루를 섞고, 매일봄 고유의 기술을 더하면 바로 옹심이가 된다.
최용기 대표는 “강원도의 매력 중 하나인 옹심이를 강원도에서 난 농작물로 만들어 맛과 향, 영양을 더하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간식 옹심이를 강원도의 상징으로 만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