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먹거리창업센터 바다드림·만제별주부전 “제주 제철 수산물, 고스란히 식탁으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8월 제주 바다에서는 진한 갯내음이 풍긴다. 푸른 제주 바다 속에서 톳과 미역, 성게와 한치, 뿔소라 등 싱싱한 제철 수산물이 자란다. 하나같이 맛과 향이 좋고 풍부한 영양소까지 갖췄다.
제주에 온 여행객들은 으레 이들 수산물을 찾아 먹는다. 맛과 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워한다. 이 맛과 향을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느끼기 어려워서다. 제주 수산물의 원물 혹은 가공 식품을 배달 주문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무래도 맛과 향이 줄어든다. 믿을 만한 수산물 판매사를 찾기도 어렵다.
서울특별시의 스타트업 보육지원기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꿈을 일군 두 스타트업이 힘을 합쳐 제주의 수산물 알리기에, 나아가 수산물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 나섰다. 제주의 여러 특산물을 재료로 써서 맛과 멋, 편의와 영양을 모두 가진 식품을 만드는 기업 ‘만제별주부전’, 선도 좋은 수산물을 수도권 소비자에게 급속 배송하는 수산물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회이팅의 운영사 ‘바다드림’이다.
한치, 성게, 미역 등 제주 수산물을 가장 신선하게 ‘만제별주부전’
여름이 한창인 8월, 제주 만제를 찾아 김수정 만제별주부전 대표와 김영선 바다드림 대표를 함께 만났다. 김수정 대표가 밝은 모습으로 맞으며 여름이 제철인 제주 수산물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했다.
“별난 주부들의 모임 만제별주부전은 제주 만제의 만제영어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제주에서 해녀들이 딴 자연산 수산물을 고스란히 소비자의 식탁으로 옮기는 일, 이 수산물로 먹기 편하고 맛있고 영양가도 높은 가공 식품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여름, 이맘 때 먹기 좋은 수산물은 제주도산 톳과 성게, 미역과 한치에요.
톳은 제주 만제에서 직접 따고, 선별을 여러 번 걸쳐 가장 품질 좋은 것만 골라 씁니다. 건조 혹은 냉동 원물로 공급하는데요, 최근에는 톳 절임 요리인 톳장이 인기를 끌어요. 철분과 칼슘의 보고인데다 우리 몸에 들어온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한 톳을 맛있게 가공한 상품이에요. 김밥, 파스타 등 여러 요리와 어울리면서 맛을 돋웁니다.
제주 성게는 다른 지역의 성게보다 맛과 향 모두 훨씬 진해요. 여름 딱 한 달만 채취 가능하고 가격도 다른 성게보다 50% 이상 비쌉니다. 이 고급 성게를 다른 지역의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도 만제별주부전의 임무에요.
제주 우도의 자연산 돌미역은 또 어떤가요? 씹는 맛이 좋고 식감도 꼬들꼬들하면서 영양소도 아주 풍부해요. 다른 재료 필요 없이, 제주 우도의 돌미역과 소고기를 그냥 끓이기만 해도 진한 국물이 우러납니다. 임산부에게 최고의 보양식이에요.
여름 제주 바다에서 난 한치도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제주도민들은 집에 꼭 한치를 보관해요. 그러다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행사가 있으면 이 한치를 물회나 구이, 회덮밥 등으로 요리해서 대접합니다. 이 한치를 가장 신선하게 보관했다가 전달해요.
그 밖에 제주 뿔소라를 가공한 소라장, 제주도민이 많이 먹는 흑돼지로 만든 흑돼지 돈가스 등 여러 가공 식품을 생산 판매해요.”
입맛이 까다로워 항상 좋은 수산물만 찾는 제주도민들이 한치를 포함한 수산물을 살 때, 으레 만제별주부전을 찾는다고 김수정 대표는 자랑했다. 만제별주부전은 제주 제철 수산물을 손질한 원물, 가공 식품을 판매할 온라인 쇼핑몰도 마련했고, 먹거리창업센터의 도움을 받아 뿔소라로 만든 해물 육수와 밀키트 등 새 상품군도 개발했다.
제주의 제철 수산물을 수도권으로 당일 배송하는 ‘바다드림’
제주 만제에서 품질 좋은 수산물을 확보한 만제별주부전이었지만, 수도권으로의 판로 개척이라는 난항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 때 손을 내민 곳이 앞서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졸업한 스타트업 바다드림이다. 바다드림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수산물 시장 노량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매일 아침 경매에 참여한다. 그날그날 갓 들어온 수산물을 경매로 구해 수도권 소비자에게 당일 배송하는 O2O 플랫폼 회이팅을 운영한다.
한치와 방어 등 품질 좋은 제철 제주 수산물을 공급하려고 둥지를 제주로 옮긴 김영선 대표는 우연히 만제별주부전을 만났다고 한다. 김수정 대표에게 되려 제주 수산물의 지식을 배우면서 협업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바로 제안했다고 한다.
“생선회, 매운탕거리 등 수산물을 다루는 플랫폼이 늘면서 저마다 가지각색 장점을 내세워요. 하지만, 바다드림 회이팅은 창업 후 지금까지 오로지 수산물의 품질, 단 하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아예 제주에 터전을 꾸몄어요. 여름 한치나 겨울 방어는 노량진에서 산 채로 경매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생물을 얻을 최고의 산지인 제주를 찾아온 것이지요.
제주에서 품질 좋은 제철 수산물을 꾸준히 공급해 줄 파트너를 찾았어요. 수산업계 관계자의 소개를 받아 제주 만제 수산물 업계의 터줏대감이라는 만제별주부전을 만났습니다. 제주 토종 기업인 만제별주부전이 어민과 해녀와 만나, 좋은 수산물을 얻고 다루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바다드림이 여러 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먼저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알고 보니 만제별주부전은 바다드림과 같은 먹거리창업센터 보육 기업이더군요. 게다가 제주도의 제철 수산물을 싱싱한 날 것 그대로 수도권으로 보낼 방법, 수도권에서의 판매 거점을 찾고 있었어요. 바다드림이 잘 하는 부분이지요.
만제별주부전이 확보한 수산물을, 바다드림이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항공 배송으로 받아서 수도권 소비자에게 전달합니다. 수산물의 수량과 단가, 배송 과정에서 품질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머리를 맞대 고도화 중이에요. 나아가 제주 제철 수산물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담은 밀키트와 가공 식품의 연구 개발도 함께 합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인연 토대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 전달
제주 수산물을 다루는 스타트업과 수산물 배송 플랫폼이 만나 협업과 상생의 길을 닦는다. 만제별주부전은 제주 제철 수산물 원물과 손질·가공 노하우를 내놓고, 바다드림은 수도권으로의 판로와 배송, 공급을 맡는다. 장점은 나누고 단점은 서로 보완하는 구조다. 양 대표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라는 공통점 덕분에 이 상승 효과가 배가된다고 말한다.
김수정 대표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로부터 상품 개발과 판로 개척, 전문가의 조언 등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졸업 기업 바다드림과의 협업은 바람직한 스타트업간 상생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토대로 제주의 1차 산업 생산자, 해녀와 어부들에게 안정적인 수익도 드리고 싶어요. 기업과의 상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과의 상생도 시도할 거에요.
물론, 소비자와의 상생도 잊지 않았습니다. 제주에서 나온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가장 신선하게 전달할 거에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수산물 가공 식품을 연구 개발 중입니다.
가장 먼저 공개할 것은 뿔소라 가공 식품군이에요. 영양소가 많고 맛도 고소한 뿔소라로 만든 파스타, 칼국수 밀키트를 기대하세요. 제주의 국수 요리라고 하면 으레 고기국수나 보말 칼국수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뿔소라 칼국수와 파스타도 함께 떠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제주 해산물을 가장 빠르게, 한 우물 우직히 판다
많은 플랫폼 스타트업이 사업 부문과 상품 종류를 무리하게 넓히다가 어려움에 빠진다. 이는 고스란히 업계와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플랫폼 사업을 하는 바다드림도 사업을 넓히는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있었지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수산물 배송에만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김영선 대표는 “바다드림은 태생부터 수산물 O2O 기업이었어요. 품질 좋은 수산물을 구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이 늘 첫 목표였습니다. 최근 바다드림과 같은 수산물 배송 플랫폼이 많이 나오고 단시간에 인기를 끌면서 ‘우리도 사업 범위를 넓혀야 하나’라고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수산물 원물의 품질 확보와 배송에 더 집중하자는 철학을 지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만제별주부전과 만난 다음에 이 결심을 더 굳혔어요. 만제별주부전과 함께 소비자에게 최고의 품질을 가진, 맛과 향을 고스란히 유지한 제주 수산물을 전달하겠습니다. 이것이 수산물 O2O 기업의 본질이에요.
수산물을 배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이스박스에 보냉재를 많이 넣는다고 해서 선도가 유지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이오 센서입니다. 수산물 배송 중 생긴 변질 위험을 알려주는 도구인데, 상용화 바로 전 단계에요. 소비자들이 바이오 센서가 담긴 수산물은 믿고 먹도록 알릴 것입니다.”
만제별주부전과 바다드림의 협업 결과물은 9월부터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기의 침체 탓에 수출 판로가 막힌 제주 ‘광어’를 양식 업계, 어촌과 손 잡고 소비자에게 싼 값에 선보인다. 앞서 바다드림이 진행했던 ‘착한 전복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이와는 별도로 바다드림은 제주 사계 어촌계와 함께 ‘뿔소라’를 공동 구매한다. 수산물 뿔소라를 알리면서 제주 수산가를 돕기 위해서다. 양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주 어촌계가 채취한, 혹은 판로가 막힌 제철 수산물을 소비자에게 선도 그대로 전달하는 여러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름에 제주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향으로 코 끝을 간지럽히고 맛으로 혀를 즐겁게 하던 제철 수산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졸업 기업인 바다드림 회이팅과 신입 기업인 만제별주부전을 눈여겨보자. 맛과 향에 영양을 고스란히 담은 제주 제철 수산물을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