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OK, 혁신성? OK’ 조각투자 업계, 제도권 안착 준비 착착
[IT동아 권택경 기자] 조각투자 업계가 사업 구조 재정비와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6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한 수요조사 신청을 마치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를 증권으로 판단하며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조각투자 업체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할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제 소유권의 일부가 아닌,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권 등을 조각투자 사업자가 발행하거나 유통하는 형태는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뮤직카우 사례처럼 특정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으로 인정될 경우, 해당 업체는 허가없이 증권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을 어긴 게 된다. 다만 금융위는 당장 제재를 가하는 대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나머지 조각투자 업체들에도 이 기간 동안 증권성 여부를 점검하여, 이에 해당할 경우 위법성을 해소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할 것을 주문했다.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대부분의 조각투자 업체들은 자체 검토 결과 문제될 소지가 낮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최근 대부분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성 판단’이라는 불안 요소를 남겨두기보다는 제도권에 확실히 편입되는 편이 운신의 폭이 넓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각투자 업계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앞두고 특히 강화하고 있는 건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이다.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혁신금융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태 중심에 섰던 뮤직카우는 금융위의 증권성 판단 발표 전후로 전문자문위원단 발족, 회원 권리 보호구조 강화, 회계 투명성 강화, 투자자 명의 실명계좌 도입 등의 조치를 차례로 하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한 요건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도 고객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함으로써 도산 위험과 투자자 권리를 절연해 투자자 권리를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금융위가 요구한 투자자 보호 체계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를 위해 테사는 NH농협은행과 손잡고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분리보관하는 시스템인 ‘온라인 조각투자 API’를 개발해 도입했다.
테사 측은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기준 중 하나인 기술 혁신성을 충족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미술품 분할 소유권 현황과 거래 이력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년 중소기업청 선정 ‘프리팁스(Pre-TIPS) 기술개발 지원사업 기업’에 선정되었으며 지난해에는 금융위 주관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도 이미 선정된 바 있다. 테사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통해 기술혁신성과 고객 보호 인프라를 입증해 국내 대표 미술품 투자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우 조각투자 서비스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도 KB국민은행과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으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했다. 스탁키퍼는 KB와 협력하여 뱅카우 고객 예치금 분리 보관, 이용 계좌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는 “KB국민은행과 협력을 통해 회원 보호가 한층 두터워지게 되었다”며 “뱅카우와 함께하는 2만 5천여 명의 소비자 권리 보호를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각투자 업계와 증권사의 협업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침체하자 증권사가 새로운 먹거리로 조각투자에 주목하면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 펀블, 비브릭 세 곳과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뮤직카우와 이용자 보호 및 음악 저작권 유동화를 위한 협약을, 지난달 말에는 테사와는 조각투자 사업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키움증권은 두 업체들과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이후 플랫폼·서비스·기술 등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